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지리산

정성으로 차린 한정식

차가운 겨울바람이 그 기세를 더해가는 요즘. 추위에 한껏 움츠러드는 것은 몸만이 아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식욕도 불어 닥친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붙었나 보다. 겨울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 줄 별미에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바다의 우유’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양가가 풍부한 굴은 겨울이 제철이다. 예로부터 겨울철 영양식으로 정평이 나있는 굴은 김치에 넣어먹어도, 죽에 넣고 쑤어먹어도 혹은 통째로 구워먹어도 그 맛이 사람 애간장을 살살 녹일만큼 뛰어나다. 그렇지만 역시 겨울철 굴요리의 백미는 무생채와 양파에 싱싱한 생굴을 넣고 새빨간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으로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굴회무침’이다.

이런 겨울철 별미 굴회무침을 맛깔스럽게 내놓는 곳이 있다. 외국관광객들이 즐겨찾는 전통의 거리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한정식집 ‘지리산’이 그 곳이다.

이름부터 한국적인 맛과 정취를 물씬 풍기는 지리산은 그 상호만큼이나 외양과 내부 인테리어 또한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우리네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한다. 온돌방에 황토로 마감한 벽이며, 왕골돗자리가 깔린 바닥, 통나무 식탁, 황토빛 방석, 벽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옹기 항아리들이 제대로 된 우리네 음식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지리산의 인기메뉴는 지리산 정식이다. 1인당 만원이면 고소하고 담백한 잡곡밥과 보기만해도 뱃속이 차오르는 16가지 반찬을 한상 가득 풍성하게 맛 볼 수 있다. 여기에 보기만 해도 침이 입안에 한가득 고이는 굴회무침을 더하면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비릿한 듯 하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혀에 착 감기는 굴과 아삭아삭 씹히는 무생채의 맛이 조화를 이룬 굴회무침은 새빨간 겉모양만큼이나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게 겨울철 별미로 꼽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또 양념이 짙게 배어 있는 황태구이, 향긋한 향이 일품인 갖가지 나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생두부 등의 맛깔스런 반찬이 겨울철 잃어버렸던 입맛을 새롭게 자극한다.

주변에 갤러리가 많이 몰려있는 인사동의 특성상 갤러리들의 전시 오픈일인 수요일에 손님이 가장 북적거린다는 지리산은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일본인 관광객들과 푸른 눈의 외국손님들까지 소문을 듣고 찾아올 정도로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한 번 다녀간 이들은 대부분 단골이 될 정도로 그 맛에 반한다는데 그 비결이 무엇일까. 단골 손님들은 지리산의 성공 비결에 대해 7년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음식 맛과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내놓는 정성에 있다고 말한다.

지리산에서는 철원에서 생산된 콩을 가져와 매일매일 그날그날 쓰일 두부와 비지를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힘들여 만든 정성 탓에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생두부, 콩비지의 맛은 정말 담백하고 고소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향긋한 나물들 역시 제철에 나온 국산 계절나물만을 구입해 직접 말려 보관해 두었다가 내놓는 것으로 나물향에 정성이 함께 배어나온다.

우리네 고유의 음식맛을 살리기 위해 이곳의 음식들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재료 또한 100%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것만을 사용한다. 콩은 철원, 굴비는 영광, 홍어는 목포, 성게는 제주도에서 구매해 오는 것으로 싱싱하고 영양가 또한 높다.

지리산의 문을 나설 때 계산대 옆에 놓여 있는 따끈한 콩비지 봉지를 가져가는 것도 잊지 말 것. 점심 무렵 무료로 제공되는 것으로 우리네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다. 금새 없어지니 시간을 잘 맞춰가야 한다.


▦ 메뉴

지리산정식 1만원, 굴회무침 1만5,000원, 곤드레돌솥밥 8,000원, 콩비지, 된장찌개 5,000원. 직접 담근 과실주 2만5,000원∼3만원, 동동주 5,000원, 각종 안주 1만∼1만5,000원.


▦ 찾아가는 길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인사동 길에서 학고재와 수도약국 사잇길로 접어든다. 골목 끄트머리에서 왼쪽으로 지리산 신관과 본관이 있다. ☎02-723-4696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휴일도 영업.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2/12 19:3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