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교육제도가 반쪽짜리 인생을 만든다


■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청어람미디어 펴냄)

일본의 도쿄대 신입생에게 물었다.

“도쿄와 삿포로 사이의 직선거리는?” 대답은 30 ㎞에서 10만㎞까지 다양했다. 진짜 거리는 831 ㎞이다. 근사치 정답을 맞춘 신입생은 7.2%에 불과했다.

“1엔 짜리 동전의 지름은?” 일부 신입생은 0.1㎝하고 답한 반면 일부는 5㎝라고 응답했다. 정답은2 ㎝. 정답자는 26.8%였다.

“지구 둘레는?” 최단 1,700㎞에서 최장 46만㎞란 대답이 나왔다. 정답은 4만㎞이다. 33%가 틀렸다.

도쿄대는 수재들이 모인다는 일본의 최고 명문대학. 그런데 위의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평가하면 이 대학의 신입생들은 기본적인 상식과 일상적인 감각이 모자란 바보인 듯하다. 천재와 바보는 동전의 앞뒤와 같은 관계이기 때문일까.

일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교육제도가 빚은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다카시의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는 고등학교에서 기초 과학 교육을 죽이고 대학에선 붕어빵 교육을 시키는 일본의 교육제도에 대한 통렬한 비판서다.

그는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잘못된 평등주의가 횡행하면서 문부성이 지도하는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이 국가 전체의 교육 수준을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국가 관리형 획일적 교육시스템을 그만두지 않으면 문부성 지도 아래 국가가 침몰하게 될 것”이라는 교육망국론을 폈다.

저자는 도쿄대를 2번 졸업했다. 그는 불문과를 졸업하고 문예춘추 기자를 하다 다시 철학과를 나왔다. 1974년에 출간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인맥과 금맥’은 심층보도의 전형으로 다나카 수상이 낙마하는 단초가 됐다.

저자의 개선 처방은 기발하다. 대입시험장에서 사전 등 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암기부담을 덜어주자든지, 도쿄대생 일부를 제비뽑기로도 뽑아 입시의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등의 제안을 한다.

엉뚱한 처방을 제시한 속내는 딴 곳에 있다. 입시에 휘둘리지 말고 교양교육에 치중하자는 취지다. 여기서 그는 통념에 역행하는 독창적인 주장을 한다.

21세기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의 시대인만큼 현대적 교양을 갖춘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으며 21세기에 필요한 교양은 고전이 중심이 된 일반적인 교양이 아니라 각 학문의 최전선에 있는 최신 보고서를 중시한 첨단 교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교육 환경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도쿄대를 서울대로, 문부성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꿔 읽어도 책의 뜻이 그대로 통한다. 슬픈 일이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11/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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