[노트북을 접으면] 이익치 주가의 실체는?

1999년 코스닥을 들끓게 만들었던 ‘바이코리아 (BUY KOREA) 열풍’의 주역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돌아왔다.

그의 ‘컴백’은 대선전야에 기존의 대선 판도를 허물어 버릴 만한 폭풍우(?)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ㆍ재계에서는 “역시! 이익치 주가!”라는 감탄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익치 주가’가 ‘가치ㆍ성장주’냐 아니면 ‘거품주’냐를 놓고 이견이 분분하다.

이 전 회장이 1998년 현대전자 주가 조작사건의 배후로 갑작스럽게 정몽준(MJ) 의원을 지목한 것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과연 그것이 ‘인간 이익치’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어떤 흐름을 몰고 올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잘 알다시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비서출신의 ‘30여년 충복’. 오랫동안 현대호(號)의 금융사업부문을 맡아오다 2000년 3월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인 ‘왕자의 난’ 이후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야인으로 돌아간 그는 미국에 머물며 회한을 곱씹어야 했다.

최근 현대상선의 ‘4,000억 대북지원설’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때만 해도 그는 ‘진실’의 열쇠를 쥔 사람으로 언론의 표적이 됐지만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왜 대선을 50여일 남기고 돌연 일본을 방문, 기자회견을 자청했는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는 회견에서 “재벌회장이 대통령이 되려면 모든 것을 검증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명분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전회장이 이회창 후보의 동생인 회성씨와 경기고(K1) 동기동창으로 엄낙용 전 산업은행 총재와도 가까운 K1선후배 관계라는 점등을 미뤄볼 때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이 전회장과 MJ간의 깊은 사적 앙금이 이번 발언의 도화선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전 회장은 “검찰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는 날 새벽 정 명예회장이 생전 처음 두 손을 붙잡고 ‘몽준이가 별일 없게 이 회장이 알아서 잘해 달라’고 말해 검찰에서 모두 내가 한일이라고 인정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MJ는 형인 정몽헌 회장에게 “이 회장을 멀리하라”는 조언을 수 차례 했고 이 말이 이 전회장의 귀에 들어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을지는 모르나 개인 감정이 발언의 직접 동기가 됐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후보측은 이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함께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조기진화 작업에 진력하는 모습이다.

‘이익치 주가’의 실체를 파헤쳐 보자는 정치적 제스처인 셈. 과연 ‘이익치 주가’ 파문이 정치권의 흠집내기 수준의 ‘미풍’으로 끝날지, 대선 막판 구도를 흔들어 놓는 ‘태풍’으로 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11/01 15:50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