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모자 골라야"

“중절모라고 디자인이 모두 똑같은 게 아닙니다. 챙이 넓은 것과 좁은 것, 가죽으로 만들어진 것과 천 소재 등 모양도 소재도 가지각색입니다.”

서울 동대문의 패션상가 ‘두산타워’에서 ‘모자방(4층 24호)’을 운영하는 탁흥렬(26)씨는 요즘 김두한 모자를 찾는 손님들에게 중절모에 대한 강의(?)를 펴느라 바쁘다. 그는 “중절모 하면 일반 사람들은 다 한 디자인인 줄 안다”며 “얼굴형이나 개성에 따라 어울리는 모자도 제각각”이라고 설명한다.

노인들의 방한모로 주로 이용되어온 중절모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부쩍 젊은 학생들이 많이 사간다. 예년에는 하루에 한 개도 팔기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3~4개씩은 꾸준히 나가는 편이다. 특히 챙의 한쪽 편만 접어서 언밸런스하게 쓸 수 있는 스타일이 인기다.

색상은 검정색이나 갈색의 수요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절모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오렌지나 카키 계열의 체크 무늬 등 화려한 색감도 등장했다. “화려한 색깔의 중절모는 힙합 등의 캐주얼 차림에 잘 어울려요. 일본풍을 좋아하는 젊은 층의 구미에도 맞아 떨어지구요.” 가죽 중절모의 가격은 2만원~2만5,000원. 천 소재의 경우 1만원을 약간 웃도는 저렴한 값에 판매된다.

김두한식 중절모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역시 드라마에 나오는 베레모의 인기에 비할 바 못 된다는 게 탁씨의 얘기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다 베레모를 좋아한다”며 “하루 평균 10여 개가 팔려나간다”고 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매출이 늘어 좋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중절모나 베레모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고객들이 드라마 주인공을 그대로 따라 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진짜 본인 얼굴과 옷차림 등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고르는 경우는 별로 없죠.” 탁씨는 “약간 마른듯한 역삼각형 얼굴의 사람에게 야인 스타일의 모자가 특히 잘 어울린다”고 귀띔한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1/15 14:30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