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시린 싱글이여 난로 하나씩 꿰찰지어다"

지하철팅·투표팅 등 다양한 만남 이벤트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부디~/ 얼어 죽을 만큼 춥게 하소서/ 그래서 세상의 모든 닭살 커플들/ 밖에 절대 싸돌아다니지 못하게 하소서/…/ 올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잠 많이 자게 하소서/ 오후 7시부터 스스르 잠들어 다음날 아침까지 논스톱으로 잠들게 하소서/ 차라리 잠들어 있고 싶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아멘.”

인터넷에 떠도는 ‘솔로들의 기도문’이란 유머다. 연인들이 행복한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수록 더욱 쓸쓸해지는 ‘솔로’들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외로운 솔로들이여, 더 이상 남 잘 되는 거 배 아파 하지 말고 제 짝 찾기에 나서자. 옆구리가 시려오는 12월, 온ㆍ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만남의 장이 열린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나요

‘준, 어디까지 가니?’ ‘꾸벅꾸벅 졸지 말고, 다정하게 놀며 가자!’

지하철로 출근 하는 미혼남녀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매일 아침 ‘쭉쭉빵빵걸’이나 ‘꽃미남’을 만날 꿈에 부풀어 출근길에 나설 수 있도록 지하철에서 만남을 주선해 주는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했다.

인터넷 전문 벤처기업 ㈜엔지넷과 부가통신업체 ㈜일확천금탐험대가 최근 공동으로 선보인 ‘에브리데이트(www.everydate.co.kr)’다. 개설 15일 만에 회원이 1만 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에브리데이트는 남녀가 사이트에 들어가 자신의 간단한 소개 자료와 함께 출근시간, 출발역과 도착역 등을 등록한 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정하면 지하철에서 데이트를 주선해 준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시청까지 가려는 남성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오전 8시- 잠실역- 시청역’ 순으로 출근 정보를 입력하고 신상 명세서를 올려 놓으면, 여성은 자신과 같은 출근 조건의 남성 리스트를 보고 마음에 드는 상대를 고르게 된다.

이 사이트의 출현에 따라 지하철이 남녀 데이트 공간으로 바뀌면서 ‘원정출근족’ ‘더블 데이트족’ 등 새로운 지하철족들도 생겨났다.

공무원 박모(31)씨는 얼마 전부터 출근길을 아예 바꾸었다. 집 앞 지하철인 구의역이 아니라 네 정거장 떨어진 삼성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인 신당으로 간다. 기왕 지하철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로 작정한 이상, 물(?)이 좋은 동네의 지하철 역을 택한 것이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직장인들 중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도 있다. 4호선 신길온천역에서 구의역까지 가는 김모(28)씨는 환승역인 사당역을 중심으로 두 명의 여성과 만남을 갖는다.

그는 “신길온천에서 사당까지 가는 여성은 많지 않지만, 사당에서 구의까지 가는 노선에선 쉽게 미녀를 찾을 수 있다”며 “바쁜 출근길에 두 여성에게 작업을 할 수 있어 무료한 출근길에 활력이 생겨났다”고 만족해 했다.

사이트를 개설한 강문수 ㈜엔지넷 대표는 “출근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라 시간은 물론 돈도 절약되는 데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20~30대 직장인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면서 “조만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을 이용한 다자간 런치 미팅ㆍ 퇴근 미팅 등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표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님도 보고 투표도 하자.’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는 대선유권자연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공동으로 대선 당일인 12월 19일 서울, 부산 등 10개 도시에서 20∼30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미팅을 한 뒤 파트너와 함께 투표를 하러 가는 ‘투표팅’(보팅 Votting:Vote+Metting) 행사를 연다.

선거 당일 참가자들이 지역별 미팅을 실시, 파트너를 정한 다음 커플별로 해당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던지게 된다.

손동규 비에나래 대표는 “솔로들이 가장 고민스러워 할 연말과 크리스마스가 대선과 겹쳐 미팅도 하고 소중한 투표권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신청은 12월 14일까지 비에나래 홈페이지(www.bien.co.kr)로 하면 된다.

인터넷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www.daksclub.com)은 남녀가 미팅을 하면서 조정래, 이외수 등 유명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작가와의 만남’이라는 미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문화관광부,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이 공동 후원하는 ‘책으로 여는 세상’의 오프라인 이벤트다.

10월 1일 ‘나는 손끝으로 세상을 디자인한다’의 작가 세시박이 참여한 제 1회 미팅을 진행한 이후 앞으로 총 10회에 걸쳐 이벤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간단한 게임과 함께 와인과 퐁듀(스위스식 음식)를 제공하며, 작가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작가의 친필 사인이 들어있는 책도 증정한다.


파티장에서 찍어봐?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은 솔로라면 ‘크리스마스 파티’에 관심을 가져보자.

결혼정보회사 듀오(www.duonet.com)는 12월 21일 밤 서울 강남 압구정동 ‘The Concert’에서 미혼 남녀 300명을 짝지어주는 ‘Work & Joy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이 파티는 청춘남녀가 산타 할아버지와 할머니 분장을 하고 신나는 캐롤송에 맞춰 코믹한 춤을 추는 ‘루돌프 댄스’ 시간을 갖는 등 크리스마스 정취를 물씬 풍기도록 기획됐다. 듀오 회원이 아니라도 현대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면 참여할 수 있다.

비에나레는 12월 14일과 21일 ‘미리-크리스마스 파티’와‘Non-Single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 남성은 28세~32세, 여성은 25~30세의 미혼 남녀이면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네이버(www.naver.com)는 미팅 콘텐츠 ‘네이버 러브’를 통해 크리스마스 데이트 자금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미혼남녀가 이 사이트의 음성 인사말 서비스에 인사말을 남겨 놓으면 이성이 맘에 드는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프로포즈나 쪽지를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 커플로 맺어지는 5쌍에게 크리스마스 데이트자금 10만원을 지원한다.

네티즌에게 가장 많은 프로포즈나 선물 등을 받은 ‘퀸카’ ‘킹카’ 참가자에게는 고급 핸드백과 결혼정보회사 미팅 상품권 등을 지급한다.

결혼정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0~30대의 젊은 층들이 딱딱한 맞선 형식의 1:1 만남보다 독특한 행사나 파티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상대를 고르려고 하는 추세가 두드러져 각종 이벤트성 만남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 "겨울은 이별의 계절"

젊은 커플들에게 겨울은 위기의 계절이다. 연인들은 사계절 가운데 겨울에 가장 많이 이별의 아픔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미팅전문 사이트 비다노블레(www.vida.co.kr)가 20~30대 미혼남녀 회원 656명(남 521명, 여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겨울에 가장 많이 헤어지는 것(33%)으로 응답했다. ‘가을에 헤어졌다’는 대답은 27%였으며, 여름은 17%, 봄은 15%였다.

이별의 후유증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헤어졌을 때에는 가장 오래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별을 했을 때 여성은 평균 5개월 4일, 남성은 4개월 21일 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며 이별 통보를 한 사람보다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 1개월 10일가량 더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헤어진 경우에는 후유증이 6개월 10일로 가장 길었다.

이별 통보를 하는 쪽은 여성이 52%로 남성보다 약간 높았으며, 이별을 알리는 수단으로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49%)하거나 전화(34%)를 이용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

한편, 응답자들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연예인 커플로 최수종-하희라 부부(54%)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던졌다. 다음으로 차인표-신애라 부부(18%), 김호진-김지호(8%), 손지창-오연수(6%)를 꼽았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12/08 15:47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