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세상을 향한 간절한 기원의 몸짓

■ 제목 : 거울 옆 양탄자 위 여자 누드
(Female Model On Oriental Rug with Mirror)
■ 작가 : 필립 펄스타인 (Philip Pearlstein)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152.4cm x 182.9cm
■ 제작년도 : 1968
■ 소장 : 뉴욕 휘트니 미국 미술관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요즈음 추진중인 고화질 텔레비전 방송은 기존 TV에서 느낄 수 없었던 화면의 선명함과 사실적 현장감을 전달한다고 한다. 각종 차세대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방송서비스가 향상된 것은 바람직하지만 방송인들의 땀구멍까지 확인이 되는 시청이라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쩌면 평상시 좋아하던 연예인에 대한 환상은 마치 초등학생이 천사라고 생각하던 여선생님이 화장실을 가는 장면을 목격한 것과 같은 충격을 던질지도 모른다.

미술사의 흐름과 함께한 작품 안의 인물들은 우아하고 아름답거나 추상적이지만 신비롭게 저마다의 매력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형성된 극사실주의 작품들은 고화질 화면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형상처럼 육안으로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추악한 모습까지 클로즈업되어 있다.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척 클로즈는 사진이나 슬라이드를 이용하여 사람의 얼굴을 거대하게 확대시켜 흉측할 정도로 미세한 부분까지 표현하고 있으며 필립 펄스타인은 자연의 풍경이나 사람의 모습을 2차원의 화면으로 그대로 옮겨놓는 등 어떠한 감정 없이 들여다본 세계의 현상을 그저 기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펄스타인은 모델의 얼굴을 과감히 잘라내거나 표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주관을 적극 배제하고 중립적인 현상을 유지시킨다. 당시 베트남전으로 인한 전쟁의 혐오와 공황의 허덕임 속에서도 물질주의가 더욱 만연했고 이 바람에 인간은 더욱 메마르고 공허해졌다.

필립 펄스타인의 작품 안에서 당시 사람들의 마비된 정서처럼 숨막히게 멎은 여인의 자태는 또 다른 움직임을 향한 멈춤이자 새로운 세상으로의 기다림을 느끼게 한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1/24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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