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다시 어두워진 한반도

이번 대선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한반도는 세계 속에 “어둡고 괴로운 남과 북”으로 다시 비쳐 지고 있다. 비록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 미국은 북한 주민들과 우호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성명(11월 16일)을 냈지만 여전히 한반도는 어둡다.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 외무성 제2회의실에서 김계관, 강석주 차관으로부터 전해들은 “핵탄두를 만들만한 농축 우라늄 제조 계획을 갖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은 ‘햇볕’을 어둡고 차가운 ‘달빛’으로 변모 시켰다.

두드러지게 깊게 이를 부각 시킨 사람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캐런하우스. 그녀가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윌스트리트 저널의 서울발 ‘대화’는 ‘남쪽으로 가다’라는 칼럼의 부제목에서 ‘어두워지는’ 한국의 ‘햇볕정책’이라 표현했다.

이 여성 논객은 1970년 텍사스대 언론학과를 나와 78년에는 윌스트리트의 국무부 출입기자가 되고 84년에는 중동에서 후세인 요르단 왕을 심층 인터뷰해 퓰리처 국제부문 상을 받았다. 이 기사는 레이건 대통령의 중동정책에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칼럼을 쓰며 95년부터 윌스트리트의 발행인, 월스트리트의 모기업인 도우 존슨의 수석 부사장 등을 맡았다.

그녀가 서울에서 3명의 대통령 후보 김 대통령들의 측근들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40여년전 미국과 소련이 쿠바의 미사일 배치를 둘러싸고 벌였던 공포와 분노는 서울에 없었고 평양에서도 20대의 소련처럼 도전성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특히 그녀는 이회창 후보를 제외한 노무현, 정몽준 후보에게서 “(두 후보가) 김정일보다 부시를 더 우려하고 있으며 대화를 바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외교정책을 대화에 대한 신념으로 고착화 시키는 것은 미국이 한없이 참으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 하는 것과 같다”고 전제 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대화와 원조만을 계속하는 햇볕정책을 써왔다. 그 결과는 현재의 벼랑 끝 상태며 ‘햇볕정책’을 거덜냈다. 김정일이 서울, 도쿄, 워싱턴에 핵포기 선언을 한 것이 ‘햇볕정책’이라고 설명한 것을 거짓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칼럼의 부제목을 현재의 한반도 사태를 ‘햇볕정책’의 중심인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져 ‘어둡게 되는’ ‘eclipse’(蝕)이라 표현했다.

또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가 11월 14일 밤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드리워 졌다. “별빛 찬란한 ‘시네마 부산’의 밤”을 로이터 통신 영화담당기자 에드워드 데이비스는 ‘어두운’ 영화축제로 느꼈다.

데이비스는 북한이 핵제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에 왜 영화제 개막작품이 군사분계선을 다룬 ‘해안선’(김기덕 감독, 장동건, 박지아주연)을 상영하느냐고 반문했다. ‘해안선’은 영어로 ‘해안초소’(coast Guard)로 나와 있었다. 데이비스에게 이 영화는 군사분계선 세트를 필름에 담은 ‘어두운’ 영화였다. 왜 이런 영화를 개막작으로 내놓았을까의 의문을 그는 추적했다.

이제 7번째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정장 차림의 여러 외국 영화인과 관계자들이 참석 했다. 반면 개막작 ‘해안선’의 감독 김기덕은 야구모자에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는 마이크 앞에서 설명했다.

“이건 재미있는 작품이 아닙니다. 슬픈 영화입니다. 한국의 군대를 비판한 게 아닙니다. 이 필름을 통해 두개의 한국이 통일 되기를 나는 염원 할 뿐입니다.”

데이비드는 김기덕 감독의 이런 설명과 그의 작품, 그의 복장 등을 활용해 한국영화의 현주소를 평가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그가 제일 먼저 느꼈던 ‘군사분계선’과 ‘해안초소’ 그리고 ‘북한 핵 제조 시인’ 사이에 깔린 한반도의 어두움에 대한 느낌을 확연하게 밝히지 않고 부산을 떠난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은 말했다. “한반도의 긴장은 여전하며 그 왜곡된 상태가 얼마나 작위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바다가 수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드러내고 싶었다.” 과연 그럴까. 그 영화가 보고싶다.

입력시간 2002/11/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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