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이시대 지식인의 화려한 부활


■ 인텔리겐차
(장석만ㆍ고미숙ㆍ윤해동ㆍ김동춘 지음/ 푸른역사 펴냄)

“근대 지식인은 지식과 일상을 분리시킴으로써 자기 근거를 확보했고, 근대 학문은 이걸 분리시킴으로써 치명적 한계에 봉착했죠.”(고미숙), “근대 역사학은 전면적인 위기 상황입니다. …기본적으로 ‘실증에 기반한 객관성의 신화’와 ‘근대적 진보관에 대한 믿음’ 이 두 가지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윤해동)

‘인텔리겐차’는 종교학 사회학 역사학 고전문학 등 다른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4명의 고학력 연구자들에 대한 재미난 형식의 보고서다. 인터뷰 전문 웹진 ‘퍼슨웹(www.personweb.com)’이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인텔리겐차의 유형으로 이들을 선택해 심층 인터뷰했다.

인텔리겐차(Intelligensiaㆍ올바른 한국어 표기는 인텔리겐치아)는 앎과 삶의 일치를 추구하는 실천적 지식인을 가리킨다. 지금이야 망가졌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인텔리겐차는 정말 폼 나는 말이었고 당시 대학생들에게 인생의 등대와 같았다.

그러나 이 쌈빡한 인물 유형은 80년대 후반 동구권의 몰락과 함께 퇴물로 밀리기 시작하더니 90년대 들어 돈 잘 버는 지식이 지고지선의 덕목으로 급부상하면서 영양가 없이 입만 싼 천덕꾸러기로 몰렸다.

이 책은 인문학과 함께 전멸 위기에 빠졌던 인텔리겐차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4명의 진진한 고뇌와 건강한 행동에서 그들을 불면의 밤으로 몰아세웠던 방황의 끝을 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슨웹은 “선배들이 지천명(知天命·50세)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만나 20대의 방황과 30대의 열정을 듣기 위함”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4명은 70년대 중ㆍ후반에 대학을 다니기 시작해 학생운동과 마르크스주의의 세례를 입었으며 90년대 이후의 ‘환멸’과 새로운 풍파를 겪으면서도 ‘학문과 실천의 길’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새로운 지식 생성 공간의 가능성, 오늘날 지식인의 삶 등이 다루어진다.

입력시간 2002/12/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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