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빛과 어둠, 그리고 열정의 삶

■제목 : 일광을 향한 누드 (Nude against Daylight) ■작가 : 피에르 보나르 (Pierre Bonnard) ■종류 : 캔버스 유화 ■크기 : 124.5cm x 108cm ■소장 : 벨기에 왕립미술관

무리를 해서라도 남들과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문화를 누리며, 같은 상품을 구매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현 시대 대중의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사회가 그런 대중을 만들어내고 대중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쳇바퀴와 같은 일상 속에서 물질주의 시대에 표류하는 자아와 주체의식은 주인을 잃은 채 방황을 거듭한다.

예술이 가진 역할중의 하나는 인간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데 있다. 인간과 자연, 본능, 인생과 같은 것들이 서로 얽히고 관계된 예술 작품은 곧 나 자신과 나의 삶이 되는 것이다. 시대를 거듭할 때마다 이전과 다른 예술성향을 흔히 어떤 특정한 사조로 표현하지만 이는 달리 말해 머무를 수 없는 인간의 정열과 끊임없는 노력의 포착이라 할 수 있다.

19세기 말 빛을 이용한 자연에 대한 재탐구를 시도한 인상파에 반발하여 형성된 나비파(예언자라는 의미의 헤브라이어)의 화가들은 자연을 시각만으로 재현하지 않고 마음과 상상력에 기인하여 신비하고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고갱의 영향을 받아 나비파의 한 작가였던 피에르 보나르 역시 고향이었던 파리근교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기억이나 연인과의 추억 등을 마음으로부터 불러내서 작품 속에서 펼쳐내고 있다.

보나르의 ‘일광을 향한 누드’는 인상주의의 화사함 대신 어두운 색조를 혼합하여 공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2차원의 화면 위에 과감하게 터치를 하고 있다. 장식적인 배경은 빛과 어둠이 대조적인 여인의 신체와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여러 장의 캔버스를 틀에서 떼어내고 벽에 병렬시켜 동시에 다양한 작품들을 그리고 자유롭게 잘라낸 그의 작품은 정확한 직각의 구도를 고집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부인과의 추억이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애착을 그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했던 보나르는 60년간의 예술활동에도 불구하고 생을 마감하기 전 ‘나는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남겼다.

자신과 인생을 그만의 예술로 승화시킨 보나르 눈을 감을 때까지도 예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놓을 수가 없었다.

입력시간 2002/11/01 18:4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