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빅 트러블

극장 개봉시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한 유명 감독의 작은 코미디 두 편을 다시 감상해본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Jay and Silent Bob Strike Back>(18세, SKC)은 젊은 악동 케빈 스미스의 2002년 작이고, <빅 트러블 Big Trouble>(15세, 브에나비스타)은 촬영 감독 출신의 중견 감독 베리 소넨필드의 2002년 작이다.

1994년에 <점원들>로 데뷔한 케빈 스미스는 <몰래츠> <체이싱 아미> <도그마>로 연이은 안타를 쳤고, 32살에 내놓은 <제이->로 자신의 고향을 무대로 한 ‘뉴저지 연작’을 마감한다고 공표했다.

따라서 <제이->는 편의점 퀵스탑과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타 워즈>와 같은 영화에 열광하고, 코믹 북을 내놓기도 했던 감독 자신과 주변 친구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뜻에서, 4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와 친구들을 총출동시켜 악동 유머를 마무리한다.

<제이->는 4편의 전작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제이(제이슨 뮤즈)와 사일런트 밥(케빈 스미스)이 주인공이다. 마약이나 팔며 소일하는 두 친구는 만화가 홀든이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만화 <블런트맨과 크로닉>의 판권을 할리우드에 넘겼다는 뉴스를 듣게 된다. 인터넷에서 자신들을 비난하는 글을 읽은 제이와 밥은 영화 제작을 저지하기 위해 할리우드로 가는 도중, 늘씬한 미녀 4인으로 구성된 보석 강도단과 얽히게 된다.

<제이->의 가장 큰 재미는 영화에 대한 기발한 패러디와 독설이다. <스타 워즈> 도입부의 “멀고 먼 옛날…”의 자막 패러디를 시작으로, 밴 에플렉과 맷 데이먼이 자신들의 출세작인 <굿 윌 헌팅>은 물론 실패작인 <레인디어 게임> <포스 오브 네이처>에 출연한 사실을 조롱하고, 영화사 미라맥스에 대해서는 “예술 영화 만드는 곳 아니냐”는 식으로 빈정댄다.

카메오 출연자도 화려하여 <스타 워즈>의 캐리 피셔와 마크 해밀, <아메리칸 파이>의 제이슨 빅스와 숀 윌리엄 스콧, 감독 구스 반 산트와 웨스 크레이븐 등 스미스 감독의 오지랍을 짐작케 한다.

또한 자신의 영화를 사랑해준 팬에 대한 서비스로 최상의 불손도 마다하지 않아 “누가 우리 영화를 돈 주고 보겠냐”고 한다. 그러나 “여기는 순수하게 재미만 있는 세계”라고 입막음하고 있으니, 정색을 하고 비판한다는 게 멋적을 정도다. 걸쭉한 입담을 과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fuck’이라는 욕설이 228회나 나온다.

스미스 감독이 시리즈를 마감하고, 새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니 기대가 된다. 5편의 영화에서 장난기 이상의 재미를 발견한 사람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촬영 감독인 베리 쇼넨필드는 영화 감독 전향 후 <아담스 패밀리> 1, 2편과 <맨 인 블랙> 1, 2편, <겟 쇼티> 와 같은 기발한 코미디 영화를 선보였다. <빅 트러블> 역시 꼬인 코미디라는 점에서는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등장 인물을 얽어 매려는 데서 오는 산만한 느낌은 우리 영화 <2424>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작게 출발한 사건이 꼬리를 물며 커다란 사건으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은 <2424>의 지리멸렬과 달리 제법 재미있다. 등장 인물 모두가 주연인 영화여서 팀 알렌, 르네 루소만 앞세운 영화 광고가 의아할 지경이다.

모든 출연진의 개성 넘치는 연기 감상에도 신경을 쓰면 좋겠다.

옥선희 비디오, dvd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1/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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