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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이벤트 만남의 이면

얼마 전 지하철에서 만남을 주선해준다는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몇 분 간격으로 연달아 세 명의 남성들로부터 다음날 출근길에 만나자는 프로포즈를 받았다. 출근 조건과 나이, 직업 등의 신상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한 명을 골랐다. ‘수락’ 버튼 하나로 만남은 간단하게 성사됐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로운 솔로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기존의 맞선식 1:1 만남은 이제는 고전. 별의별 기발한 수단과 명목을 빌린 다양한 미팅 이벤트가 청춘남녀의 허전한 가슴을 흔들어 놓는다. 대선 투표율을 높이는데 기여한다는 ‘투표팅’이 등장했는가 하면, 유명 작가에게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도 주선되고 있다.

인터넷 ‘만남’ 코너에 음성 인사말을 남겨, 멋진 인사말로 상대를 ‘찜’하는 이벤트도 열린다.

바야흐로 남녀의 만남이 ‘이벤트’가 되고 있다. 톡톡 튀는 신세대의 감각에 맞게 독특하고 흥미로운 만남 이벤트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즉흥적인 만남 만큼이나 손쉬워진 이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얼마 전 성인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헤어짐’을 쉽게 받아들이는 요즈음의 세태가 잘 드러난다.

젊은 남녀들은 연인과 헤어진 후 평균 4개월 24일간 이별의 후유증을 앓는다고 한다. 1년 이상 아픔을 간직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별을 통보하는 수단도 현대식으로 바뀌고 있다.

아직은 직접 만나서 이별을 알리는 경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20대 초반의 젊은이들(12%)과 대학원을 나온 고학력자(13%)들이 e메일 또는 메신저로 이별을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세대에겐 ‘이혼’도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결혼 후 3개월 내에 배우자에게서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견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헤어지겠다”는 답변이 64.2%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하루라도 빨리 헤어진다”고 응답한 사람도 16%가 넘었다.

조사작업에 참여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삶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있으면 관계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이기적인 관념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만남에 앞서 인연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다 진지한 자세가 아쉽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完痴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2002/12/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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