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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TOWN] 해안선

[CINEMA TOWN] 해안선

'선'을 넘은 인간의 집단적 광기

■ 해안선   감독 : 김기덕 
■ 주연 : 김정학, 박지아, 유해진, 장동건 
■ 장르 : 드라마 
■ 등급 : 18세 이상 
■ 상영시간 : 94분 
■ 개봉일 : 2002년 11월 22일
■ 스마일 점수: 
■ 오락성 : ???
■ 작품성 : ???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안선’을 보기 전에 김 감독이 왜 충무로의 반항아 혹은 이단아라고 불리고 불리는지 알아 보자. 김 감독의 영화는 흔히 대중들이 보고 즐기는 영화라기 보다는 이성이라는 이름의 보편화적 억제로 인해 일그러진 인간의 정신 분열적 내면을 예리하게 파헤쳐 거기에 의문을 던지는, 이해하는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엽기적인 장면이나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저능아적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하는 것이 그의 영화에서는 추상화나 데 키리코의 형이상 회화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는 느낌에는 어떤 중압감 같은 것에서 오는 묵직한 불쾌감이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그것은 아마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우리의 성역화된 치부를 그의 영화를 통해 해킹당한듯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영화는 자신의 내면이자 우리의 내면이기도 한 그 모순체를 실랄하고 리얼하게 꼬집어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섬’을 보고 있노라면 거부감이 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상과 정상이라는 것들의 모호한 경계와 그 구분들’에 대해 의문이 생긴다.

어떤 모습이 우리들의 진짜 내면일까? 김 감독의 영화는 언제나 그것을 묻는다. 어떤 이는 ‘매스껍다’ 혹은 ‘잘난 척한다’는 식의 말을 던지며 조소하는데, 무엇이 되었건 새로운 시각에 의한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김 감독의 작품이 한국 영화의 발전적 방향 제시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을 것 이다.

김 감독은 특유의 실험정신과 벤처정신으로 ‘악어’ ‘야생동물보호구역’ ‘파란대문’ ‘섬’ ‘실제상황’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 총 7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나름의 색깔과 입지를 확보해 왔다.

미스터리한 것은 흥행과는 거리가 먼, 철저히 저예산의 영화만을 제작해 왔는데도 아직까지 영화계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싸구려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가 실험정신으로 만든 영화는 극장가로 나올 때 마다 세간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상륙돌격형 해병대 머리 한 장동건

이번에 나온 ‘해안선’은 어떨까. 관심을 모은 것은 우선‘김기덕+장동건=???’ 이라는 공식이고, 또 하나는 장동건이 살벌한 해병대 머리 ‘일명 상륙돌격형’으로 삭발한 해병대원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꽃미남’이기만 했던 그가 관객들로부터 그 역할을 소화해 내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들을 수 있을지…

장동건은 촬영 후 소감에 대해 무척 힘들게 찍었으며, 자기가 맡은 배역 중 가장 힘든 역할이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면 영화 ‘친구’에서 나름대로 터프한 배역을 잘 소화해낸 그가 해병대라고 해서 별 무리가 있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가 힘들었다고 하는 것은 해병대 훈련도 그렇지만 자신에게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넋 나간 이의 연기를 제대로 해 내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그는 박쥐부대의 투지 넘치는 병사로 해안선 경계근무를 서게 되는데, 어느날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에서 정사를 벌이는 두 남녀를 발견하게 된다. 평소 간첩을 하나 잡지 못해 눈에 불을 켜던 그는 두 남녀를 경계선을 잠입하는 간첩이라고 오인하고 발포한다.

한참 ‘작업’ 중이던 음탕 ‘남’은 박쥐부대 열혈남아의 느닷없는 기관총 난사에 애인의 배위에서 억울하게 죽어간다. 보기 드문 형태의 ‘복상사’다.

사람을 죽인 장동건은 어찌 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부대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충실히 임무를 완수했다면 포상휴가를 보내준다. 이런 경우 당사자는 보통 심리적 괴로움과 죄책감으로 휴가를 반납하기도 하건만, 그는 휴가를 받아 챙긴다.

휴가를 나온 뒤 영화의 분위기와 이야기는 슬슬 전환되기 시작한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표현법인 심난함과 우울함이 수면 위로 서서히 부각되는 것이다. 장동건은 그 사건에 대한 괴로움으로 점점 정신상태가 이상해진다. 정신분열 증세다.

결국 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정상인이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그 지옥 같은 군대를 다시 찾아가는 미친 짓을 반복한다.

여기까지 내용을 보면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이 다른 누군가에겐 하나의 성과가 될 수 있다는 것, 소위 ‘죽인 자’와 ‘죽은 자’의 구도가 묘하게 얽히면서 그 속에 여러 질문들이 깔린다. ‘진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 걸까’ ‘가치란 과연 무엇일까’ 등등.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러한 모순을 지적하고 묻는 형식의 구조를 가진 영화가 아니다. 그 혼돈의 개념을 미쳐버린 박쥐부대원 장동건을 통해 새롭게 혹은 엉뚱하게 다시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다.

영화 자체는 내용과 출연자, 그리고 구성 등에 이르기 까지 전반적으로 별 무리 없이 궁합을 잘 맞춘 느낌이다. 군대를 안간 청소년들이 보기에도 별로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수능시험 후의 특수를 생각했던 영화사는 크게 아쉬운 부분. ‘몬스터 볼 같은 것도 15세 관람가인데 이 영화가 왜?’ 라는 불만을 터뜨리는 관계자를 보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윤지환 영화평론가 tavarish@hanmail.net

입력시간 2002/11/2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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