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33] 마카오

과거와 현재가 공종하는 동방의 작은 유럽

일년에 한번 마카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시가 된다. 매년 가을 열리는 그랑프리 대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로 49회를 맞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1954년 처음 개최된 이후 매년 11월 셋째 주 주말에 경기를 치르고 있는데 올해는 11월 14일~1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300여명이 넘는 레이서들의 경주를 보기 위해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중은 어림잡아 2만명. 세계 최고 대회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대회 몇 달 전부터 마카오와 홍콩의 호텔 예약은 이미 끝난 상태다.


꿈의 F1 출전 위한 필수 코스

마카오 그랑프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Formular3(F3). F3가 주목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승을 하면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F1(국제자동차연맹에서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90°회전 코스를 비롯하여 180°회전 코스 등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코스는 F1을 대비하는 시험 경주로도 인기 있다. F1은 월드 챔피언(World Champion)이라는 칭호가 주어지는 세계유일의 레이스이기 때문에 세계 최고를 꿈꾸는 레이서들이라면 마카오 그랑프리에 숙명처럼 모여들어 자신들의 기량을 겨루게 된다.

마카오 그랑프리 대회는 세계에서 유일한 ‘오토바이와 자동차 레이스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기’다. 레이서 또한 남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들의 호응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오토바이 그랑프리의 경우 총 15바퀴를 도는데 오토바이들이 펼치는 곡예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묘기에 가깝다. 뒤이어 마카오 컵 레이스, 투어리즘 오피스 컵 레이스, 서포트 레이스 등의 경기가 열린다. 행사의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F3 그랑프리를 위한 기아 레이스 웜 업을 비롯하여 서포트 레이스 B, F3 그랑프리 1, 2차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 죽음을 무릅쓴 도전인 F3 경주에서 우승하면 국제자동차연맹이 개최하는 F1 출전 자격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마카오 그랑프리의 가장 큰 특징은 시내에 놓여진 일반 도로에 자동차 경주장인 ‘서킷(Circuit)’이 만들어진다는 것.

도시 전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고안된 것일 수도 있지만 레이서와 관객 사이를 좀 더 가깝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루의 경주가 끝나면 관광객들은 그랑프리 코스를 거닐어 볼 수 있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도 있다.

오토바이 경주와 자동차 경주가 같은 곳에서 열리는 것은 마카오 그랑프리뿐이므로 다양한 계층의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랄프 슈마허, 쟈크 빌레뇌브, 세나 등 세계 정상급 레이서들 대부분이 마카오 그랑프리에 출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거리 곳곳엔 유럽의 향취 가득

마카오는 홍콩과 페리로 1시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홍콩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하루 정도의 일정으로 들르는 곳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카오에 이틀 이상을 머무는 여행객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마카오라는 도시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보이는 반응이다.

홍콩의 현대적인 분위기 화려한 볼거리와는 차이를 보이지만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기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탓에 도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유럽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중소 도시로 비춰지지만 하루 정도만 이 곳에 머물면 생각지도 못한 독특한 정취에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마카오는 마카오 반도와 타이파 섬, 꼴로안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섬과 반도는 다리로 연결이 되어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렇지만 반도에 자리한 마카오 시티는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아담하다. 아마도 이 점이 마카오를 처음 찾는 이들에게 길 잃을 두려움을 덜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마카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세나도 광장 주변에는 성 바울 성당을 비롯하여 다양한 쇼핑몰과 레스토랑이 모여있다. 차이니즈 레스토랑 다음으로 많은 식당은 역시 포르투갈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다. 포르투갈 식당의 대부분은 광장의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무리 작아도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로맨틱한 야외 정찬을 즐길 수 있다.

광장의 물결무늬 바닥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물결을 치는 듯한 바닥은 포르투갈의 전통 양식이라고 하는데 모두 포르투갈에서 들여온 모자이크 타일로 만든 것이다. 서울로 치자면 인사동과 명동을 섞어놓은 듯한 분위기로 설명하면 될 것 같다.


모든 명소를 걸어서 구경

성 바울 성당은 광장 주변에 있는 마카오의 또 다른 명소. 박해를 피해 피난 온 일본인들에 의해 지어진 곳이다. 대 화재로 인해 현재는 정면과 지하만이 남아있지만 여전히 웅장함이 살아있어 예전의 모습을 짐작케 한다.

성 바울 성당 옆길로 올라가면 마카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몬테요새에 이르게 되는데 한 때 총독의 관저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오늘날에는 마카오박물관이 들어서 있어 마카오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카오 시티의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두 가지 고민을 해야 한다. 산 위에 마련된 요새에서 감상하느냐, 아니면 모던한 분위기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야경을 감상하느냐다. 마카오에는 도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펜하교회, 몽하요새, 기아요새와 같은 곳이 자연적이라면 지난 해 문을 연 마카오 타워는 매우 현대적이다.

440년 동안 포르투갈의 지배 하에 있었던 마카오. 생각 같아서는 이 두 나라 사이에는 끊임없는 마찰이 있었을 것 같지만 이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충돌보다는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냈다.

1999년 2월 20일 홍콩에 이어 마카오 역시 중국으로 반환되었고 중국의 1국가 2체제 정책에 따라 특별 행정구(SAR)가 되었다. 때문에 현재 마카오는 나라라는 이름 대신 관광특구로 불리고 있다.


그랑프리의 역사를 한 자리에 - 그랑프리 박물관

그랑프리에 대한 마카오의 자부심은 박물관에서도 나타난다. 와인박물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그랑프리 박물관은 마카오 그랑프리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마카오 그랑프리 40주년을 기념해 1993년 개관했다. 일단 박물관에 들어서면 한번쯤 타보고 싶었던, 윤이 반짝반짝 나는 빨간 스포츠카와 제1회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한 트라이엄프 TR 2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된다. 이 곳에 전시된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모두 실제 경주에 참여했던 것들이다. 전시된 자동차들은 현역 시절의 날렵한 몸매를 유지한 채 지금이라도 굉음을 내며 달려나갈 것 같다.

이 박물관이 인기 있는 이유는 대회에 참가했던 경주용 자동차와 오토바이, 대회 장면이 담긴 비디오와 사진 등을 비롯해 시뮬레이션 레이스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한 자동차 경주 코스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실제 달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박물관은 관광정보센터 내 지하에 자리하고 있다.



☞ 항공편 우리나라에서 마카오로 가는 직항편이 없으므로 홍콩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페리 터미널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면 마카오에 도착한다.

☞ 통화 마카오 내에서는 홍콩 달러(HK$)와 마카오 파타카(Pataca, 표기는 MOP$)가 자유롭게 혼용되므로 현지에서 홍콩 달러만 환전해가도 이용에는 불편이 없다. 단 마카오에서는 홍콩 달러를 사용할 수 있지만 홍콩에서는 파타카를 사용할 수 없다.

☞ 기후 연평균 기온이 16~25도로 온화한 편이지만 습도는 평균 75~90%로 매우 높은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인 10~12월로 따뜻하고 습도도 낮다. 1~3월 겨울 역시 우리나라의 가을 정도로 그다지 춥지 않아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행 할 수 있다.

☞ tip 마카오 내에는 마카오박물관을 비롯하여 그랑프리박물관, 와인박물관, 해사박물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마카오엔 유럽의 각 도시처럼 박물관 패스가 있어 여행객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마카오에 이틀 이상 머물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박물관 패스를 이용해 볼 만하다. 처음 사용한 시점으로부터 5일 동안 유효하며 1인당 75MOP$(한화로 약 4,300원). 현지의 모든 박물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취재협조 : 마카오관광진흥청 (02)778-4402


글·사진 서태경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11/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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