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건강한 겨울나기

잘먹고 많이 움직여라

같은 겨울이지만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를 것이다. 첫사랑과의 이별을 겨울에 한 사람은 겨울을 가슴이 아픈 계절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겨울에 아이를 낳은 사람은 축복의 계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수험생에게 있어 겨울은 치열한 경쟁과 뿌듯함 또는 낭패감을 생각나게 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겨울은 모든 것을 거둬들여서 깊은 곳에 저장하는 계절이며, 반성하는 계절이며, 쉬는 계절이다. 사찰에서도 동안거(冬安居)라고 하여 한 겨울에는 법문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겨울에 더 바쁜 듯하다.

겨울에 밖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독감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고혈압과 뇌졸중, 피부건조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말이다.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영양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신체 활동량은 줄어드는 반면, 인체는 찬 기온에 적응하려고 내부 신진 대사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과식이나 폭식을 하다가는 자칫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크게 기지개를 펴고 간단한 체조를 하여 몸을 풀어주고 전신의 기혈(氣血)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아침 식사는 거르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영양소를 골고루 갖추도록 한다. 밥과 국, 생선과 나물, 김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면 하루가 든든하다. 오전에 일하면서 꿀을 첨가한 유자차 한 잔 또는 신선한 과일을 섭취하면 더욱 능률을 높일 수 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에는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을 하면 소화도 잘 되고 스트레스도 풀리게 된다. 또한 점심을 거르면 저녁때 과식을 하게 되므로 점심은 꼭 잘 먹어야 한다. 오후에 몸이 늘어지면 녹차나 연한 커피 한 잔으로 기분전환을 해주는 것도 좋다.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등과 어깨, 허리 근육을 풀어 주면 개운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저녁식사는 영양가 있는 음식으로 적당히 먹는다. 저녁 식후 과일 한 조각은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날이 많이 어두워진 후에는 가급적이면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는 위장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밤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함께 먹는 군고구마 맛은 우리를 참을 수 없게 하지만 역시 과식은 안 된다. 밤에는 체온도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무리한 활동을 피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는 자주 환기를 하여 방안 공기를 갈아주므로 집안의 퀴퀴한 냄새가 자리잡지 않도록 하고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건조해진 공기로 피부가 거칠어지고 가려움증이 심해져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부의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목욕 후 로션이나 글리세린, 오일 등을 발라 피부건조를 막아야 한다. 속옷은 땀 흡수가 잘되고 자극이 적은 면내의를 입도록 하고 집안에는 가습기를 틀어놓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 공기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좋다. 옛날 방바닥에 빨래를 늘어놓고 지내시던 어머님 모습에서 건강을 위한 살림의 지혜를 느낄 것이다.

또한 노인들에서 중풍 발생율이 높아지므로, 고혈압이 있는 환자들은 겨울철에 특히 혈압약 복용을 철저히 하고, 외출 시 신체보온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추운 날씨라고 집안에 있기보다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에 산책과 체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자주 목욕을 해 신체 구석구석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도록 한다. 눈이나 비 때문에 길이 얼어붙으면 자칫 넘어지기 쉬운데, 뼈가 약한 분들은 골절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에 꾸준히 몸을 단련했으면 위험이 적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구두보다는 운동화를 신고 노인분들은 필요하면 지팡이를 짚으시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올 겨울도 잘 보내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잘 못 보내면 악몽과 같은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이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입력시간 2002/1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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