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한국의 성, 정조의 효심 물씬

성곽은 돌로 만든 구조물이다. 나무로 지은 건축물에 비해 오랫동안 수명이 유지된다. 따라서 당시의 건축양식과 문화를 전해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또한 외침을 막는 방어벽으로 소용돌이치는 역사의 한 순간을 증언하기도 한다.

성마다 축조의 경위와 내재된 사연은 제각각이다.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처럼 옛사람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성이 있는가 하면 충북 단양의 온달성처럼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삼국시대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성도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자리한 화성은 서양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의 성을 보여주는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성이다. 도심 한 복판에 자리해 흔한 유적지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쌓아올린 돌 하나 하나의 의미와 축성술을 꼼꼼히 따져보며 성곽 순례를 하다 보면 한국인이라는 괜한 자부심에 우쭐하게 만드는 성이다.


치밀함과 아름다움의 결정체

수원 화성은 정조의 효성으로 빚은 성이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1752∼1800)는 당쟁에 휘말려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했다.

정조는 즉위하자마자 살아서 하지 못한 효를 다하겠다는 일념으로 양주 땅에 묻혀 있던 아버지의 유해를 수습해 수원 남쪽 화산으로 옮기고는 ‘현륭원(顯隆園)’이라고 했다. 화성은 정조가 현륭원 행차 때 머물기 위해 새로 쌓은 성으로 당쟁을 타파하고 왕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화성은 근래에 축조된 성답게 과학적인 치밀함과 구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췄다. 실학의 대가 정약용이 설계를 맡아 2년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1794년 1월∼ 1796년 9월)에 완공했다.

도르래를 이용해 돌을 들어올리는 거중기가 최초로 사용됐고, 석재와 더불어 전(塼)과 벽돌도 성을 쌓는 데 한몫을 했다. 화성이 얼마나 치밀하게 축성됐는지는 1801년에 발간된 <화성성역의궤>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는 축성 계획부터 동원된 인부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와 용도, 예산 및 임금지급, 시공기계, 공사일지 등이 자세하게 정리돼 있다.

18세기 동양성곽 축성술의 결정체라 불리는 화성은 둘레가 5.7㎞에 이른다. 4대문을 포함해 성곽과 성안에 48개의 시설물이 있다. 옹벽으로 한 번 더 방어막을 친 팔달문과 장안문을 비롯해 적의 동향을 살피는 공심돈, 군수품을 조달하는 비밀통로인 암문, 군사 지휘부인 장대, 봉화를 올리는 봉돈 등 군사기지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구비했다.

성곽의 구조물은 치밀한 계산으로 기능성을 극대화한 것은 물론 조형미도 탁월하다. 밖에서 보면 석재로 쌓은 석성이지만 성 안은 성곽 위로 쉽게 오를 수 있는 토성이다.

화성은 팔달문을 제외하고는 성곽을 따라 돌 수 있게 모두 이어졌다. 화성 전체를 돌아보는 데는 2시간30분쯤 걸린다. 장안문부터 화서문을 지나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 코스가 인기 있는 산책로. 왕복 30분 거리로 화성에 설치된 대부분의 성곽 유형을 볼 수 있다. 팔달산 정상에 오르면 도시화에 밀려 어렴풋한 선으로만 남은 화성 전체를 볼 수 있다.

조금 더 길게 화성을 돌아보려면 장안문에서 왼쪽 방향으로 돌아 팔달문까지 가는 길을 택한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수문 위에 누각을 지은 화홍문, 연못과 성곽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방화수류정, 적의 동향을 살피는 망대인 동북공심돈, 포를 설치했던 동포루, 봉화를 올렸던 봉돈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방화수류정 일대는 개천이 성곽 아래로 흘러가는 곳으로 개천 주위를 다양하게 꾸몄다. 그저 물이 들고나는 곳이 아니라 기품 있는 대가집의 정원연못처럼 꾸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성여행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망루를 지키고 선 수문장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망루와 돈대에는 전통 복장을 하고 있는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어 함께 기념 사진도 찍을 수 있고 길 안내도 해준다.


  • 가는 길
  • 수원역까지는 1호선 전철이 운행된다. 수원역에서 팔달문이나 화서문 가는 버스가 수시로 운행된다. 경부고속도로 수원IC로 나와 수원시내로 들면 이정표가 화성으로 안내한다. 서울에서 갈 경우 과천∼의왕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장안문과 화홍문 일대에는 관광객을 위한 무료 주차장이 있다. 화성관리사무소(031-229-2716)


  • 먹을거리
  • 화성과 더불어 수원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왕갈비. 이름난 집은 대부분 동수원 근처에 몰려 있다. 화홍문 근처에 있는 연포갈비는 화성을 돌아보다 쉬어가기 좋은 곳. 한국관광공사가 가볼 만한 음식점으로 선정한 집으로 갈비 2대만 펼쳐놓아도 불판을 다 가릴만큼 크다.

    1인분에 450g으로 둘이서 2인분이면 충분하다. 이 집 갈비맛의 비결은 간장이 아닌 천일염으로 양념을 재는 데 있다. 밤새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끓여내는 갈비탕도 인기다. 왕갈비 1인분에 2만원, 갈비탕 5,000원.(031-255-1337)

    김무진 여행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2/03 15:1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