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탐험] 김주혁, 천상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SBS 주말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 이미지 변신

요즘 TV 드라마들은 한창 물갈이중이다. 각종 화제로 포장한 대작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을 유혹하는 중이다. 오히려 조용하게 시청자 옆에 다가온 한 드라마에 더 시선이 간다. 평범한 한 소시민 가족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SBS 새 주말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이 바로 그것이다.

배우 김주혁(31)은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연기변신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를 만나기 전, 조심스러움을 넘어 거의 두려움에 가까운 선입견을 가지게 된 것은 그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보아왔던 김주혁의 모습이 가까이하기엔 부담스러운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뷰 장소로 정해진 곳은 많은 연기자들이 연기 몰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꺼려 한다는 방송국 녹화장. 이래저래 쉽지 않을 듯한 인터뷰를 예상하며 그를 기다리는데 짧은 머리의 한 청년이 꾸벅 인사를 해온다. 바로 그다. 편안한 셔츠차림에 운동화를 신었고, 생각보다 훨씬 앳된 외모였다.

“영상으로만 보았을 땐 훨씬 더 나이든 사람인줄 알았다”고 운을 뗐다.“(웃음) 그런 소리를 자주 듣는다. 늦게 연기를 시작했고 또 첫 데뷔가 나이든 대학원생(드라마 ‘카이스트’, 98년)이어서 그런지 그 동안 노숙한 역들을 많이 맡은 것도 사실이다.”


후광 없는 당당한 연기자 될 것

그는 자신의 얼굴을 “너무도 평범한 얼굴”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오히려 시류를 타지 않는 우아함이 엿보이기까지 하는 단정한 외모가 그가 천상 배우라는 특별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할 정도이다. 그렇기에 데뷔작에서부터 보여준 그의 ‘일상성’ 연기가 그의 연기력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닐까?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었죠. 그때는 상당히 까불었는데 정작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어요. 그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길을 찾다 보니 연기자란 길이 보였다. 또 어려서부터 보아왔던 세상이기도 했고…”그의 아버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이 시대의 걸출한 연기자 중 한명이다.

그가 ‘누구의 아들’이란 건 새삼 비밀도 아니지만 2세 연예인이란 고리타분한 꼬리표 없이도 당당히 제 몫을 해 내가는 연기자이기에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얘기는 접기로 했다.

그 동안 맡아왔던 배역들이 모두 이지적인 인물들이었다. 최근의 드라마 ‘라이벌’에서 그러했고, 박중훈 추상미와 공연했던 영화 ‘세이 예스’나 얼마 전 개봉한 영화 ‘YMCA 야구단’에서도 그랬다.

“지적이라… 아무래도 외모에서 그러한 분위기가 풍기는가 본데 특별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라이벌’의 냉철한 ‘민태훈’과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흐르는 강물처럼’의 석주를 반쯤 섞어 놓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맡은 역을 설명해 달라”는 요구에 “김 석주란 인물로 평범한 집안의 장남입니다. 기존의 ‘김주혁’이 가진 이미지와는 상반된 역할로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능청스럽고 희망에 대한 오기만을 가지고 있는 꽤 재미있는 놈”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겐 사람의 냄새가 풍긴다

그는 배역에 따라 성격이 많이 변하는 편이라고 했다.

‘석주’를 연기하고 있는 요즘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석주’처럼 건들거려진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냉철한 사업가와 학구파의 이미지가 싹 가신 건 아니지만 분명 그에게선 생동감과 함께 전작 ‘라이벌’의 백마 탄 왕자 역할 보다 사람의 냄새가 풍겨나고 있었다.

그가 데뷔한지 벌써 여러 해가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타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연기 행보가 느린 편이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라이벌’도 TV 드라마로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이후 2년만의 안방 나들이였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일부러 느리게 활동하려던 것도 아니었고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 스스로가 조급하지 않으려 했던 점도 있죠. 느리지만 한발한발 꾸준히 관객에게 다가서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때는 조급했었죠.

영화 ‘세이 예스’를 찍으면서, ‘아 내가 드디어 영화 주인공이 되었구나’ 해서 금새 뭐라도 된 것처럼 붕 떠 있었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한 만큼 욕심이 더 커지고 욕심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슬럼프라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어요. 그때가 아마 연기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 일겁니다. 하지만 7~8개월동안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내 안에 있는 ‘조급함’을 씻어버릴 수 있었어요.”

“연예계에 친한 동료는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는 못하는 편이다”이라며 “그래선지 아직도 연기 동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갖지 못했다”설명했다.

그는 취미 역시 “별 다른 것이 없다”며 “연기하는 게 곧 일이고 취미이고 특기”라고 말했다.

"어떤 기자분이 표현해 주신 것처럼 부드러움 속에 힘이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그래서 오랫 동안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주 연예리포터

입력시간 2002/12/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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