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데이트] '건강미인' 김선아

"닭살 내숭…나도 민망했어요"

김선아(27)가 영화 ‘몽중기(감독 정초신ㆍ강제규 필름)’에서 ‘섹시 심벌’로 성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그녀의 스크린 두 번째 작품 ‘몽중기’는 사춘기에 접어든 남자 중학생들의 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환상을 그린 코믹물(11월 6일 개봉). 극 중에서 학생들의 흠모와 성적 환상의 대상이 되는 수학 교생 ‘유리’ 역을 맡았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키스 한 번 못해본 숙맥인 여자 교생으로 나오지만, 학생들의 상상 속에선 섹시하고 요염하기 이를 데 없다.

가죽 브래지어에 채찍을 들고,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선아의 섹시 눈빛에 남학생들의 온 몸이 녹아 내린다. “잠깐 스쳐가는 장면인데도 굉장히 인상적인가 봐요. 촬영할 때는 여름이어서 가죽 옷 입고 땀 뻘뻘 흘리며 고생했지만 화면으로 보니 그저 웃음이 나네요.”

172cm의 큰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 있는 몸매 덕에 섹시한 이미지를 소화해 내는데 제격이다. 솔직히 섹시 ‘강도’를 좀 더 높일까도 고민했었다. 그녀는 “단순히 눈요기가 아니라, 현실 속 유리의 순수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강조한다.

CF와 시트콤에서 보여주는 ‘솔직 쾌활 명랑’한 캐릭터는 실제의 모습과 흡사하다. 때문에 ‘몽중기’의 천사표 ‘유리’ 역할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처음엔 이 여자(유리) 참 ‘재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닭살’이다 싶을 정도로 내숭을 떠니까요. 하지만 유리 역할에 빠져들수록 ‘그토록 깨끗한 감정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 이해하게 됐어요.”


촬영 내내 민망함의 연속

청순한 교생 분위기를 위해서는 촬영 전 하루 4시간씩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며 살을 빼는데 열중했다. 가늘고 여려 보여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스크린에 비친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 “여리기는 커녕 학생들 다 덮칠 만큼 건강해 보이네요.” 건강미인 김선아의 불만이다.

꾸미거나 ‘척’ 하지 않는 김선아가 ‘내숭 연기’에 도전한 것은 전(前)작 ‘예스터데이’의 영향이 컸다. 특수 수사대 여형사로 분해 제복을 입고 총을 들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한국의 ‘안젤리나 졸리’로 기억될 연기를 펼쳤지만 아쉽게도 월드컵 때 개봉해 결과는 ‘제로’였다. “영화 두 편에 출연해서 극과 극의 연기를 한 셈이에요. 흥행 여부를 떠나 전 똑 부러지는 캐릭터가 좋아요. 흐지부지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은 딱 질색이죠.”

‘몽중기’를 찍으면서 남자에 대해 공부(?)도 참 많이 했다. 남자의 성적 호기심에 관해서 말이다. 참외, 컵라면, 철봉 등 과일에서 운동 도구까지 생활의 모든 소품을 총망라한 ‘자위’ 방법에 혀를 내둘렀다. 촬영은 내내 “민망함의 연속”이었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덕분에 “남자에 관해 통달했다”며 웃는다.

극 중 교생 실습을 맡은 반의 담임 선생인 공병철(김범수)과 엮어가는 풋풋한 로맨스도 볼거리. 여고시절부터 고이 간직해온 공 선생을 향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가슴 졸이는 모습이 싱그럽다. “실제 학창시절 선생님을 좋아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초등학교 이후로 줄곧 남녀 공학을 다녔어요. 선생님께 관심을 둘 겨를이 어디 있겠어요. 남학생들 쳐다보느라…”고 했다. 활달하고 솔직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진실한 자세이다. 연기에도,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는 무려 10년을 만나온 남자 친구가 있다. “나를 많이 아껴준다. 인격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하지만 관계를 규정 짓는 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며 그냥 “지켜봐 달라”고 여운을 남겼다.


CF스타 아닌 연기자로 거듭날 것

1996년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느껴진다’라는 화장품 광고로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선아는 특이한 이력의 이민 1.5세대다. 서울 태생으로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일본으로 가서 중ㆍ고교를 다녔다. 대학은 미국 인디애나주 볼스테이트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서 잠깐 놀러 왔다가 친구 대타로 모델로 나선 것이 연예계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데뷔 CF를 비롯해 ‘피자헛’ 광고 등 ‘CF 스타’의 이미지가 강하다.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CF 두 편으로 5년 버티냐”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그 때는 연예인이 뭔지도 모른 채 재미있어서 일했어요. 지금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도 생깁니다.”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각 극장을 돌아다니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연작 예고편을 지켜보는 것이 요즈음의 주요 일과다. “연기에 대해 반성도 하고, 결과에 울고 웃는 과정이 모두 소중하다”며 배우로 살아가는 오늘이 너무 행복하단다. 미모의 CF스타를 넘어 연기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다부지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1/10 16:46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