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프레소](1) 북구 재즈의 참맛 들려 준 '울프 바케니우스'

서울 낙원상가에서 8만원을 주고 빌린 나일론 줄 기타로 취입을 하고, 캐주얼화와 운동모차림으로 내한 콘서트를 치른 것은 그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 자유는 서울 콘서트에서 현란한 테크닉의 옷을 입고 객석을 압도했다. 음반 제작을 위한 취입과 콘서트를 위한 방한이다.

“서울의 가을은 꼭 고향의 봄날 같은 멋진 날씨군요.” 스웨덴의 재즈 기타리스트 울프 바케니우스(Ulf Wakeniusㆍ44)가 내한해 10월 20~25일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와 대전의 카이스트홀에서 연주를 펼쳤다.

스웨덴에서 서울까지 오는 시간은 비행기로 꼭 20시간. 그러나 그는 19일 오후 2시 서울 땅을 밟자 마자 극장에 들러 리허설에 들어 갔다. 공연장의 사운드 체크를 겸한 20분간의 리허설 시간에 그는 즉흥으로 테마를 짓고, 콘서트에서 연주했다.

재즈 뮤지션의 순발력이 유감 없이 발휘된 그 곡은 ‘Blues For Seoul’. 한국적 오음계가 가미된 블루스 곡이다.

그는 재즈를 본령으로 했지만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한국인이 특히 좋아하는 보사노바와 블루스에 무게를 둬, 관객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재즈 연주 중 ‘Sunshine Of Your Love’ 등 에릭 클랩튼의 히트곡 주제를 슬쩍 삽입, 시종 재치가 넘치는 연주를 들려 주었다. “학구적 면이 강한 재즈만을 내세우기 보다는 한국 팬들과 교감하고 싶었어요. 객석에서 받는 감흥으로 변주를 이어가는 거죠.”

그러나 솔로 연주 시간에는 즉흥성을 최대한으로 발휘, 재즈의 참 맛을 선사했다. 잘 알려져 있는 ‘축제의 아침(영화 ‘오르페의 삼바’ 테마 곡)’이 그의 손을 통해 20여분에 달하는 변주곡으로 거듭났다.

무대 위 운동화와 운동모의 수더분한 차림은 그가 현재 세계적으로 얼마나 각광 받고 있는 지를 헷갈리게 할 법했다.

그러나 그는 북유럽 재즈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레이 브라운(베이스), 조 패스(기타), 허비 행콕(피아노), 조 헨더슨(색소폰), 짐 홀(기타), 밀트 잭슨(비브라폰), 마이클 브레커(색소폰) 등 그야말로 우리 시대 최고의 재즈 뮤지션들과 협연으로 만들어 냈던 작품들이다. 앨범 타이틀에 그의 이름을 달고 나간 것이 6개다.

특히 캐나다 재즈의 영웅 오스카 피터슨과의 협연작들은 피터슨이 노구를 이끌고 음악적으로 재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 악명 높은 피터슨의 ‘오륜 테스트(Ring Of Five)’를 거쳐 내고서야 가능했다. “처음 들어 보는 곡 5개를 한번만 들려 주고 따라하게 하는 시험이었죠.”

10월 초 캐나다 전역에서 TV로 생중계됐던 토론토 로이 톰슨홀에서의 ‘Big Gala For the English Queen’ 무대에서는 77세의 피터슨이 그와 나란히 연주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세계적 클래식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도 참여했던 자리였다. 이어 시카고의 필 하모닉 홀과 LA의 할리우드 볼 무대는 매진이었다.

울프는 이번 내한에서 지칠 줄 모르는 강행군으로 관계자들을 감탄케 했다. 19일 리허설이 끝난 직후 그는 대학로의 난장 스튜디오에 들러 밤을 세워 새 앨범 ‘Twilight’를 녹음했다. 자신과 전성식이 지은 곡 8곡이 약간의 리허설을 거쳐 일사천리로 취입됐다. 취입 후 취침, 다시 여분을 취입한 뒤 가졌던 콘서트였다. 전성식(35)은 “앞으로 적어도 1년에 한번은 함께 활동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2/11/0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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