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물씬한 우리의 것 찾아가기

전국35개 오지마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 <이색마을 이색기행>

한국 마을의 옛모습을 그리워 하는 사람에게 좋은 책이 나왔다.

<이색마을 이색기행>(실천문학사 펴냄)은 이색적인 풍경과 풍물, 숨겨진 문화를 간직한 색다른 마을 을 소개한다. 명승지나 유명 관광지 위주의 여행에 식상해 낯선 곳으로의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여기서 ‘이색’은 몬도가네식의 엽기가 아니라 한국 마을의 원형을 간직한 곳을 의미한다.옛모습을 간직한 마을이 이색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극소수로 밀려났다는 뜻 같아 서운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 바람에 당산마을이나 초가마을, 섶다리 마을, 두메마을, 다랑논마을 등 과거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마을도 이색마을에 포함됐다.

글을 쓴 시인 이용한씨는 “이 책에는 지형과 환경이 이색적인 곳도 있고, 그 마을의 풍물과 문화가 이색적인 곳도 있다.

‘이색적’이란 말이 암시하듯 여기에 실린 것들은 덜 알려져 있으며, 덜 인공적이고, 덜 정돈되어 있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동안 우리나라 각 지방의 풍물과 민속, 토종문호와 지역문화의 흔적을 더듬어 꾸준히 책을 내고 있다.

‘사라져가는 토종문화를 찾아서’ ‘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등을 냈다. 이 책은 전국 35개 마을을 강원도, 전라남 북도, 충청 경상남북도 등 3개 지역으로 묶어 250여 컷의 생생한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샘이 깊은물>의 사진부장을 지낸 안홍범씨가 맡았다. 때묻지 않은 풍경과 풍물 제1부 강원도에선 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영월 서강의 선암마을, 개울을 건너기 위해 겨울마다 놓았던 영월 섶다리 마을, 앞산 뒷산에 빨래줄을 매고 산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심신살골인 정선 두메마을, 궁벽한 오지 인제 삼둔사가리, 겨울이면 눈에 푹 잠기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인제 설피마을, 옹기굴뚝과 와편굴뚝으로 유명한 고성군 꿀뚝 고가촌, 한국의 그랜드캐넌으로 불리는 통리협곡의 삼척시 협곡마을 등 산골 마을이 소개된다.

전라남ㆍ북도에선 띠뱃놀이가 전해지는 부안 띠뱃놀이 마을, 당산나무와 솟대를 섬기는 고창 솟대당산 마을, 세계 최대의 고인돌 밀집지역인 고창 고인돌 마을, 초가집과 다랑논의 정겨운 풍경 때문에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장성군 금곡마을, 보기 민망한 정읍 남근석 마을, 호수에 갇혀 배 없이는 나갈 수 없는 섬마을 임실 뭍섬마을, 풍장 형태를 간직한 신안 섬마을의 초분마을, 다도해 국립공원 속의 성안마을, 구불구불 황톳길과 논두렁이 어우러진 영화 <서편제>의 무대인 완도 구들장논 마을 등이 등장한다.

제3부 충청도와 경상남ㆍ북도에선 사구와 습지가 공존하는 태안 모래마을, 돌그물과 나무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충남 비안과 경남 남해, 구불구불 다랑이 논이 아름다운 남해 가천마을, 선사 예술품을 볼 수 있는 울주 암각화 마을, 다양한 돌담과 옛집의 향기가 가득한 군위 한밤마을, 천혜의 물동이동 영주 무섬마을 등을 만날 수 있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11/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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