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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정석 그 이후, 한진의 핵분열

한진그룹 4개 소그룹 핵분열, 시너지효과 여부의 재계 주목

“뭍길ㆍ바닷길ㆍ하늘길 등 길이 닿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달리며 수송 외길을 걸어온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경륜은 우리 재계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김각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우리나라 수송사의 거인이 사라졌다. 직관(直觀)과 결단력을 지닌 고인은 고달픈 인생 역정에서도 다정한 옛 친구를 잊지 않았다.(남덕우 전 국무총리)”

해방 직후 트럭 한 대로 세운 기업을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키운 정석 조중훈 한진 회장이 새해 해돋이를 맞아야 할 시점에, 응어리진 한 맺힌 세월을 가슴에 묻고 세상을 떠났다.

한진그룹의 ‘모닝 캄(morning calm)’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오너 경영인 퇴진과 고강도 세무조사, 잇따른 항공기 사고에 의한 운항제한조치 등 거센 역풍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 ‘지고도 이긴다’는 말을 평소 꽤 좋아하던 조 회장은 DJ 정권이 들어선 후 잇따른 항공기 사고로 ‘무능력한 오너’로 지목돼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어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음성 탈루 소득을 챙긴 ‘부도덕한 오너’라는 여론몰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이 같은 불명예 퇴진을 둘러싼 재계ㆍ경제계 평가는 이제 새롭게 바뀌어가고 있다. 재계의 한 원로는 “조중훈 회장의 성격은 직설적이었다”며 “1992년 대선 당시에는 김영삼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호ㆍ불호가 명확한 성격 때문에 국민의 정부 들어 한진이 세무조사를 받는 등 시련을 겪은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당시 정부에 괴문서가 한 장 떠 돌아 다녔고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사고가 많이 나는 회사 경영인에 대한 호된 질책성 언급이 있은 후 한진에 대한 ‘회 뜨기’ 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석연치 않은 동기와 한진의 묻어둔 진실을 재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재계는 조 회장이 작고함에 따라 재계 8위 한진 그룹의 핵분열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핵분열은 또 다른 결합체를 만들어내기 위한 응축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때 개체로서 더 자생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수송보국’ 한진의 역사, 그 이후를 설계하는 한진 패밀리 개인들에 재계의 시선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4형제 분할 책임경영체제 본격화

조 회장은 1993년부터 10년간 그룹을 아들 4형제에게 분할, 책임경영체제 작업을 진행시켜 왔다. 장남 조양호(53) 대한항공 회장에게는 항공 관련 기업을, 차남 조남호 부회장에게는 한진중공업 등을 책임지도록 했다.

3남인 조수호 부회장에게는 해운 관련 기업들을 맡겼다. 4남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현재 메리츠 증권을 경영하고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최근 “한 달에 한두 번씩 아버지와 함께 형제들이 모여 경영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우애가 돈독해 어떤 그룹처럼 기업을 놓고 다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 관계자는 “창업주의 별세로 그 동안 형제간 분할 경영체제에서 4개 소 그룹으로 그룹이 분리될 것이지만 조양호 회장이 당분간 그룹회장직을 물려받아 조타수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30년 가까운 실무경력을 쌓아온 조양호 회장은 92년 사장에 취임, 사업본부별 이익창출을 위한 책임경영제를 도입해 사외 이사제를 실시하는 등 투명경영을 확대해 왔다. 그의 주된 경영 키워드는 ‘실무’로 평소 “기업은 물려 받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갖춰 가꾸어 나가는 것”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한진그룹 재무팀은 이미 공정거래법상의 계열분리 조건을 맞추는 작업에 돌입, 지분 정리 등을 통해 내년 초부터 계열분리 요건을 갖춘 계열사들을 분리해 나갈 전망이다.

한진이 소 그룹으로 분리하기 위해선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 중인 한진해운(12.51%)과 한진중공업(20.89%) 지분을 3% 이하로 낮추는 등 계열사간 상호출자 비율을 줄여야 한다. 또 수조원대로 추정되는 계열사간 지급보증도 해소해야 한다.

한진은 형제들간의 계열분리 이후 소 그룹간의 협조 등 물류전문 기업군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재계에서는 한진이 4개의 소 그룹으로 나뉘더라도 ‘한진’ 브랜드를 공유하고 서로 긴밀히 협조하는 유기적인 결합체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한진 각 계열사의 출자와 지급 보증 등을 통해 발을 깊이 담그고 있고 지난해 그룹 전체의 매출액(약 15조원) 중 대한항공이 5조6,000억원에 달해 그룹 내 비중이 높다는 점을 들어, 현실적으로 당장 분리책임경영 체제가 빠르게 정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정석 어록>

◆“처음엔 지더라도 나중에 이기면 된다.”

항상 이기기만 바라는 것은 겸손하지 못한 오만과 통하는 것이다. 지면서 이기는 것,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것이 사업이다. 투자도 없이 이익만 바라는 것은 도박이나 투기에 가까운 것이다.

◆“의지와 노력으로 안되겠다 생각되면 빨리 체념하는 게 지혜다.”

평생동안 사업에 전념한 것은 일에 대한 집념과 성취욕 때문이다. 열정 없이 돈을 벌어 즐기겠다는 목표만 있으면 굳이 모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사업은 예술이다.”

예술가의 혼과 철학이 담긴 창작품이 수천년간 아름다움을 잃지 않듯이 경영자의 독창적인 경륜을 바탕으로 발전한 기업은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진 어떤 회사?

국내 물류산업의 대명사로 꼽힐 만큼 항공 해운 육운을 통해 성장한 한진그룹은 재계 서열(자산총액 기준) 8위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기인 1998년에는 한진관광과 KAL개발을 한진관광으로 합병했고 99년에는 한진건설과 한진종합건설이 한진중공업에 흡수 합병됐다.

2000년에는 한진해운이 싸이버로지텍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항공종합서비스와 칼호텔네트워크를 계열사에 추가했다. 현재 21개 계열사와 2개 학교법인, 2개의 병원을 거느리고 있다.

운송업에 이어 건설 금융 레저 여행알선업까지 진출한 한진그룹은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을 지정할 당시 자산총액 21조5,960억원에 매출액 15조2,310억원의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12/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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