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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vs 노무현] 30여년만에 치르는 양강구도

대권행보에 탄력, 피 말리는 진검승부 예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사활을 건 진검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12월19일 밤에 탄생될 21세기 첫 대통령을 향해 이들 두 후보 외에 민주노동당 권영길-무소속 장세동 후보 등 여타 군소후보군도 뛰고 있지만 여론조사 지지율 등을 감안하면 이, 노 후보의 양강 구도란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일찌감치 야당 후보로 뽑힌 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며 탄탄대로를 달려온 이 후보와 국민경선 승리->지지율하락에 따른 재신임 요구->의원 탈당사태->후보단일화 등 우여곡절 끝에 여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노 후보의 대선 레이스는 양측 진영의 사활을 건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대선은 1971년 공화당 박정희-신민당 김대중 후보의 대결이후 처음으로 벌어지는 여야 맞대결이다. 또한 이념과 노선, 출신 및 환경 등 모든 면에서 확연히 다른 두 후보의 각축이란 점에서 사상 유래가 없는 대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남은 것은 대선 승리뿐”

국민통합21 정몽준(MJ) 후보와의 드라마 같은 준결승에서 신승(辛勝)한 노 후보는 먼저 ‘용광로 정책’을 통해 여권 결집에 나섰다. 후보단일화를 주창하며 당을 떠난 후단협 소속 의원들을 복당시키고 노 후보 지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동교동계 세력의 지원사격을 받아내고 있다.

또 MJ를 당초 합의대로 선대위원장으로 위촉, MJ 지지세력들도 끌어안는 포용책을 펼치며 범 여권 및 진보ㆍ개혁세력의 총결집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비노ㆍ반노계열로 분류되던 중진 의원들이 속속 노 후보 측에 합류하며 반창(反昌) 연대를 강조하고 있어 갈수록 힘이 붙는 상승구도를 그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라는 정치실험을 거쳐 형성된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양자 대결시 우위를 보이는 노 후보의 지지율이 더욱 차이를 벌리며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며 “젊은 층의 투표 참여율만 높이면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안정적인 지지가 예상되는 호남권을 제외하고 출신 지역인 부산ㆍ경남(PK)지역과 수도권ㆍ충청지역 흡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 후보는 특히 PK 공략을 이 후보의 지지 표를 빼앗아 오는 ‘두 표의 득표 효과’가 있다고 판단, 부산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는 선거판이 동서구도로 흐르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유일한 비책으로 영남권 인사들을 앞세워 연일 ‘PK=노무현’을 각인하려고 애쓰고 있다. 또 자민련의 세 약화로 구심점을 잃은 충청권도 주 공략지역으로 삼고 있으며 개혁 지지층이 많은 서울 및 수도권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30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노 후보의 입장에서 약세인 40대 이상 장년층 흡수가 당선으로 가는 최대 난관이다. 이에 따라 노 후보는 안보 우선 정책과 복지ㆍ교육 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을 약속하며 안정적인 대통령 이미지 심기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 후보를 구 정치인의 상징으로 몰아붙이며 개혁세력의 적자, 세대교체의 주역이란 본연의 트레이드 마크를 앞세워 젊은 층의 표 단속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의 보다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이 엄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 비토그룹들이 “노 후보를 적극 돕는 것이 단일화 추진자로서의 정치윤리라고 생각하고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힘을 실어주고는 있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비노파들은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이 후보를 중심으로 뭉쳐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감정의 깊은 골 때문에 느슨한 연대에 그치고 있는 민주당 내부의 보다 단단한 단합 여부도 당선으로 가는 또 다른 과제이다.

노 후보 측은 “이 후보, 권영길 후보 등과 함께 치르는 TV 토론에서 보다 확실한 개혁 논리와 서민적 이미지를 앞세워 승기를 잡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 ‘겉으론 자신, 속으론 불안’

후보단일화는 제2의 DJP야합이라고 애써 평가절하하면서도 은근히 노 후보가 최종 주자로 뽑히길 바랐던 한나라당은 막상 노 후보로의 단일화가 이뤄지자 겉으로는 “승부는 끝났다”고 자신하면서도 내심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ㆍ노 양자대결시 10%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오던 여론조사결과가 후보단일화 이후 노 후보의 약진과 이 후보의 약세가 어우러져 오히려 역전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에 이 후보 측은 “보수와 진보가 맞붙으면 우리의 선거 풍토상 승자는 자명하므로 노 후보와의 대결은 상대적으로 손쉽다”며 “노 후보가 호남지지를 한 몸에 얻고있다면 영남표는 더욱 이 후보에게 결집될 것”이라고 이념공세와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한 이회창 대세론에 불을 당기고 있다.

지역적으로 이 후보는 일단 PK 사수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안정된 지지세가 나타나는 대구ㆍ경북지역과 함께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지원을 앞세워 영남권 대단결을 호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호남에게 빼앗긴 정권을 되찾아야 한다”며 ‘DJ 양자=노무현’이란 등식을 각인시키는 등 은근히 지역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또 선영이 있는 충청지역의 세 확산을 위해 최근 자민련에서 영입한 의원들을 앞세워 충청출신 대통령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호남지역에는 ‘정치보복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적진(?)에도 손을 뻗치고 있으나 별반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신 강세를 보이는 강원지역과 수도권 지지율 향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독 저조한 지지율이 나타나는 20~30대 계층을 겨냥해서는 DJ정권의 실정을 부각하며 정권교체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나름대로 힘쓰고 있다.

그러나 ‘마의 45%선’을 좀체 쉽게 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고민거리다. 친창(親昌) 세력의 결집이 확고한 만큼 반대로 반창(反昌)의 강도도 만만치 않다. 결국 비창비노(非昌非盧)의 부동층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가 당선의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이런 정치 무관심 층에는 ‘현상유지’보다 ‘현실타개’를 희망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교체 대 정권교체’

이번 대선은 이회창-노무현 두 후보로 압축된 양강 구도라는 점 외에 정치사 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이번 대선은 1971년 이후 31년만에 치러지는 여야간 양당 싸움이다. 87년의 노태우-김영삼-김대중, 92년의 김영삼-김대중-정주영, 97년의 김대중-이회창-이인제 후보 등 대선이 매번 3자구도로 진행되며 40% 득표가 승리의 요건으로 인식돼 오던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 됐다.

군소후보 및 무효투표가 전체 유효표 중 5~6%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여 적어도 당선 안정권은 46~4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지지층의 안정적인 확보보다는 비지지층을 상대로 한 거부감 줄이기가 더 효과적이란 얘기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이 경우 만일 정 후보가 남았다면 무색무취한 캐릭터가 힘을 발휘했겠지만 이미 흘러간 과거사이고, 상대적으로 자기 색이 뚜렷한 이-노 후보에게는 어떤 식으로라도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유력주자 중에 호남 출신이 없는 첫 대선이 된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라는 점에서 호남민심이 노 후보에게 쏠리 것은 자명한 터라 동서간 지역대결이 다시 한번 고개를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령적으로는 50대 중반과 60대 후반의 대결이다. 세대교체를 주장하는 노 후보와 정권교체로 맞서는 이 후보는 연령별로 지지세가 확연히 구분된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투표율 여부가 주목된다.

두 후보는 개혁의 주체와 안정희구 세력의 대표로 상징된다. 진보와 보수라는 노선차이를 놓고 한차례 색깔논쟁도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이밖에 두 후보의 개인적인 차이도 너무나 확연하다. 사법고시를 합격해 판사생활을 거친 율사 출신 재선 의원이란 점 외에는 닮은 점이 전혀 없다. 이 후보가 경기고와 서울법대를 나온 KS마크라면 노 후보는 부산상고를 나와 독학으로 사시를 패스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또 검사의 아들로 부유한 시절을 보낸 이 후보에 비해 농민의 아들로 어렵게 성장한 노 후보의 출신 배경도 너무나 극과 극이다.

이번 대선을 놓고 프로야구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어 소개한다. 80년대 초 정규 시즌에 1위를 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대구에 연고를 둔 삼성라이온즈는 파트너로 상대하기 쉬운 부산 연고의 롯데자이언츠와의 대결을 위해 져주기 게임마저 강행했다.

그러나 두 팀간의 최종 결과는 롯데의 4:3 대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구는 이회창 후보의 제2의 고향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세가 탄탄한 곳이고 부산은 노 후보의 고향이다.

또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가을의 전설’을 만들어낸 삼성라이온즈는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LG트윈스를 꺾었다. 노 후보가 국민경선과 후보단일화 경쟁에서 어렵게 본선무대에 오르는 동안 이 후보는 느긋이 선거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 된다.

이야기 거리에 불과하지만 이번 대선을 지켜보는 또 다른 각도에서의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1/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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