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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촉酒에 취하는 위스키 시장

판촉酒에 취하는 위스키 시장

양주 춘추전국시대… 연말 고객잡기에 사활 건 '판촉대전'

서울 강남 신사동 한 복판의 대형 룸 살롱 S. 강남대로 입구에 위치한 이 유흥업소는 요란한 네온 사인에 둘러싸인 왼쪽 골목을 끼고 들어서자 마자 위치해있다. 겉은 초라하지만 일단 황금 빛 대리석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검은색 타일과 은색 치장으로 콤비를 이룬 룸들이 즐비하게 나타난다.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방문 앞에는 어느 새인가 꽃 단장을 한 특정 위스키 회사의 도우미 2명이 다가와 고객이 숨도 돌리기 전 연거푸 진한 미소를 지어 보낸다. 90도 허리 숙여 깎듯이 인사 한 이들의 양손에는 기념 라이터와 열쇠고리는 기본이고 위스키 로고가 쓰여진 티셔츠까지 푸짐한 사은품이 들려져 있다.

“저희 제품 XXX를 애용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이들의 선전 구호에는 붉은 루즈 자국이 묻어난다. 도우미들이 고객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는 판촉 주(酒)는 춘추전국 시대를 맞아 양주 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치열한 위스키 시장의 서막일 뿐이다.


술전쟁 승패는 마담 하기나름?

2002 연말 ‘격전’ 위스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소비위축이 심화되고 있는 연말 경기 분위기와는 달리 망년ㆍ친목회가 이어지는 룸 살롱 경기는 결코 식지 않는다. 이를 선점하기 위한 위스키 업체간 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국내 시장 단일 브랜드 판매 1위 임페리얼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34.9%) 1위 수성에 나서고 있는 진로발렌타인스를 비롯 ‘윈저’의 디아지오코리아(구 씨그램코리아ㆍ27.1%)와 기존 ‘딤플’의 대체용 신제품 ‘랜슬럿’을 내놓은 하이스코트 등 주요 양주 5개사들이 치열한 판매경쟁에 나서고 있다.

또 위스키 시장에 컴백한 두산과 중소 규모의 수입 위스키 업체들도 연말 판촉ㆍ마케팅을 펼치며 고객잡기에 전념하고 있다.

룸 살롱이 한데 밀집해있는 강남 유흥업소 지역은 위스키 업체들로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한 해 양주판매의 최대 격전지다. 그 중 강남 역삼동을 중심으로 250개 업소들을 과연 누가 끌어안을 수 있는가를 놓고 업체들마다 치열한 영업 전을 펼치고 있다.

결국 서울 도심을 포함해 시장의 4할 대 승부가 이곳 강남지역에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잘 나가는 강남 룸 살롱에 각종 선심성 마케팅을 통해서라도 영업망을 확보하는 것이 업체로서는 살아 남기 위한 피 말리는 경岾?셈이다.

다양한 양주가 고객의 구미를 당기지만 무엇보다 위스키의 종류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영업 마담과 업소 종업원들. 강남지역을 담당하는 한 위스키 업체의 관계자는 “연말 위스키시장 판매전에 본격 돌입하면서 술집과 업주 또는 마담 등을 개인적으로 두루 만나 영업협조를 요청하며 읍소하는 게 일과”라고 말했다.

신사동의 한 룸 살롱에는 영업을 시작하기 2시간 전부터 특정 위스키 업체의 영업 사원들이 웨이터들과 함께 청소기와 걸레를 들고 룸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이 같이 업소 관계자와 영업 사원들이 함께 청소를 하며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쌓는 것이 기본적인 인적 마케팅전략이다.

또 어떤 업체는 병 마개 당 3,000~5,000원씩을 주는 사후 보상제도 전략과 업소 마다 매출을 적립, 적립금에 따라 마담들에게 여행권 등의 선물을 주는 ‘매출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위스키 마개를 가져오면 일정액을 지불해 주는 이 행사는 마담이나 웨이터 등에게 가장 인기 있는 사은행사로 꼽힌다.

또 비수기철인 연초 다른 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강남의 노른자위 일부 타깃 업소의 마담들을 초청, 단체로 괌 사이판 등 동남아 등지에 대한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또 때를 같이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전략적인 파트너 십 관계로 발전시키기도 한다.


진로 아성 굳건, 불 뿜는 마케팅전쟁

올들어 시바스 리갈의 판매 유통사가 디아지오코리아에서 페르노리카로 옮겨가는 등 위스키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으면서 연말 각 사별 영업과 마케팅 전략도 불을 뿜는다.

연 시장규모 1조5,000억원 대로 전체 판매량 중 총 15%정도에 달하는 연말 양주시장은 업소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전체의 80%에 달할 정도다.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3ㆍ4분기 현재 진로발렌타인스(35.6%)와 디아지오코리아(29.2%), 하이스코트(14.6%), 롯데칠성(12.3%), 기타(8.4%) 순으로 올해도 진로의 수성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기존 매출3위인 딤플의 판매유통사가 디아지오코리아로 바뀔 예정이어서 어떤 업체가 과연 딤플이 지켜온 시장을 먼저 선점할 수 있느냐가 올 연말 양주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또 최근 신제품 ‘랜슬럿’을 내놓고 ‘딤플’의 전통을 새롭게 쓰려는 하이스코트와 두산 피어스 클럽 역시 가세했지만 아직 시장점유율은 미鎌?정도다.

종합병원 안과 의사인 최모(38)씨는 최근 같은 병원 직원들과 함께 서초동의 한 룸 살롱을 찾았다. 최근 출시된 고급 위스키를 2병 주문했는데 따라 나온 것은 공짜 최고급 위스키 2병을 포함해 총 4병. 위스키 업체들은 영업 사원들에게 원가에도 미치지 않는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병 당 5,000원 선의 리베이트와 선물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해마다 두 자리 수 이상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호에서 “세계 위스키업계의 희망”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위스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이처럼 음주왕국으로 인식된 데는 폭탄주로 상징되는 한국의 음주행태에 기인한 바 크다는 분석이다. 망년회 등 각종 모임행사가 몰려있는 2002 격전 연말 위스키 대전은 12월 지금부터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12/08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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