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자궁근종

결혼 연령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성들이 학력이 높아지고 사회 활동 영역이 늘어나면서 결혼보다는 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혼기를 놓친 여성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라는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 사감선생님 역시 히스테릭한 노처녀로 같은 여성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매우 안 좋은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리 의서에 보면 여성이 적절한 나이에 결혼하지 않았을 때는 정신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될 수 있음을 예견하고 있다. 과부나 노처녀, 성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병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중 월경불순이나 하혈, 자궁 내 종괴 덩어리 등이 대표적으로 등장한다.

즉 요즘 말하는 자궁근종이나 호르몬 불균형이 모두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자궁근종은 30대나 40대 젊은 여자의 25%에서 나타난다. 자궁의 근육 부분에 덩어리가 지는 것으로,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으며, 어린 소녀나 폐경이 지난 할머니에겐 거의 없고 호르몬 분비가 많은 젊은 여자에게 많이 생긴다. 호르몬 분비가 제일 왕성한 임신기간이나 피임약 복용기간에는 크기가 커진다.

자궁근종은 대부분 산부인과 정기검진으로 우연히 발견되는데 근종의 확인은 가장 간편한 초음파 촬영으로도 대부분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컴퓨터 단층촬영, MRI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미세한 근종이 자궁 내 점막에 위치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자궁 내시경을 통해 자궁 내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여 진단하기도 한다.

자궁근종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단, 자궁근육세포의 비정상적 성장과 유전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추측될 뿐이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 생각해 보면 원인이 있다. 우리 몸에는 기(氣)와 혈(血)이 흐르고 있는데 기(氣)라는 것은 양(陽)으로 에너지를 의미한다. 혈(血)은 음(陰)으로 양과 상대적인 개념이며 물질이란 의미에 가깝다. 기(氣)는 추동력, 즉 움직이는 에너지이고, 혈(血)은 자원과 식량이 된다.

기(氣)와 혈(血)이 흐를 때에는 항상 기(氣)의 에너지로 혈(血)을 운반한다. 기혈(氣血)은 부부관계처럼 상호 보완적이며, 함께 다닌다. 기(氣)가 혈(血)을 지고 다닌다고도 볼 수 있는데 혈(血)이 너무 무거워서 기(氣)가 힘이 딸리게 되면 길을 가다가 그냥 내려놓고 자기만 갈 길로 가버린다. 이러한 일이 자궁에서 일어난 것이 자궁근종이다.

그러면 자궁근종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물론 아예 수술로 없애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같은 근종이라도 근종을 발생시킨 원인에 따라 치료하는 것이 보다 고차원적인 치료법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기운이 울체된 경우 이것을 풀어주는 것이 치료법이 될 것이요, 기(氣)가 허해서 생긴 경우 기(氣)를 보해서 치료해야 한다. 혈(血)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경우에는 때로는 새로 혈(血)을 생성시키거나 어혈(瘀血)을 제거해야 될 때가 있다.

근종이 생겼다고 무조건 근종만 없애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근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밑에 깔려있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나, 인체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할 때나 해법은 같은 것 같다.

옛날 사람들이 정치적인 지도자로 도덕성이 높은 사람과 탁월한 철학적 식견을 가진 사람을 원했던 것처럼 의사에게도 그러한 조건이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병원장

입력시간 2002/11/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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