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2·19-민심은 지금] 鄭心·勞心 향방이 판세 가른다

“정 후보의 탈락이 좀 아쉽네요. 지역 출신으로 월드컵 4강신화를 일궈낸 분답게 시원시원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주부).

“우리 입장에서는 차라리 잘됐어요. 잘 되면(대통령 당선)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힘들어지죠.(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관계자)

“다행입니다. 엄연히 다른 회사인데 ‘현대’라는 이름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도 없고 본의 아니게 이곳 저곳 눈치를 볼 필요도 없잖아요”(현대계열사 임원)

후보단일화로 대선전이 이회창, 노무현 후보의 2강구도로 재편됐지만 국민통합 21의 아성인 울산지역은 ‘후보단일화’의 여진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미포조선, 현대백화점, 울산대, 울산과학대, 하이스코(옛 현대강관), 금강고려화학 등 결연의 끈은 예전 갖지 않지만 이른바 ‘현대’계열이 즐비한 울산은 정 후보의 결선 탈락에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이다.

국민통합 21은 ‘후보단일화’에 앞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울산에 시 지부 및 지구당체제까지 갖추고 대선과 함께 치를 울산중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까지 뽑아 놓은 등 ‘선거판’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의 중도탈락으로 국민통합21을 지지해온 ‘동력(動力)’들의 입지가 묘해졌다. 한 정치지망생은 “MJ가 일단 당을 지키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에 울산 중구 보선에서는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새로운 활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길’에 많은 뜻이 담겨 있는 듯 했다.

반면 이 지역 정치적 맹주임을 자부해온 한나라당은 울산에 정치 기반을 둔 정 후보가 아닌 노 후보로 단일화된 데 안도하면서도 민주당과 국민통합21 양당이 공조할 경우 득표경쟁이 예상외로 치열해질 수 있다고 보고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울산시지부의 한 당직자는 “정 후보로 단일화됐다면 ‘혈투’를 예상했지만 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대선의 성격이 분명해져 ‘운동’하기는 편해졌지만 정 의원의 행보가 관심”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민주 盧ㆍ鄭 연합에 큰 기대

민주당 지지자들은 깊은 나락의 끝에서 무지개를 본 양 표정 관리가 덜 된 상황에서 ‘노-정 연합’에 크게 기대를 거는 눈치다. 노 후보의 지지도가 끝없이 추락하고, 울산 출신 정 의원쪽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지역의 조직기반 전체가 와해 직전까지 간 게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민주당 울산선대본부 관계자는 “정 후보의 용기 있는 승복에 존경의 뜻을 전한다”며 “반목과 불복이 판치는 정치현실에서 정 후보의 행동은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울산 대선판도의 큰 변수인 노동계 인사들은 노 후보로의 단일화가 민주노동당 득표전략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민주노동당 핵심관계자는 “노 후보로 단일화되는 바람에 전국 득표 목표인 150만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가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는 범 진보진영 후보이지만 노 후보가 친노동계 성향을 갖고 있어 대선 막바지에 양자구도가 굳어지면 ‘사표 방지심리’가 작용, 노 후보에게 표심이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국적인 대선판도가 한나라당 이 후보와 민주당 노 후보의 2강 구도로 전개됨에 따라 울산의 대선판도는 정심(鄭心)의 풍향이 상수(常數), 노동계의 풍향이 변수(變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울산=목상균 기자

입력시간 2002/12/06 15:49


울산=목상균 sgmo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