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2·19-민심은 지금] 텃밭이냐? 희망의 땅이냐?

한나라 아성 '흔들', 단일화 이후 민심 변화 조짐

“텃밭에서 더 이상 패배는 없다”, “국민통합후보 ‘경남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11월 27일 후보등록으로 본격화된 제16대 대통령선거가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 2강(强)체제로 굳어지면서 양 후보 모두 최대 접전지인 부산ㆍ경남지역(PK) 표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PK지역은 전통의 ‘한나라당 아성’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이 지역에 기반이 있는 노 후보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성사시킨 이후 민심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 후보 모두 이 같은 민심 변화를 감안한 듯 후보등록 첫날부터 직접 부산지역으로 내려와 표밭갈이에 나서는 등 불꽃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회창 대세론 주춤, 노풍 조짐

최근 여론조사결과 PK지역 지지율은 한나라당 이 후보가 45~47%, 민주당 노 후보가 31~37%로 이 후보가 여전히 10% 포인트 가량 앞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 후보의 경우 단일화 이전 보다 10%포인트 이상 급락한 반면 민주당 노 후보는 오히려 10%가량 높아졌다.

특히 후보단일화 이전 다자 대결구도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노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회창 대세론’이 다소 주춤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 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선가능성에 있어서는 이 후보(53~60%)가 노 후보(25~28%)를 여전히 월등히 앞서 있다.

PK지역에서 민주당 노 후보의 개인적 이미지는 대체로 좋은 편이나 전통적으로 반DJ 정서가 강해 ‘DJ당’으로 인식되는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온 노 후보가 이를 얼마나 불식시킬 수 있을 것 인지가 최대 변수다.

이와 함께 국민통합 21 정 후보 지지층의 표심 향배도 관심사이다. 여론조사결과 정 후보 지지층 가운데 54~58%는 노 후보에게, 24~25%는 이 후보 지지의사를 밝혔지만 부동층이 8%대에서 15~16%로 늘어났고 늘어난 부동층의 상당수는 국민통합 정 후보 지지층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생들을 포함한 20, 30대 젊은 층의 투표 참가여부도 변수이다. 한나라당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은 50, 60대의 경우 투표참가율이 높은 반면 민주당 노 후보 지지층이 많은 20, 30대의 투표참가율은 대체로 낮아 여론조사결과와 실제 득표율에 상당한 차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박재율 사무처장도 “노 후보가 후보 단일화라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보여줌으로써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정 후보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노 후보의 지지율이 높아졌으나 아직 한나라당 이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권자의 이중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며 “노 후보가 단일화 분위기를 얼마나 이어가고 대세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리 등이 선거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 “수성 자신”, 민주 “역전 발판”

양당의 PK지역 선거전략도 후보단일화 이후 상당히 달라졌다. 민주당 노 후보 부산선대위는 후보 단일화로 노 후보의 지지도가 수직상승해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크게 고무돼 있다. 부산선대위는 “노 후보가 37.5%의 득표율을 보인 1995년 부산시장 선거 때 보다 조직력도 탄탄하고 후보단일화란 상승효과도 있기 때문에 대세 장악이 가능하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노 후보의 득표목표도 당초 40%에서 51%로 크게 상향 조정하고 후보 단일화 정신에 따라 국민통합 21을 포함한 범 개혁적인 정치세력 규합에 나서는 등‘노풍 재점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측은 DJ후계자론 등 한나라당의 공세에 현혹돼온 유권자들에게 “그동안 노 후보가 DJ와는 다른 정치행보를 보여주었고 깨끗한 정치와 동서화합을 통해 진정 부산이 자랑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준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가 낡은 정치방식과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후보란 점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가 ‘낡은 정치세력 대 깨끗하고 떳떳한 정치세력간 대결’임을 적극 알릴 계획이다.

노 후보는 27일 후보등록을 하자마자 부산으로 내려와 민주공원과 충혼탑에 참배한뒤 부산역 광장 연설을 시작으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지역에 깊은 애정을 과시했다.

노 후보 부산선대위 안봉모 대변인은 “노 후보가 부산을 첫 공식 선거운동 지역으로 삼음으로써 ‘부산발 노무현 동남풍’이 북상, 지지세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대세를 장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 부산선대위는 ‘그래도 민심은 우리 것’이라며 수성(守城)을 자신하고 있다.

부산선대위는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로 전선(戰線)이 단일화돼 오히려 홀가분하다“며 “좌충우돌식 막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어 폭발 직전의 ‘노풍’을 스스로 잠재운 노 후보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지역 정서를 감안해 노 후보가 ‘부패정권의 2세’임을 유권자들에게 적극 호소하면 선거 판도에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초반 후보단일화 효과가 만만치 않게 나타나자 지구당별 공조직을 풀 가동해 ‘노풍’의 불씨는 차단하고 초반 대세의 분위기를 투표 당일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후보도 당초 후보등록 직후 서울지역 유세부터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27일 오후 부산을 전격 방문, 거리유세전에 뛰어들었다.


單風 확산이냐? 차단이냐?

경남도 한나라당에게는 확실한 ‘텃밭’이지만 민주당에게는 노 후보의 고향(경남 김해)을 앞세워 대약진을 기대하는 ‘희망의 땅’이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는 이번 만큼은 지난 15대 대선 당시 ‘이인제 효과’ 등으로 이 후보의 득표율이 55.9%에 머물러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아픈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20만 당원들의 집안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단풍(單風)’의 시너지 효과를 조기 차단하기 위해 ‘노 후보는 DJ후계자’라고 단정짓고 ‘창(昌) 대세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득표 목표는 75%. 이를 위해 도지부 선대위 산하에 16개 특위를 구성하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지구당별 득표 목표를 시달, 정신무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경남도지부 김호열 홍보부장은 “민주당 노 후보는 DJ정권 연장 음모의 꼭두각시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경남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의 당연성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도민들의 현명한 선택은 자랑스런 ‘국민통합 후보’ 노무현”이라는 화두로 표밭을 일군다는 전략.

민주당 도지부는 후보 단일화 이후 노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어 55% 득표는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16개 지구당 정비를 완료하고 세몰이를 위해 시골장터와 도심골목, 근로현장 등을 맨투맨식으로 샅샅이 누비며 한나라당의 실정을 폭로하고 노 후보의 참신성과 국가발전관 등을 중점 부각시키며 ‘게릴라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김성진 기획단장 겸 대변인은 “후보 단일화 이후 ‘노풍’이 한창일 때 지지율을 앞질렀다”면서 “도민들에게 진정한 경남발전은 지방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노 후보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박상준 부장

창원=이동렬 기자

입력시간 2002/12/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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