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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폭에 휩싸인(?) 선거판

치마폭에 휩싸인(?) 선거판

여성참모 전진배치, '입의 전쟁'도 여성대변인 몫

‘대선정국도 여인천하?’

이번 대선가도에는 유력 후보들 주변 모습이 예전과 좀 달라졌다. 국회의원이나 전직 관료 등 50대 위주의 남성 유명 인사들로 채워지던 참모진에 여성 인사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전체적인 선거 흐름마저 바뀌어 지고 있다.

후보들이 거리유세에 나가거나 기자회견시 어김없이 짙은 색 정장에 넥타이를 맨 50대 위주의 남성들이 (그리 밝지 못한 표정으로) 후보 곁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렇게 딱딱하고, 때론 비장하기까지 한 전투적인 모습에서 여성 인사들의 잇단 후보 진영의 합류는 선거판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만든다는 평가다.

실제 한나라당 이회창-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입을 대신하는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여성이다. 후보사퇴를 선언한 국민통합21도 여성 대변인이다. 이들 여성 트로이카 체제에서의 논평과 성명에서는 이전처럼 상대 후보측을 겨냥한 ‘육두문자’를 동원한 막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말의 정치로 보면 분명히 한단계 진보했다.

후보들이 내놓은 각종 정책이나 공약, 홍보물 등도 책임자급이 여성으로 채워져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제로섬 게임’인 선거전에 긴요히 쓰인다는 반증이다. 또 후보 수행시에는 어김없이 여성 참모가 곁에서 보좌한다.

경호원과 한데 어울려 고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던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여성정책 담당이나 여성표를 의식한 구색 맞추기 등용에 불과했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즘 선거판에는 ‘여풍(女風)’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한나라당, 미모의 30대 律士 전면 등장

선거판을 강타한 여풍의 진원지는 한나라당. 지난 9월 선대위 대변인에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변호사 조윤선씨(36)가 발탁되면서 점화했다. 세화여고-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와 사법고시에 합격한 조씨는 법무법인 김&장에서 활동하다가 전격 합류했으며, 김찬진 전 의원 부부의 추천으로 입당케 됐다는 후문이다.

조 대변인은 “법원과 의뢰인 사이에 변호사가 있듯이 국민과 후보 사이의 대변인으로서 후보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설득하고 싶어 입당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이 내놓은 한나라당 성명을 보면 저급한 속어는 사라지고 대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지 걱정스럽다’는 식의 부드러운 설득형 문구가 주류를 이룬다.

조 대변인의 깜짝 입당에 이어 10여일 만에 이 후보 정책특보로 서울행정법원 판사인 나경원씨(39)가 임명됐다. 나씨는 민주당 추미애 의원에 이어 현직 여판사가 법복을 벗고 정당에 몸담은 두번째 케이스.

부부 판사이기도 한 나씨는 “이회창 후보가 ‘부부가 함께 판사를 하면 재미 없잖아. 여성 법조인으로서 정치권에 깨끗한 새 바람을 불어 넣어줘’라고 제의해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서울여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부산지법과 인천지법 판사를 거쳤으며 현재 이 후보의 법률자문은 물론 거리 유세 등의 수행역도 맡고 있다.


나경원 특보 이후보 지근거리서 보좌

한번은 이 후보가 심야 TV 토론에서 다소 피곤한 모습을 보이자 “다음 TV 토론 때부터는 오후 일정을 가급적 줄여 TV 화면에 밝은 표정을 보일 수 있도록 하자”고 즉석에서 건의해 현재까지 계속 이행될 정도로 이 후보 지근거리에 서 있다.

조 대변인과 나 특보는 한결같이 “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자질과 국가관은 누구보다 뛰어난데 정치권 전체를 조망할 때는 그렇지 않게 비쳐지는 점이 안타깝다”며 “율사 경력을 바탕으로 정치사의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국회의원 출마나 본격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입문 여부에 대해서는 “이 후보 당선이 우선”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선대위 부대변인에는 박순자 경기 안산을 지구당 위원장이, 후보 비서실 부실장은 비례대표 재선 출신의 김영선 의원이 맹활약 중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20~30대 젊은 여성 유권자 층을 겨냥했지만 의외로 남성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 외에는 선대위 공동위원장 이연숙 의원과 김정숙 최고위원 등이 여성관련 공약과 정책 수립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으며 최고위원에 임명된 손경희 연세대 교수도 이들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얼마 전 복당한 박근혜 의원은 이 후보의 TK지역 대리인으로 불릴 정도로 여성으로서는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평가받는다.


민주당, 개혁색채 띤 이미경 대변인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이 후보와 같은 율사 출신이라면 민주당 선대위 이미경 대변인은 노무현 후보와 같은 개혁성향의 색채를 띠고 있다.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인권재단 이사를 역임한 비례대표 재선 의원인 이 대변인은 15대 때 초선은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출발했으나 16대 국회에는 민주당에서 의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변인은 “노 후보의 개혁과 통합 취지에 공감해 대변인 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나온 이 대변인은 여성운동가 출신답게 논평에서도 조 대변인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조 대변인이 차분한 설득형이라면 이 대변인은 분명한 메시지 전달에 주력하는 편이다. 한나라당의 선거전략을 놓고 ‘유신시대로 되돌아가려는 어둠의 세력들’이라고 공박했는가 하면, 후단협 활동에 대해서는 ‘방해세력의 농간’이라고 정면으로 치받았다.

또 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를 겨냥,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나서서 밝혀야 한다’고 공격하고, 박근혜 의원의 한나라당 복당에 대해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희망대신 절망을 선택했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허운나의원 인터넷선거 진두지휘

같은 비례대표 의원인 허운나 선대위 인터넷선거특별본부장은 인터넷상의 노 후보 선거대책위원장이다. 기획행정실과 홍보팀, TV방송국팀으로 구성된 선거본부를 허 의원이 총괄하다시피 하고 있다.

네티즌들에게 다소 딱딱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정책 설명도 동영상으로 풀어 알기 쉽게 설명해 줄 뿐 아니라 신세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니들이 노무현을 알어?’라는 코너도 허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캠프의 작품이다.

이 대변인(52)과 같은 50대의 허 의원(53)은 경기여고-서울대 문리대를 나와 한양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국회 사이버정보문화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지역구 출신의 추미애ㆍ김희선 의원도 대표적인 친노(親盧)계열. 추 의원은 당내에서 ‘노 후보 흔들기’가 한창일 때 원내총무 정균환 의원과 맞서 노 후보 옹립을 주장했으며, 김 의원은 정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의 숨은 공로자로 알려져 있다.

11월15일 두 후보간 ‘러브샷’ 담판이 성사되자 김 의원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밖에 조배숙 의원과 김현미 선대위 부대변인 등도 이 대변인을 도와 노 후보의 ‘말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여성 의원들의 남성을 뛰어넘는 활약으로 노 후보의 여성관련 공약은 다소 파격적이다. ‘지역구 공천 30% 할당과 비례대표 50% 할당’ 등의 항목은 이들 핵심 여성 참모들의 ‘지극 보좌’ 덕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국민통합21, 40대의 우먼파워

30대의 한나라당 조 대변인과 50대의 민주당 이 대변인에 이어 국민통합21도 40대 여성 대변인이다. 중앙일보 기자와 민자당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 등을 거친 여론조사 전문가 김 행 ㈜디인포메이션 대표(43).

뜻밖의 인선으로 꼽히는 김 대변인은 “강한 애국심을 갖고 있는 정 후보가 따뜻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왔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 협상에서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과 함께 공동 선언문을 낭독하는 등 뉴스메이커로서의 주가를 올렸다.

김 대변인과 함께 구축된 ‘40대 트리오’의 한명은 정미홍 선대위 홍보본부장(44). 경기여고 이화여대 법대를 나와 KBS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오랜 방송경력을 바탕으로 민주당 조 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1995년 지방선거에서부터 외도를 시작했다.

정 후보의 홍보책임을 맡았던 그는 “정열을 상징하는 붉은 색을 정 후보의 인쇄물등에 많이 활용할 계획이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영입 제의를 받았던 KBS 기자 출신의 방송인 전여옥씨(43) 등도 국민통합21 측의 ‘히든카드’였다. 전씨는 창당대회 때 정 후보 축사를 하는 등 음지에서 도왔다. 이밖에 민주당에서 둥지를 옮긴 전 문화광광부 장관 신낙균 선대위원장도 여성으로서는 당내 가장 높은 쪽의 직책을 맡으며 정 후보의 단일화 및 당선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핵심 참모였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1/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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