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달라진 선거 문화

선거는 축제다. 지난 시절 선거를 ‘앓았던’ 한국은 선거가 왜 축제인지, 왜 축제여야 하는 지 지금 알아 가고 있다. 윈스턴 처칠이 “인류가 지금껏 시험해 본 어떤 정치 형태보다 나은 것”이라고 말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꽃이다.

대선 일이 다가올수록 인터넷에서는 갖가지 발랄한 후보자 선전 포맷이 네티즌의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유세 현장은 갈수록 연예인의 이벤트를 닮아 간다. 흉물로 변할 선거 벽보를 이제 추방시키자는 시민의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유권자는 더 이상 거리의 풍문에 휩쓸리지 않는다.

TV 토론은 선거를 하나의 볼거리 문화로 거듭나게 했다. 이제 날이 갈수록 노하우도 쌓여 간다. 시민 패널과 후보간의 단문단답식 진행은 그만하고, 이슈별로 후보 간에 1대 1 집중 논쟁을 벌이자는 등의 제안이 그 증거다.

최근 한국의 선거 열기를 확인하기 위해 11월 30일부터 이틀간 서울을 방문한 일본의 참의원 두 사람은 “이벤트와 인터넷을 활용한 한국 국민의 정치 참여 열기가 참으로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속 가능한 변화는 밑으로부터 온다. 시민단체인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는 12월 5일 ‘공명 선거와 투표 참여를 위한 1,000만 e메일 릴레이’를 시작하면서 300만통의 전자우편을 띄웠다. 이미 11월 중순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100만 유권자 서약 운동’으로 시민의 의식개혁을 촉구한 2002대선유권자연대의 뒤를 잇는 거대한 물결이다.

세상은 변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정치인이다. 한나라당이 ‘땅투기 하는 대통령’이라고 노무현 후보를 비난하자, 즉각 민주당은 ‘엄청난 재산을 상속 받아 땅투기를 하는 것은 이회창 후보’라고 맞받아 쳤다.

언론들은 “무차별 폭로와 비방을 중지하라”며 두 후보 진영의 맹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란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른다. 국민은 진실을 원한다. 12월 4일 민주당 TV 찬조 연설자로 나섰던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58)씨의 설득력은 삶의 진실에서 나왔다.

장병욱 차장

입력시간 2002/12/1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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