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애매'가 때린 뒤통수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태어났을 때 유전자의 오묘한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고 나와 꼭 닮은 판박이였다. 나로서는 기쁘기 그지없는 상황을 다른 사람들은 탄식과 걱정의 목소리를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득녀를 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떤 이는 나와 꼭 닮았다고 하자마자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앞으로 딸은 공부를 많이 시키셔야겠어요.”

그랬던 딸이 자라면서 매해 얼굴이 조금씩 바뀌더니 아내의 표현대로 “아빠를 닮았는데 업그레이드 된 상태랍니다”이다. 딸은 지금 발레를 배우고 있는데 장차 십몇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이 걸작이다.

“요즘은 개성시대니까 일단 몸이 잘 빠져야 돼. 적당한 키에 몸매가 받쳐주면 패션으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거든. 얼굴이야 영 아니다 싶으면 몇군데 손 좀 보면 되는데 몸은 안되잖아. 손을 본대도 견적이 너무 많이 나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몸을 만들어줘야 이담에 딸내미한테 원망을 안듣지.”

아내같은 일반 사람들도 성형수술에 관해서 거리낌이 없어진 판국이다. 예전 같으면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요즘은 남녀노소의 구분없이 단점을 보완한다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연예인들에게도 성형수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누가 봐도 다 아는데 시치미 뚝 떼고 “살이 빠져서 얼굴선이 살아났어요”라던가 “자고나니까 쌍커풀이 생긴거 있죠?”라는 소리를 해댄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이 어디 그렇게 만만한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도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스타들의 옛날 사진을 구해서는 지금과 비교해 놓은 걸 많이 보게 된다. 개중에는 그다지 변모한게 두드러지지않은 스타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허걱’소리가 날만큼 완벽하게 뜯어고친 경우도 자주 본다.

당사자들이야 펄펄 뛸 노릇이지만 자신을 그대로 노출시켜 상품화해야 하는 스타들의 직업을 고려한다면 성형수술은 어디까지나 팬 서비스 내지는 능력개발 차원으로 봐주어야하지 않을까. 사람들 의식 또한 어쩌다 이마나 눈가에 잔주름이 두드러진 연예인을 보면서 ‘어이구, 저사람은 요즘 돈을 못버나? 보톡스 주사라도 좀 맞지’라고 할만큼 변모하긴 했다.

여자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남자 연예인들도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내가 아는 A군은 좀 특이한 곳에 칼을 댔다. 평소 자신의 물건(?)이 작다고 생각한 A군은 알게모르게 심하다 싶을만큼 콤플렉스를 느꼈다.

“확대수술을 받고싶은데 너무 비싸서…일단 거기에 구슬이라도 박아야겠어. 형, 내가 떠서 돈을 벌면 제일 먼저 확대 수술 받을거야. 꼭, 기필코, 반드시…”

사뭇 비장하게 다짐을 하더니 어느날 뭐 싼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며 나타났다.

“나 드디어 구슬 박았잖아. 근데 비뇨기과를 가려니까 그래도 얼굴이 팔렸는데 망설여지더라구. 돈도 많이 들 것도 같고…아는 사람이 야매하는데를 소개해줘서 감행했지. 단돈 15만원에. 근데 형, 야매라 싸게 해서 그런가 마취도 안하고 그냥 칼을 대더라. 나 죽는줄 알았어.”

세상에, 마취도 안하고 생살을 찢어서 수술을 했다는 말에 나는 기겁을 했다. 그 정도로 독한 놈이면 언젠가는 반드시 뜨겠다 싶은 막연한 추측까지 들 정도였다.

수술한 곳이 아물면 같이 사우나에 가서 자신감을 회복한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A의 수술자리는 몇날 며칠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먹고 바르던 항생제로 버티던 A는 드디어 피고름까지 나는 상황에 이르자 겁을 집어먹고 끝내는 비뇨기과를 찾았다.

비뇨기과를 다녀온 A는 넋이 빠진 사람처럼 징징거렸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거든. 야매로 했다고 고백을 했지. 그랬더니 형, 의사가 실실 웃더니 비뇨기과에서도 구슬 박는건 15만원이래. 거기다 마취까지 해준다는거야. 진짜 그 자리에서 팍 죽고싶더라.”

입력시간 2002/11/21 11:2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