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표피적 아름다움을 거부한다


■ 제목 : 누드(Nude) ■ 작가 :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95.9㎝ x 149.8㎝ ■ 제작 : 1911


외국의 어느 단체에서 어린이들에게 블록놀이와 컴퓨터, 피아노를 일정기간 학습하게 한 후 지능발달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피아노 연주가 가장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교육열에서 세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듣는다면 또 다시 맹목적으로 피아노 교습에 열을 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인간의 감성 자극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대중음악과 달리 클래식 음악은 가사 없이 아름다운 멜로디의 조화로써 의미를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곡에 대한 해석이 있더라도 듣는 사람의 감정은 다양하다. 미술 창작품도 마찬가지로 언어의 다른 표현방법이라고 본다면 평론과 무관한 감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의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바실리 칸딘스키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첼로를 연주하며 예술적 감성으 가꾸며 자랐다.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한 그는 교수직 제안도 거절한 채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좋아하는 음악으로부터 받는 자신의 느낌을 미술 작품에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적 '인상', '즉흥', 그리고 '구성'시리즈는 모두 음악에 대한 감성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들이었다. 자신의 그린 작품이 거꾸로 서있는 것을 모른 채 타는 듯한 색채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혔다는 칸딘스키는 형태와 구체적 구상없이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추상회화의 길을 열게 된다.

비록 형태가 없는 회화더라도 그림에서 점과 선이 갖는 의미와 특정 색채가 유도하는 감정 등을 연구하였고 특히 그의 저서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관하여'는 인간의 내재적 필연성에 의한 예술적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였다. 물질주의에서 벗어나 정신세계를 지향하는 예술이야말로 새로운 미래를 부르는 힘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칸딘시키의 그러한 믿음은 캔버스 위에서 부드러운 선율이 되어 아름다운 색채로 울려 퍼지는 듯하다.

장진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2/0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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