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한반도는 이산의 오작교가 아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김대중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를 이산(離散)의 한(限)이 서린 세계의 오작교(烏鵲橋)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피납 24년만에 북한에서 일본으로 귀환한 소가 히토미씨(43)는 1개월여에 걸친 북방 4개 섬에서의 고독한 격리를 마치고 일본 외무성에 나타나 조용히 말했다. “나는 일본에서 살고 싶지만 북에 두고 온 남편과 두 딸과 상의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영원한 집이 될 수 있을까요. 지금 나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 사는 것입니다.”

소가씨는 19살 때인 1978년 어머니와 니이가타 현의 바닷가를 거닐다 북에 납치되었다. 그 후 65년 1월, 한국전선에 온지 2개월만에 “나는 북으로 간다”는 편지를 남기고 월북한 미군 하사관 찰스 로버트 젠킨슨과 80년 평양에서 결혼했다. 소가씨는 미카(19), 베린다(17)라는 두 딸과 남편을 북한에 둔 채 올해 10월 13일 두 쌍의 일본인 피납 부부와 함께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녀의 남편 젠킨슨은 평양에서 일본인 기자들에게 말했다.

“아내가 납치된 일본인이란 사실을 몰랐다. 일본에 간다고 하기에 납치 사실을 알았다. 나는 일본에 갈수 없다. 미국이 사면을 해주지 않으면 나는 탈주병으로 잡히게 된다. 나는 아내가, 딸들은 엄마가 보고 싶다.”그는 불면증과 불안감으로 11월 26일께 입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에 젠킨슨이 일본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성사여부는 희망적이지 않다.

소가씨는 “제가 가지고 있는 남편과 딸들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적습니다. 저는 일본정부에 모든 것을 내 맡길 수 밖에 없습니다.”소가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수이케 가오루(45)와 오쿠도 유키고(46) 부부, 시무라 야수시(47)와 하마모토 푸쿠제(47) 부부도 각각 해변에서 납치되어 뒤늦게 결혼했다. 두 부부의 자녀들은 15~21살로 모두 다섯 명이나 된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 병합이후 한반도는 이산의 한이 서린 오작교의 나라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미국 뉴올리언스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직한 스티븐 엠브로스 아이젠하워센터 명예관장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 전후의 미군의 활약을 담은 군사 역사서를 여러 권 썼다. 첫 베스트셀러는 ‘1944년 6월 6일 D-DAY’였고 그가 쓴 ‘밴드 오브 브라더스(전우)’는 유명 영화감독 스티브 스필버그가 최근 극화했다.

‘1944년…’과 ‘밴드…’에는 사람들이 싸우는 모습과 싸우기 싫은데도 전제주의, 독재주의, 황제 등에 의해 끌려 나온 한 서린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6척 장신에 모든 운동에 만능인 E중대장이 보기에는 로버트 브루어 제1소대 부소대장은 과잉 성장한 소년 같았다. 브루어는 6월 7일 노르망디 해변 후면도시에 낙하해 해안벙커를 방어하고 있는 독일군을 공격 했다. 이때 부루어팀은 독일말조차 못하는 4명의 동양인을 포로로 잡았다.

한국 출신이라는 그들은 1941년 소비에트 적군(赤軍)으로 모스크바 근교에서 싸우다가 독일군에 포로로 잡혔고 그 후 독일군의 노르망디 해안선 방어병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적군이 된 이유도 설명했다. 1938년 한국에서 일본군에 징집되어 39년 만주의 소련 국경에서 전투 중 포로가 되어 적군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브루어는 그 후 E중대와 함께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시가지 수색작전에 선두로 투입됐다가 저격병에 의해 목에 총상을 입고 후송됐다.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E중대에 복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스필버그의 영화에 잠시 나온다.

브루어는 엠브로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4명의 한국인을 어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한반도로 돌아갔겠죠. 그리고 1950년에 그곳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을 위해 싸웠거나 미국에 반대해 싸웠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20세기 ‘역사의 변덕’이 아닐까요.”

그래선지 부루어는 2차대전이 끝난 후 현역으로 남아 CIA의 특수임무에 군인 신분으로 참가했다. 1967~71년에 전개된 베트공말살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그는 대령으로 예편했다.

20세기 ‘역사의 변덕’은 한반도에서 이산이란 한으로 남아 있다. 그 첫머리는 일본 때문에 20세기 들어 생겼다.

그 다음 젠킨슨과 소가의 이산의 한은 김정일 위원장 때문에 생겼다. 그렇다고 한반도의 반쪽 상속인인 김 위원장을 오로지 증오와 보복으로 대할 것인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모든 이에게 헌신적 동정을 주는 보수주의자다. 한반도의 한을 풀어 주기위해 젠킨슨을 용서 해주는 게 어떨까.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서 이 이산의 한(恨) 문제를 풀기 위한 중재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

* 지난 주(1949호) ‘어제와 오늘’에 등장한 북한 리찬복 과장은 리찬복 대장의 오식이었기에 바로잡습니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12/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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