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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필승전략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필승전략

“ TV토론회에 모든 것 건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 방식 합의 결정에 따라 모든 관심은 11월22일 전후로 예정된 TV 토론회로 쏠리고 있다. 양 후보 캠프에서는 이미 단일화 정신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서로의 장점과 차별성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1주일 필승전략’ 구축에 들어갔다.

두 후보가 “TV 토론은 정책 중심으로 한다”고 합의한 만큼 상대방에 대한 인신공격은 자제하는 한편 정책과 논리를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는 쪽으로 TV 토론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낡은 정치의 타파와 남북관계 발전, 경제ㆍ농업 개방 등 총론적인 부분에는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나 교육과 재벌개혁 문제 등 세부적인 내용에는 적잖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도개혁을 표방하는 노 후보에 맞서 중도 통합을 외치는 정 후보의 팽팽한 논리싸움에서 과연 누가 더 설득력이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이다.

여기에는 후보 개인의 화술(話術)과 어투, 외모 및 분위기에서 표출되는 이미지에서 순발력, 유머감각 등 모든 부분이 평가잣대로 활용된다. 이 같은 요소들은 사회각계에서 다양하게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도자의 기본 자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후보단일화가 ‘반창’(反昌) 라인의 연합이란 점에서 “누가 이회창 후보의 대항마로 적합한가”라는 점도 토론회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


노무현 후보, “진솔ㆍ친근한 이미지로 승부”

노 후보 측은 갑작스런 후보단일화 결정에 따라 예정돼 있던 지방 방문 일정을 재조정하고 선대위 내에 후보 TV토론 대책팀을 긴급 편성, 발빠른 ‘예선’ 준비에 들어갔다. 다만 17일 강원지역, 19일 부산지역의 노 후보 초청 TV 토론은 일정대로 소화해 실전을 통한 훈련도 계속했다.

정책면에서는 교육 문제의 고교평준화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분야에서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한편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좀더 적극적이며, 한미관계에 있어선 수평적 관계를 강조해온 부분을 부각할 방침이다. 이런 점에서 정 후보와의 차별성을 뚜렷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개혁세력을 포함한 젊은 층에 보다 확실한 이미지를 심겠다는 목표다.

노 후보의 말투는 때론 거칠고 투박한 편이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일용 노동자에서 판사ㆍ인권 변호사와 국회의원, 장관에 이르는 다양한 계층에 속했던 경험에 따라 서민적 어법과 비유가 많이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간접화법보다는 직접적인 어휘 구사가 많고 자신의 강점과 정책을 나열하기 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이 대부분이다.

이런 다소 덜 정제된 답변 행태로 “솔직한 면이 좋다”와 “세련되지 못하고 공격적이다”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가 그 동안 잦은 설화(舌禍)에 시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제기된 장인의 좌익전력 부분에서 “대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고 되물은 그의 말은 심각한 상황을 감성적 표현으로 뒤집은 노무현 화법의 백미로 꼽힌다.

이밖에 노 후보의 유머는 듣는 사람의 의표를 찌르는 ‘황당 개그’가 많은 편. 한 지역 주민이 “TV에서 보던 것보다 주름살이 적네요”라고 묻자 “다리미로 좀 다렸습니다”라고 답해 폭소를 자아냈으며, 정풍(鄭風)이 상한가를 거듭하던 때 “단일화를 검토해 본 적은 있다”고 밝힌 뒤 옆의 참모에게 “나 떨고 있니?”라는 말로 무거웠던 분위기를 일순간 웃음바다로 반전시키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노풍(盧風)의 계기는 노 후보의 친근하고 솔직한 화술로 점화됐기에 TV 토론을 거치면서 국민이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몽준 후보, “경제ㆍ안보대통령 이미지 각인”

정 후보도 11월 16일 부산 방문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노 후보와의 일전에 대비한 전력 정비에 들어갔다.

김민석 전략위원장은 “TV 토론에 주력하기 위해 가급적 다른 일정을 잡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1주일이 결선을 위한 마지막 준비기간이므로 전반적인 토론 방향을 재조정해 결전에 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당내 정책위와 자문교수단, 데이터 베이스 관리팀 등을 총동원하는 한편 정 후보 지지율 제고 행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획기적 대선공약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는 이른바 ‘MJ 프로젝트’를 당초 계획보다 빨리 풀어 정책홍보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또 TV 토론에서 정 후보의 ‘단일화 결단’을 부각시킨다는 전략 하에 ‘합리적 지도자상’ 과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상’의 이미지 심기에 전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제 및 안보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 각인을 통해 노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방침이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여론조사 상대전적이 노 후보에 비해 우세한 점도 적극 홍보ㆍ강조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 후보의 어투는 좀 특이하다. 대부분 “~요”로 끝나기가 일쑤다. 또 대화 중간중간에 가벼운 웃음이 늘 입가 주변에 맴돌기도 하고 가벼운 농담도 자주 섞는 편이다. 그래서 반응도 ‘편안한 이미지’와 ‘산만한 분위기’로 엇갈린다.

화법면에서는 핵심을 피해가면서 나름대로 멋있는 비유를 들이 대며 돌려 이야기하려는 스타일이다.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쉽게 말리지 않는 장점이 있는 반면 ‘사오정식 엉뚱한 답변’이란 지적을 곧잘 받기도 한다.

“현대전자 주가조작 관련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산불을 지키는 사람더러 산 위에 날아간 기러기가 몇 마리더냐고 묻는 격”이라고 응수했고, 지방대 인재 양성 계획을 물었더니 “울산에서 유치원 다섯개를 운영하는데 운동장 두개를 넓히고, 산에 야영을 가게 해서 자연을 느끼게 할 생각…”이란 식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그의 유머는 ‘허무개그’로 비유될 정도로 좀 썰렁하기까지 하다. 경기 일산의 백마부대 방문 시에는 “대학생 때 승마를 자주 했는데 그때 탔던 말이 백마여서 나도 이 부대와 인연이 있다”고 말해 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그의 화술을 놓고 측근들은 “30대부터 대기업 리더를 지낸 경력으로 남의 말을 집중해 듣기보다는 말을 해야 하는 자리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약간 어리숙해 보이는 모습에서 재벌 이미지와 고압적인 ‘4선 정치인’이란 면은 상당부분 희석된다는 평가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1/2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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