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후보 "우리도 할 말 있소] "작으면 작은대로 소임 다할 것"

■장세동 전 안기부장(무소속 후보)

무소속 후보로 단기출마를 선언한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사실 군소후보군에 포함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10월21일 국민일보의 여론조사에서 장 전 부장은 ‘빅 3’에 이어 2.7%의 지지율로 4위에 올랐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 들었지만 먼저 선거전에 발을 디딘 5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2.1%)와 6위 이한동 의원(1.4%)에게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선 가능성(1.9%)에서도 권 후보(0.7%)와 이 의원(0.5%)을 제쳤다.

중앙일보의 10월28일 조사에서도 장 전 부장은 2.7%를 차지, 권 후보(1.3%)와 이 의원(0.2%)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20대를 제외한 장년층에서 3%를 웃도는 지지를 받은 그는 5공 정권의 향수를 느끼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5공의 2인자로 군림하면서 6공 이후 세 차례의 투옥생활을 거듭했던 장 전 부장은 청문회나 검찰 조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의리의 돌쇠’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이런 ‘사나이’ 다운 기백이 장 전 부장을 일약 4위권으로 끌어올린 배경이 된다.

이에 따라 최근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는 정몽준 의원은 11월1일 장 전 안기부장과 공개리에 회동, 대선정국의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록 입당이나 후보 단일화 등 구체적인 연대방식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상호협조키로 했다고 밝혔다.

장 전 부장의 제의에 의해 이뤄진 만남이고, 서로 후보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공언하지만 지지율 2위와 4위 후보와의 제휴란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장 전 부장은 아직 구체적인 대선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당선되면 그때 가서 모든 정부 정책을 검토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면 된다”며 “기존 정치인들이 실행에 옮기지도 못할 장밋빛 공약(空約)을 단지 득표를 위해 쏟아내는 것도 국민을 기만하고 실망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권력욕은 없으며 동서남북의 총괄적인 화해와 통합을 이룩해 보자는 뜻에서 뛰어들었다”며 “(대권도전이) 무모하게 비쳐지는 측면도 있겠지만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의 역할을 위해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전략을 묻는 질문에 그는 선거혁명의 새로운 샘플을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강조한다.

“조직도 없고 선거자금도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는 게 기본 관행상 이해될 수 없지요. 단기필마로 조직도 없이 빈손으로 출마해 국민 지지를 일정 부분 이끌어낸다면 돈 안드는 선거를 희망해 온 국민에게 선거혁명의 본보기를 보이는 게 아니겠습니까.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본인의 출마가) 나름대로의 상징적 의미가 충분히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는 승패보다 반목이 지속되는 사회에서 무언가 통합의 길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출마를 결심했다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분신격인 장 전 부장은 “(전 전 대통령이) 여러 가지로 염려를 하시더라. 내가 결례를 했다”며 전 전 대통령의 출마 반대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1/08 10:57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