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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균의 개그펀치] 외국신부감 긴급입수!?

전에는 뭔가를 사려고 하면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보고, 다른 것들과 가격과 품질을 꼼꼼히 따져가며 다리품을 팔았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고 나면 지치고 허기가 져서 눈이 쑥 들어간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일반적인 쇼핑의 모양새였다.

그러던 것이 신문지 사이에 광고 전단이 속속들이 끼워져 오면서 정보의 보급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신문을 들어올리면 광고지들이 우수수 떨어지다시피 얼마나 많은지. 하지만 광고 전단지는 어디까지나 광고만 할 뿐이지 집안에 들어앉아 살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배달음식은 제외하고 말이다.

요즘은 어떤가. 홈쇼핑의 성장은 마치 우리나라 70년대의 초고속 성장을 보는 것처럼 숨가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TV에서 상품을 파는 것이 과연 성공을 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았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 뭘 믿고 상품을 구입하라는건지 사람들은 당혹스럽고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홈쇼핑의 성장은 백화점과 대형 상점들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초기화 과정에 의해서 문제점이 많이 대두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라도 한번만 홈쇼핑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빠지지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자. 매일 새로운 상품이 하루종일 우리들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아이쇼핑이 달리 즐거운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스스로가 만족스럽다.

또 가격이 엄청나게 저렴한 것 같다. 그뿐인가. 때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까지 턱 안겨주니 횡재도 이런 횡재는 없는 것 같다. 요것저것 다 마음에 드는데 홈쇼핑이 우리의 지갑을 부담없이 열게 하는 것은 엄청난 기간의 파격적인 무이자 할부혜택이다.

20만원짜리 상품도 그냥 현금으로 사려면 무지 비싼 것만 같은데 10개월 무이자라니 한 달에 2만원이니까 엄청나게 싸고 부담이 없다. 그러니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한달에 불과 2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싶은 생각에 손가락이 부러져라 전화기를 눌러대는 것이다.

하지만 한달 뒤 카드 내역서를 받아 들면 세상사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 모델의 늘씬한 몸매에 홀려서 주문한 속옷 세트, 숯불에 지글지글 구워져서 냄새까지 맡을 수 있을 것만 같던 양념갈비, 놓치면 후회한다고 하도 안타깝게 권해서 안 사면 손해보는 것 같아 산 옷가지들이 몇 개씩 쌓여서 할부금액이 엄청난걸 뒤늦게 깨닫는 것이다.

홈쇼핑의 해악을 열거하자는 것이 아니다. 홈쇼핑은 편리함과 상품의 다양함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문화의 새롭고 강력한 코드로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이 좋은 기회를 개인의 무분별함으로 인해서 행복하고 당당하게 권리를 행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심약함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홈쇼핑은 연예인들에게 짭짤한 부수입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을 홈쇼핑을 통해 접하면서 ‘저 상품이라면 내가 모델로 나가면 딱인데…’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먹고 입고 사용하는 일차적인 쇼핑 품목을 벗어나 저런 것도 파는구나 하는 신기함이 들만큼 홈쇼핑의 다양한 상품에 놀랄 때가 있다. 납골당,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캠핑카, 콘도, 해외여행 상품, 얼마전에는 유명 화가의 그림까지 등장했고, 심지어는 애견 사료, 즉 개밥까지 파는걸 보면서 또 뭐가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어쩌면 앞으로는 결혼하지 못한 총각들을 위해서 ‘긴급 입수, 외국신부감을 고르세요’ 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다. 혹시 선착순 50명에게 특별 사은품으로 한명을 더 끼워서 준다고 우리를 유혹하는 것은 아닐지.

쇼핑 채널의 쇼호스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하는 직업의 상위권에 오른걸 보면서 나는 오늘도 홈쇼핑에서 구입한 그릇 세트에 간장 게장을 담아 아침식사를 하고 따뜻한 무스탕 코트를 차려 입고서 전쟁터같은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

입력시간 2002/11/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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