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E.T - 꿈과 사랑의 메시지 가득

2002년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35살에 발표한 ‘ET (The Extra-Terrestrial)’탄생 20주년이 되는 해다. SF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던 ‘ET’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사 유니버설과 스필버그 감독은 디지털 단장을 한 ‘ET’를 재개봉하여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 개봉 당시에도 그러했듯, 지난 4월의 재개봉 역시 요란한 환대 없이 조용히 맞이했다.

공상 과학 장르가 크게 흥행한 적이 없는 우리 현실 탓이 클 것이다. 혹은 ‘ET’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미 본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너무 유명한 영화는 단편적인 지식을 워낙 많이 주워듣게돼 이미 본 것 같지만, 실제로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ET’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감상했다는 이는 드물다.

dvd와 비디오가 발매되면서 손질한 부분과 새롭게 추가된 장면에 대한 홍보가 한창이니, 이참에 ‘ET’의 명성을 직접 확인해 보면 좋겠다. ‘ET 스페셜 에디션’(전체 관람가 등급, 유니버설 출시)은 두 장의 디스크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디스크에는 영화 본편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ET’디지털 손질 개봉 이유를 설명하는 짤막한 해설이 들어 있다. 스필버그는 “ET가 말할 때 입이 잘 맞지 않고, 팔의 움직임이나 감정 표현이 정교하지 않아 이를 보정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재개봉의 또 다른 이유로 “힘든 삶을 떠올리기보다 순수한 탈출구로서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재개봉하는 ‘ET’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Evolution & Creation of ET’에는 제작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 출연 배우들이 총출동하여 ‘ET’제작 당시를 회상한다.

스필버그는 어릴 때 이혼한 부모로 인한 마음의 상처, 전작인 ‘미지와의 조우’에서 외계인이 떠나버린 것이 서운하여 아버지 없는 가정의 아이들과 친해지는 외계인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8주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한 멜리사 메티슨은 식물 채집차 지구에 온 ET의 초능력은 어린아이들의 소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다.

이어서 아역 배우 캐스팅, ET의 외형 디자인 변천 과정, ET를 움직인 방법 등을 설명한 후 디지털 손질 부분에 대해 이야기한다. 1982년 당시의 ET 움직임과 디지털 교정 후의 움직임을 한 화면에 비교하여, 영화 기술 진보를 실감케한다.

“완전히 새롭게 고친 부분이 있어서 재개봉하는 것이 아니다. 새 세대에게 따뜻한 꿈의 영화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오늘날의 첨단 기술로 보강한 부분은 원작을 최대한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눈에 띄지 않게 했다”고 밝히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와닿는다.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부인하지 않지만, 감동만은 아날로그 시대의 것을 고스란히 살리고 싶다는 소망일터. 스필버그는 한 술 더 떠서 “ET는 보석같은 영화여서 속편은 없다”라고 못을 박는다. 그만큼 자신 있는 영화고 애정이 가득한 영화라는 뜻일 것이다.

그 외에도 스페셜 보너스에는 20주년 기념 시사회, 태양계에 대한 영문 해설, 예고편 등이 들어 있다.

화질과 음질이 보강된 이 특별판을 새롭게 감상하고 나면 PPL(Product Placement 영화 속 상품을 통한 간접 광고)의 효시가 되었던 m&m 초콜릿이 먹고 싶어진다. “손바닥이 아닌 입 속에서 녹는 캔디”라고 선전한 알록달록 동그란 초콜릿을 입안에서 녹이노라면, ‘ET’와 20년만에 만난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디저트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정보 하나 더. 2003년 1월에는 1982년에 개봉된 오리지널 영화를 수록한, 3개의 디스크로 구성된 ‘ET 콜렉터스 에디션’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번 스페셜 에디션을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옥선희 비디오, dvd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2/0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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