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구] "영화배우로 돌아왔습니다!!" 배우 이종원

그의 눈에선 늘 타는 목마름이 느껴진다. 그래서인가 많은 작품들에서 그는 유난히 야망의 화신으로, 출세욕에 불타는 남성상으로 등장했다.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끝없이 달릴 수 밖에 없는 스포츠카를 닮은 배우 이종원, 이제 그가 스크린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10월 25일 숱한 화제를 뿌리며 영화 <밀애>가 개봉했다. <밀애>는 이미 개봉 전부터 ‘격정멜로’라는 장르에 걸맞는 파격적인 정사장면들과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국내외에 명성이 드높은 변영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이유 등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그 관심의 한가운데에 <계약커플,96> 이후 7년만의 영화 출연을 감행한 배우 이종원이 있다.


설레는 7년만의 스크린 나들이

“오래 기다렸던 만큼 기대도 설렘도 더 큽니다.”

영화는 늘 그를 목마르게 하는 갈증의 대상이었다. 도회적인 외모와 남성다운 터프함으로 TV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으로 여기저기 불려가며 바쁜 생활을 보내긴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늘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본인도 말했다.

“그래도 성급하게 욕심을 채우고 싶진 않았어요. 연기를 한 두 해 할 것도 아니고 평생을 배우로 살 결심을한 이상 언젠간 자연스럽게 내 몸에 딱 맞는 옷과 같은 인연이 찾아오리라 믿었죠.”

그리고 드디어 <밀애> (감독 변영주, 제작 좋은 영화)를 만났다. 격정 멜로를 표방하는 영화답게 노출장면도 많았지만 <주유소 습격사건> <선물> 등의 작품들을 제작해온 제작사 ‘좋은 영화’와 변영주 감독의 역량을 믿고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밀애>에서 그가 맡은 인물은 상처입은 유부녀 미흔(김윤진 분)을 도발하며 격정적인 감성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시골 의사 인규이다. 위험하지만 섹시한 그의 외피(外皮)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역할이다.

“격정적인 순간이요? 왜 없었겠어요.” 그의 인생에 격정적인 순간을 물었더니 대뜸 지금의 아내와의 연애시절이 가장 격정적인 순간이었노라 털어놓는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나 마찬가지일거라며 사랑이야 말로 청춘의 격정기이자 삶의 절정이 아니겠냐며 웃음으로 되묻는다.

“힘든 순간도 많았죠. CF 하나로 운 좋게 떴다는 비아냥도 들어봤고.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너무 판에 박힌 대답일진 몰라도 사랑하는 가족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욕심,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 그 하나만으로 열심히 꾸준히 달려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방송가에 소문난 성실성 하나로 10여년을 달음박질 해 온 그의 필모그래피는 꽤 많은 드라마들로 채워져 있다. KBS,MBC,SBS 세 방송사를 아우르며 <홍길동> <청춘의 덫> <젊은이의 양지> <마지막 승부> <짝>등 하나같이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들의 목록이 바로 그것이다.

그 많은 드라마들에 함께 출연했던 상대 여배우들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었다. 심은하, 하희라, 김혜수, 유호정, 전도연 등이 그와 호흡을 맞춰왔다. 당연히 여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라면 아무래도 <짝>이란 드라마에서 오래 함께했던 김혜수씨와 <청춘의 덫>에서의 심은하씨죠.“ 심은하의 연기력을 새삼 만인에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던 드라마 <청춘의 덫>은 그에게도 참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청춘의 덫>은 제겐 배우 인생의 전환을 맞게 해 준 작품입니다. 연기 이상의 소중한 것들, 작품을 향한 열정과 역할과의 일체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김수현 선생님 같은 대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것과 좋은 배우들 믿음이 가는 스태프와의 작업이 주는 기쁨을 느끼게 해 준 드라마죠.”


연기하며 배운 인생 “행복해요”

“연기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 배웠다”는 그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연기를 할 수 있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고 기쁨을 나눌 줄 아는 친구들이 있노라고.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꼭 성취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 않을까?

“없습니다. (웃음) 욕심 없는 놈이라고 욕하실진 몰라도 꼭 해내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그 무엇은 없어요. 단지 좋은 아들이자 좋은 남편, 그리고 좋은 가장으로서 살고 싶어요. 한가지 더 있다면 사람들에게 좋은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죠.”

그 정도면 욕심이 없는 게 아니라 욕심이 아주 큰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을 참고 대신 좋은 연기자란 어떤 연기자인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좋은 연기를 펼치는 연기자가 좋은 연기자겠죠? (웃음) 농담이고. 정답이 없는 질문 같아요. 열 사람이면 열사람 다 좋은 연기에 대한 기준치가 다를테니까. 하지만 저에게 있어 좋은 연기란 믿어주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가 좋은 연기인 것 같습니다.”

벌써 차기작도 정해졌다고 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할 영화 <나비>가 다음 영화로 잡혀있다. 앞으로 영화에서도 그를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스포츠카가 진짜 매력적인 이유는 달리고자 하는 열망을 소유해서라고 했다. 배우 이종원, 진정 스포츠카를 닮은 것은 미끈하게 잘 빠진 그의 섹시한 육체가 아니라 좋은 연기를 향해 쉽게 사그러들 것 같지 않은 그의 열망인지도 모른다.

김성주 연예리포터

입력시간 2002/11/24 19:1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