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vs노무현 운명의 한판] "PK 딛고 충청 잡으면 이긴다"

31년 만에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모든 면에서 두 후보가 양극점에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여야격돌, 연령적으로는 노장대결, 이념적으로는 보혁구도, 지역적으로도 동서대립 등 여백이 없는 흑백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선거 구호에서부터 이 같은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이 후보에 노 후보는 세대교체를, 부패정권 심판에는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로 맞선 상태다.

두 후보의 대결에는 고정표의 수성보다 부동층의 흡수 여부가 승패의 분수령으로 지목된다. 지지 후보를 마음에 둔 유권자의 경우 다자간 대결 구도 때와는 달리 양자 대결시 막판 표심이동이 거의 없다는 게 정설로 돼 있다. 이에 따라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전체 유권자중 20% 가량의 부동층 향배가 어느 때보다 관심이 모아진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부동층이 많은 지역을 골라 찾아다니거나 이들을 위한 공약개발 및 상대 후보를 겨냥한 흠집내기에 주력하고 있다.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후보들의 선거전략과 이에 따른 주요 변수들을 짚어보면 이번 대선의 윤곽이 그려질 것도 같다.


PK 민심과 무주공산 충청의 향배

16대 대선 승부처의 가장 중요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PK지역과 충청권이 떠오른다. 유권자 수(PK 576만명, 충청 347만명)도 많지만 그것보다 두 후보간 지지율 이동 폭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두 지역은 이-노 두 후보의 고향인데도 선거등록일 전 지지율 조사에서는 오히려 상대후보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만큼 서로가 표심을 훔쳐올 여지가 많은 곳이기에 선거 초반부터 이 두 지역에서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PK는 1997년 대선에서 이 후보 낙선의 주 원인이 됐던 무대이다. 당시 이 후보는 53%를 얻었지만 김대중 후보가 13%를 가져갔고, 결정적으로 이인제 후보가 29%나 차지하면서 이 후보 표를 잠식한 게 패인으로 분석됐다.

이번에는 노 후보가 경남 태생으로 부산에서 학교를 나오고 첫 국회의원에 당선된 ‘PK맨’이란 점이 이 후보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후보단일화 이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의 석권이 예상됐지만 점점 노 후보가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실제 한국갤럽의 10월19일 조사에서는 두 후보간 격차가 40%포인트 가량 벌어졌지만 11월25일 조사에서는 48.9%(이 후보)대 32.3%(노 후보)로 차이가 줄었다.

민주당 측은 “PK에서 40%의 득표를 올려 이 지역에서 이 후보와 6:4 정도의 열세만 보이면 전체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이라고 자신했다. 노 후보는 11월27일 첫 유세지로 부산을 택하며 국회의원이 1명도 없는 조직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 군중을 상대로 한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도 지역구 의원들을 앞세워 노풍(盧風)차단에 주력하는 한편 12월1일 이 후보가 직접 부산에 내려가는 등 지역 방어에 주력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 후보를 과연 영남사람들이 찍어주겠느냐”며 “(노 후보는) 20%대의 지지율에 머무를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노 후보의 고향인 PK에 이어 이 후보의 선영이 있는 충청권도 이번 대선의 또 하나의 승부처다. 지난 대선 이곳에서 이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40만표 차이로 졌다. 전국 집계 결과 39만표 차이로 이 후보가 패배한 것을 감안하면 결국 충청권의 선택이 당락을 가른 것이다. 충청권의 연고를 쥔 이 후보가 맹주인 자민련 김종필 총재(JP)의 두터운 벽을 뚫지 못했었다.

이번은 JP가 사실상 전면에서 사라진 데다 이 후보의 선친도 충남 예산에 안장했고, 자민련 소속 의원 상당수가 한나라당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 후보에게는 더없이 유리한 상황인 것 같은 데 막상 조사결과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단일화 이전까지 10% 포인트 정도의 우위를 보이던 이 후보가 단일화 이후에는 오히려 5% 포인트 가량 노 후보에게 뒤진 조사결과가 나왔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충청권 민심의 향배는 미동도 않는 JP 복심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이 후보 측은 JP와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자민련 모시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두 세력과 손만 잡는다면 적어도 50% 이상의 지지율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경계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盧-鄭의 위력과 40대의 선택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 지지표였던 25% 가량의 유권자는 결국 어디로 갈까. 비록 노-정 연합군이 출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표심이 전량 노 후보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노선이나 이념적으로 보면 정 대표는 이 후보에 가깝다. 대체적으로 20~30대는 노 후보 측에, 50대 이상은 이 후보 측으로 갈린다고 보면 역시 40대의 향방이 가장 주목된다.

안정희구와 개혁희망이 얽혀있는 이들 계층의 경우 중산층을 위한 정책에 어느 후보가 설득력있는 대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지지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노 후보 측은 정 지지표를 끌어안기 위해 신문 광고에 정 대표와의 러브샷 사진을 게재하고 각종 문구에도 정 대표를 함께 올리고 있다. 정 지지표 흡수는 물론 50대 후보의 결합이란 점을 강조한 세대교체 이미지도 함께 각인시킨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노 후보는 급진불안, 정 대표는 재벌지향으로 몰아세우며 둘 간의 이질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 측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노-정 두 사람이 함께 손잡고 전국 투어유세에 나서는 부분. 이 경우 단일화 성사와 패자의 깨끗한 승복이란 새 정치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어 이 후보에게는 가장 아픈 대목이 될 수 있다.

이에 한나라당에서는 제2의 DJP야합, 대국민사기극이란 애드벌룬을 띄우며 미리 방어 연막을 쳐 놓고 있다.

단일화 이전의 이-노 가상대결에서는 정 대표 지지자중 3분의 2가 이 후보를 지지했지만 단일화 이후에는 거꾸로 노 후보가 3분의 2를 가져가는 결과가 나왔다. 노-정 연합군의 공조 강도에 따라 표심이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이-노 후보가 정 대표를 놓고 앞세우기와 주저앉히기를 놓고 벌여야 하는 또 다른 싸움도 대선의 관전포인트이다.


젊은층의 투표율과 TV토론

흔히 젊은 층들의 투표율이 극히 저조해 사전 여론조사와 정작 선거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20~30대의 경우 대부분 휴일 나들이를 즐기기 때문에 이들의 투표율이 50%도 안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전체 투표율은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48.8%, 2000년 16대 총선에서 57.2%, 98년 2회 지방선거에서 52.7%를 기록하는 등 저조했다. 이 때는 아마도 20~30대 층에서 상당한 기권표를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97년 대선의 투표율은 80.7%, 92년에는 81.9%였으며 87년에는 무려 89.7%에 달했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하지 않더라도 대선만큼은 참여한다는 얘기다.

비록 젊은 층의 지지가 노 후보에게 집중돼 있다곤 하지만 가장 표심이 흔들리는 계층도 젊은 유권자들이다. 그에 따라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들 비디오 세대들에게 확실히 어필하는 방법은 역시 TV토론. 노 후보의 대중성에 맞서 이 후보의 논리성이 얼마만큼 먹혀드느냐에 달렸다.

12월3일, 10일, 16일, 세차례 치러지는 TV토론은 이-노 후보외에 권영길 후보가 참여한다. 진보색채가 강한 권 후보의 참여로 노 후보가 상대적으로 중도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군소후보의 잠식, 제3세력은 어디로

두 후보가 치열한 승부를 벌일 때면 지지율 1~2%가 10~20% 정도로 크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런 자투리 승부는 군소후보군과 자민련 등 제3의 정치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양강 외에 대선에 뛰어든 후보들은 총 5명. 이들이 적어도 6% 이상은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먼저 3위가 예상되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분명 노 후보에게는 악재다. 권 후보만 없었으면 지지표의 상당 수가 돌아왔을 거란 생각에서다. 사회당 김영규 후보도 노 후보 표를 잠식할 태세다.

하지만 무소속 장세동 후보와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는 이 후보를 괴롭히고 있다. 두 후보들의 보수ㆍ우익 성향은 이 후보와 서로 겹치기 때문이다. 민노당 권 후보와 무소속 장 후보의 선전여부가 이-노 후보에게는 결정적 승인 및 패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본선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뒤에서 표심에 영향을 주는 세력들도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인제 의원과 마지막 충청권의 보루인 자민련, 이회창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 등 국가 원로가 그들이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은 적잖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식 선거운동기간 이전까지의 여론조사 변화추이를 보면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줄곧 앞서던 이 후보가 후보 단일화 이후 역전돼 3~5%포인트(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음) 차이로 노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노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기 때문에 정 대표만 제대로 가세해주면 지지율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 근소하게 뒤질 경우 정작 선거 개표시에는 다른 결과가 종종 있어왔다. 가까운 예로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여론조사에서 뒤지던 이명박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눌렀다.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다는 이 후보가 기대를 걸고 있는 대목이다.


  • 대선의 7대 변수
  • 1. PK 민심은 어디로… 2. 무주공산 충청의 향배 3. 盧-鄭의 合風 위력은 4. TV토론에 달렸다 5. 젊은층의 투표율 6. 군소후보의 표 잠식 7. 제3의 정치세력은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2/06 15:38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