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에 핀 문화의 꽃

해남 미황사 작은 음악회 '달이랑 별이랑 사람이랑'

11월 9일 토요일 오후 6시 땅끝 마을 전남 해남군 미황사의 대웅전 앞마당. 올해로 세번째 열리는 땅끝 마을의 작은 음악회 ‘달이랑 별이랑 사람이랑’은 1,000여명이 참여자가 내뿜는 열기로 서서히 달아올랐다. 적막감이 감돌던 달마산 자락과 땅끝마을 하늘은 참가자들의 이름을 새긴 오색연등으로 붉게 물들었고,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은 동구밖까지 길게 이어졌다.

행사를 준비한 미황사 주지스님 금강은 “작년에는 가을비가 유난스러워 어려움이 많았지만 올해는 경내를 깔끔하게 단장하고 12m 괘불 부처님을 모시는 괘불제 등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우리 지역 사람들과 미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여 부처님과 대자연에 감사하고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는 날입니다"며 은은한 미소를 머금었다.

예불과 창건 서사시 낭송, 인간문화재 이애주 서울대 교수의 창작 몸짓, 전병주의 대금연주 순으로 공연이 이어지면서 참가자들은 너나 없이 산사를 가득 채운 늦가을 문화향기에 빠져들었다.

“내년 봄에 독집 음반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스님 포크가수 법능의 아름다운 통기타 선율은 앵콜을 네 번이나 받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또 땅끝마을 아이들이 ‘통일’을 기원하는 동요를 부를 땐 모두가 한마음으로 합창을 했고 정기열 할아버지의 판소리 가락과 해남 우수영 사람들의 부녀농요, 땅끝마을 어머니들의 풍물은 듣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언론에 별로 소개되지 않았던 땅끝마을 미황사의 작은 음악회는 입소문만으로 참가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번 공연에는 무려 1,000여명이 참여해 ‘작은 음악회’란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내려온 주부 최은진(35)씨는 “도시 음악회와는 달리 화려하지도 않고 유명가수도 출연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미황사를 배경으로 착한 마음씨를 가진 땅끝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무대는 어느 음악회보다 따뜻한 정성이 느껴진다”며 “송지면에서 미황사 입구까지 햇빛에 넘실거리는 황금 갈대로 뒤덮인 시오리길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최규성 사진부 차장

입력시간 2002/11/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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