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지구촌 자원분쟁은 시한폭탄


■자원의 지배
(마이클 클레어 지음/김태유 등 옮김/세종연구원 펴냄)

전쟁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노예나 자원 같은 즉물적인 이유에서 이념과 종교 같은 형이상학적인 명분이나 넘쳐 나는 공산품을 대대적으로 소모하기 위한 ‘소비 한마당’이라는 포스트모던적인 핑계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고 실 타래처럼 얽혀있다.

미국 애머스트 햄프셔대학 파이브 컬리지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국방 및 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의 <자원의 지배>는 지구상에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석유, 수자원, 광물, 목재 등 자원 쟁탈전이란 시각에서 정리했다.

저자는 석유의 보고인 카스피해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민족적, 종교적 차이에 따른 갈등 때문인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자원의 소유와 개발 권리에 관한 정부간, 혹은 정부와 원주민간 싸움이라며 자원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할 국제기구 설립을 촉구한다.

자원 쟁탈전이 전쟁의 주요 원인이라는 시각은 상식적인 주장이지만 자원분쟁이 냉전체제 붕괴이후 더욱 빈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진행중이거나 다툼이 예상되는 세계 각 지역의 자원분쟁을 짜임새 있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최대 불덩어리는 석유. 미국 정부는 카스피해 지역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중동에서의 석유수송이 봉쇄되면 서방의 수요를 충족시킬 대체공급원으로 카스피해 지역의 가치가 주목되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석유와 광물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새로 독립한 국가들을 둘러싸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도 남중국해에서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가 체첸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이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략한 것은 속내를 들어다 보면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석유자원 전쟁’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수자원 역시 분쟁의 강력한 뇌관이 될 수 있다. 나일강의 경우 하류에 이집트가, 상류에 에티오피아 수단 앙골라 등이 살고 있는데 최근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나일강 주도권을 놓고 대형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이 있는 요르단강, 이라크 시리아 터키가 있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도 파키스탄이 있는 인더스강 유역도 심상치 않다.

또한 다이아몬드와 목재, 구리 쟁탈전은 작지만 처절한 사투로 발전하고 있다. 이념 대결로 출발한 앙골라 내전은 최근 석유와 다이아몬드 공급권 갈등으로 양상이 바뀌었고 시에라리온 반군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벌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보르네오에선 1990년대 말부터 원주민 다야크족이 정착민을 죽이고 거주지에 주기적으로 불을 질렀고 파푸아뉴기니에선 구리를 놓고 긴장관계가 조성됐다.

입력시간 2002/11/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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