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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세계여행-35] 이타리아 아시시

[신나는 세계여행-35] 이타리아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의 발자취 느껴지는 동화같은 유럽마을

중세시대 이탈리아의 도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마도 대리석이 깔린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어깨를 맞닿은 벽돌로 세워진 건물들과 정겨운 사람들로 가득 찬 모습이 아닐까. 모르긴 해도 이는 마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정겨운 유럽의 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구릉지대의 작은 도시 아시시는 바로 그러한 정겨운 운치가 넘치는 곳이다. 조용하고 목가적인 전원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높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움브리아 지방. ‘이탈리아의 푸른 심장’이라는 애칭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데 그 중에서도 아시시(Assisi)는 이 고장의 순수성과 낭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아시시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움브리아 지방의 넓은 평야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아침 햇살만큼이나 평화롭고 상쾌하다.

핑크빛 대리석으로 장식된 아기자기한 거리와 전통을 고수하는 골동품 가게, 기념품 상점, 식당 등이 이탈리아 특유의 낭만을 전해주고, 좁고 경사가 많은 거리에는 해맑은 표정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소꿉놀이를 하는 모습이 무척 정겹다.

하지만 아시시를 더욱 값지게 하는 것은 이 도시에서 태어난 한 성자의 발자취 때문이다. 아시시는 13세기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방탕한 생활을 하다 갑자기 경건한 종교의 세계로 빠져 든 성자 프란체스코의 이야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라고 영원히 잠든 곳이 바로 아시시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묘가 있는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는 지금도 해마다 수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와 그의 헌신적인 삶을 기린다.


화려하고 장엄한 성 프란체스코 성당

아시시를 대표하는 명소는 역시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다. 이탈리아말로는 바실리카 디 산 프란체스코, 성 프란체스코의 유해가 모셔진 이 성당은 그가 사망한지 2년 뒤인 1228년에 착공되어 다음 세기까지 공사가 계속되었다.

2층으로 이루어진 성당의 아래층은 성자 사후 2년 뒤부터 2년 동안 지어졌고 위층은 1230년부터 1253년 사이에 지었다. 고딕양식으로 천장을 높게 만들어 성자의 영광을 상징했다. 1818년 토굴을 파서 성자의 유해를 모신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당의 외관은 이탈리아 전역에 펼쳐져 있는 많은 두오모 성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엄하고 화려하다.

대리석이 깔린 넓은 광장과 그 맞은 편에 꼽게 꾸며진 정원이 서로 다른 대비를 이루고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에게 휴식처가 되어 준다. 언덕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성당은 하나의 거대한 철옹성이다. 그 누구도 감히 범할 수 없는 위엄은 성자의 위대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성당 관람은 1층 정문에서 시작된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면서 성당 내부의 프레스코벽화, 섬세한 내부장식,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감상하게 된다. 물론 원하는 사람은 성당 내부에 마련된 예배당에서 잠시 기도를 드리면서 명상에 잠길 수도 있다.

주목을 받는 것은 13, 14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치마부에, 지오토, 로렌체티 형제, 마르티니 등이 실내 장식을 꾸몄다는 점이다.

특히 1층에 걸린 치마부에가 그린 성인의 초상화와, 2층의 지오토가 그린 프란체스코의 일생이란 벽화는 이방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프란체스코의 초상화는 ‘청빈’과 ‘형제애’로 일생을 살다간 가난하지만 거룩한 성자의 풍모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프란체스코의 일생을 다룬 지오토의 작품은 이탈리아 최고의 프레스코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또 은은하게 빛을 투과시키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아름답고 정교해 성스러움을 더해 준다.


예수 다음으로 유명한 기독교 인물

과연 성 프란체스코는 누구인가? 그는 오늘날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을 탄생하게 한 장본인이자 성자로 높은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로 성 프란체스코를 꼽는다.

젊은 시절 방탕한 생활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기도 했던 그는 고통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사랑을 실천해 성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가 27세이던 1209년, 프란체스코는 성 메시아의 날인 2월 24일 포티운쿨라라는 작은 교회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때 그리스도가 그의 사도들에게 가르친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며, 문둥이를 깨끗하게 하며…너희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을 가지지 말며, 여행을 위하여 주머니나 두벌 옷이나 신이나 지팡이를 가지지 말라”는 마태복음의 글을 듣게 된다.

그는 이 말이 자신을 깨우치는 가르침으로 騁틉涌눗?그 가르침대로 신발과 지갑과 지팡이를 모두 던져 버렸다. 고대 그리스도인들이 걸쳤던 겉옷 튜닉과 세 겹으로 매듭지어진 밧줄을 허리에 매고 사랑의 실천에 헌신했다. 바로 성 프란체스코의 탄생이다.

이때부터 1226년 생애 말기까지 병자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인생을 바쳤고 말년에는 급기야 눈이 멀어 앞을 보지 못하고 손과 발에 수종이 생겨 고생을 하여도 죽는 순간까지 ‘피조물들의 노래’를 부르며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그의 갑작스러운 종교적 변화와 관련, 많은 사람들은 움브리아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올리브와 삼나무들이 늘어서 있고 작은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로마시대로 돌아가다

아시시는 프란체스코 성당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광장이 형성되어 있고 그 광장은 경사가 큰 좁은 길로 연결되어 있다. 도시가 작기 때문에 걸어서 다녀도 하루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로카 마죠레는 아시시에서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다. 중세에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워진 요새로 움브리아 평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성채의 망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움브리아 전원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평화롭고 아름답다. 성채는 보존상태가 좋아 요즘도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아시시의 중심지는 코무네 광장이다.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들이 그러하듯 광장 중심에 몇 세기 전에 세워진 분수가 지금도 싱그럽게 물을 뿜어내고 있다. 로마시대의 미네르바 신전도 인근에 위치한다. 이 미네르바 신전은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현재는 성당으로 사용된다.

그 아래에는 로마시대에 집회장소로 사용되었던 포로 로마노가 있다. 이 주변 일대의 도로는 모두 로마시대에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이밖에 루피노 대성당, 산타 키아라 성당, 산타 마리아 데릴 안젤리 대성당 등이 볼거리다. 루피노 성당은 마테오티 광장 바로 아래쪽 루피노 광장에 위치하는데 1140년에 지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루피노 광장 남쪽 마찌니 대로변의 산타 키아라 광장에는 성녀 클라라를 기념하기 위한 산타 키아라 성당이 있다. 1257년부터 1265년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당대 유명한 종교화를 여러 점을 소장하고 있어 일약 유명 명소로 떠올랐다.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대성당은 1226년 프란체스코 성인이 숨을 거둔 자리에 세워진 성당이다. 성당 내부의 여러 기도당 중에서도 트란지토 기도당이 프란체스코 성인이 세상을 떠난 자리다.


마을 전체가 흥겨운 칼렌디마죠 축제

아시시에서는 매년 4월말부터 5월초까지 3일간 칼렌디마죠 축제가 펼쳐진다. 어느 계절에 가도 아시시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터이지만 흥겨운 체험까지 덤으로 얻으려면 이 시기를 맞추어 가는 것이 어떨까.

칼렌디마죠 축제는 1200년경 아시시를 주름잡던 두 명문 집안의 지나친 지배권 다툼에서 시작된 일종의 경기다. 즉, 아시시의 피우케가와 니페스가 등 아시시의 두 유력가가 이 도시의 지배권을 둘러쌓고 항쟁을 계속해 왔다.

산 위의 마을인 소프라와 산밑의 마을 소토 간의 투쟁의 역사가 여러 가지 경기를 통해서 우열을 겨루게 되었다. 활쏘기, 빵나르기 등의 경주가 펼쳐지게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이 시기를 하나의 축제로 성장시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축제 기간 중 아시시는 중세의 어느 도시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거리의 모든 사람들은 중세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좁은 돌길을 누비고 다닌다. 또 거리에는 류트로 연주되는 중세 음악이 흐르는데 중세 풍의 도시에 중세 옷을 입은 사람들 틈에 섞여 옛 노래를 듣다 보면 마치 중세의 어느 순간을 현대로 고스란히 옮겨 다 놓은 것 같다.


☞ 시내교통 아시시는 이탈리아 피렌체와 로마 중간에 위치한다. 피렌체에서 갈 때는 트렌톨라에서 갈아타고 로마에서 갈 때는 폴리뇨에서 기차를 바꾸어 타면 된다. 페루지아에서도 기차와 버스로 연결돼 여행하기 좋다.

☞ 주의사항 아시시는 작은 도시이지만 8월의 성수기나 부활절, 칼렌디마죠 축제가 있는 봄철이면 도시는 관광객의 발길로 넘쳐 난다. 차분히 관광하려면 1박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하지만 주말이나 행사가 있는 날이면 서둘러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좋다.

사실 아시시는 굳이 성수기를 찾지 않아도 주말이면 이탈리아 사람뿐만 아니라 주변의 유럽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아시시의 호텔들은 그 도시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운치를 느낄 수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이 된다. 음브라호텔, 컨트리 하우스, 데이 프리오리 등이 있쨉?특히 아시시 중심가에서 70㎞ 떨어진 컨트리 하우스는 1920년에 지어진 저택으로 평화로운 전원 속에 마련되어 있어 편안한 휴식을 누리며 전원여행의 멋에 취할 수 있다.


글·사진 전기환 여행작가 travy@travelchannel.co.kr

입력시간 2002/12/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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