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전라남도 곡성 통나무집

체면불구, 소매를 걷어 부치고 덤벼드는 참게탕

섬진강으로 가는 초겨울 여행. 곡성뿐만 아니라 섬진강 일대에서 오래되고 이름난 유원지인 압록에서 5분 정도 떨어진 가정리에 가면 ‘섬진강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곡성군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이곳은 섬진강의 운치를 지극히 높인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강변도로를 따라 자동차를 몰고 지나가면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지만 섬진강의 참 멋을 느끼기엔 조금 느리다 싶은 자전거가 제격이다.

하이킹 코스는 네 가지 정도가 개발되어 있는데 가정리에서 강 상류로 가는 호젓한 길, 강 하류인 구례 쪽으로 놓인 번듯한 아스팔트 길, 강을 건너 압록유원지 일대를 돌아보는 길 그리고 가장 먼 태안사 길 등이 있다. 체력에 부치기도 하고, 날씨도 쌀쌀해 장거리 코스 보다 황톳길을 따라 놓인 강 상류 코스가 무난하다. 강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쓸쓸한 강물이 마음 속으로 흘러오는 듯하다.

하이킹을 끝내고 차가워진 손과 얼굴을 녹이고, 속까지 한번에 따뜻하게 해 줄 먹거리를 찾아 압록유원지 쪽으로 차를 돌린다. 압록유원지는 여름에는 물놀이하기 좋은 곳으로 다른 계절에는 강 풍경을 감상하며 미각을 즐기기 좋은 곳으로 사시사철 인기다. 특히, 주말이면 대부분의 식당 주차장에 여러 대의 차가 주차중인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같은 초겨울에 가장 적당한 먹거리는 참게탕이다. 봄철이나 초여름에는 은어회가 제격이고, 가을에는 참게장, 바람이 차가워지면 참게탕 순으로 옮아간다. 섬진강에서 잡은 민물 참게로 구수하게 끓여내는 참게탕은 얼큰한 국물과 고소한 게 맛이 일품이다.

참게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강을 내려가 해변의 바다에서 산란하는데 이때 잡은 참게는 알을 낳기 위해 몸에 영양분을 가득 비축해 두고 있어 맛이 가장 좋다. 강 여울목에 입구는 넓고 뒤는 막힌 통발을 설치해두면 강물을 따라 내려가던 참게가 걸려든다.

섬진강 참게탕은 시래기를 푸짐하게 넣고 집에서 담은 된장과 들깨가루를 풀어 구수하게 끓여낸다. 일반 매운탕이 매콤하다면 참게탕은 구수하고 한편으로 고소하다. 자연산 참게는 뜨거운 국물 속에서 선명한 주황색으로 익어 식욕을 자극한다.

게라는 게 원래 살을 발라먹기 귀찮은 녀석인데 참게는 바닷게보다 크기가 작아 더 힘들다. 차라리 껍질까지 한입에 깨물어 꼭꼭 씹으면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흘러 넘친다. 참게탕 앞에서 체면을 차릴 생각이면 국물맛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먹자면 체면치레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덤벼야 한다.

게딱지에 밥 비벼먹고, 시래기 건져먹고, 게 다리까지 쪽쪽 빨아 먹다 보면 땀이 절로 흐른다. 참게장이 짭짤한 가운데 깊은 감칠맛이 느껴진다면 된장에 들깨가루가 들어간 참게탕은 유난히 고소하다. 그 맛에 반해 작은 다리까지 알뜰하게 다 먹고 나서야 숟가락을 놓게 된다.

깔끔한 외관과 상냥한 서비스가 돋보이는 통나무집은 서울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식당을 차린 박종화, 유명자 부부가 7년째 운영하는 곳이다. 맛을 내기도 힘들지만 같은 맛을 유지하기도 힘든 요즘 세상에 7년 동안 꾸준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맛의 비결은 정직과 정성 두 가지. 자연산 참게만 이용하고 시래기도 가을철에 무밭을 통째로 사서 무청을 말린다고. 주요리를 만들 때뿐만 아니라 장을 담거나 밑반찬을 만드는 데도 정성은 똑같이 들어간다. 때문에 지금도 주말이면 광주, 담양, 전주는 물론이고 서울에서까지 단골들이 찾아 온다.


▦ 교통 : 호남고속도로 전주IC, 17번 국도, 전주, 남원을 거쳐 곡성읍을 지나 압록유원지에 이른다. 유원지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자마자 왼편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이 통나무집.


▦ 메뉴 : 참게탕 2만5,000원(소), 3만5,000원(중), 4만5,000원(대). 은어튀김, 민물매운탕 등도 있다. 참게장은 식사메뉴에는 없고 따로 판매한다. 5∼7마리 들어가는 작은 병이 5만원, 10∼13마리 들어가는 큰 병이 10만원. 통나무집 ☎061-362-3090, 8354

입력시간 2002/12/0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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