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反美' 시작인가?

지난 호 ‘어제와 오늘’에 소개한 ‘D-Day’의 역사작가 스티븐 엠브로스는 10월에 생애 26번째 책을 냈다. ‘미국에 대해 한 역사가의 개인적 회고’라는 책인데 미국 역사를 담담한 대화 형식으로 정리했다.

“역사를 증오 하지 말라. 역사란 사람에 대한 것이며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 산 나와 다른 환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265쪽의 이 책에서 그는 다섯번에 걸쳐 한국에 대해 100줄 정도로 회고했다. 한국과 미국이 한국전쟁 종전후 1954년 방위조약을 정식으로 조인한지 50주년을 앞둔 시점에 벌어진 두 여중생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촛불 행진이 광화문을 며칠째 메우고 있는 이 즈음 그의 책을 살펴보자.

엠브로스의 ‘회고’에 담긴 한국에 대한 생각과 세계 최고급 여론조사 기관인 퓨(PEW)리서치센터가 ‘2002년의 세계인의 생각’에서 포착한 한국인의 생각은 판이하다.

엠브로스는 돌아 보고 있다. 2차세계대전 종전후 미국이 거둔 최대의 외교적 성과는 일본의 봉건 제국을 없애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국가를 그곳에 세운 것이다. 그 다음은 한국에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고 이를 지키기 위해 현재까지도 미군이 주둔 하는 것은 세계, 특히 중국의 개방에 촉진제가 됐다.

“자유민주주의 전시장으로서의 한국은 닉슨 대통령의 말로 요약 된다. ‘한국전쟁이후 누구도 북한에 넘어 가려 하지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한국전쟁에서 미군이 3만3,000명 전사하고 10만명이 부상했다. 베트남 전쟁이 잘못된 전쟁이라면 한국전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었다.”

엠브로스는 미국을 통해 한국은 북한보다 더 좋은 국가가 되었으며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 새로운 국가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인 성인 719명을 대상으로 퓨가 올해 7~8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엠브로스의 ‘회고’를 순진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한국인은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수준을 넘어 세계의 반미 진영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미국을 좋아하는가에 대해 “좋다”는 53%, “나쁘다”는 44%로 2000년 조사보다 “좋다”가 줄었다. 일본은 72% 대 26%였고 대테러전쟁 기지인 파키스탄은 6% 대 69%였다.

“테러전쟁을 미국이 주도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아니면 반대하는가”에 대해서는 한국은 24%가 찬성한 반면 72%가 반대했다. 이 같은 반대 비율은 이집트(79%) 수준이었고 터키(58%)나 레바논(56%)보다 높았다.

퓨의 여론조사 담당자는 “북한에 대한 부시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의 이견 때문에 반미주의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익명의 32세의 한 한국 예술가는 “미국은 한국이 자국의 정책을 따르도록 너무 강요한다. 아마 북한과는 관계가 더 나빠 질 것 같다. 지금도 북한과 미국관계는 좋지 않지만”이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73%는 “미국인은 남의 나라 사정을 고려 않는다”고 답했으며 67%는 “미국이 빈국과 부국의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더 벌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사상과 관습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한국인 응답자는 30%인데 비해 부정적 반응을 나타낸 한국인 응답자는 62%였다. 일본은 49%대 35%였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8%가 좋아했고 37%는 싫어 했다. 일본은 62% 대 27%였다.미국의 시장경제, 미국 기업들의 한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59%가 좋아했고 32가 싫어 했다. 일본은 40% 대 40%였다.

미국이 “다른 나라 사정을 생각해주느냐”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 74%는 “전혀 생각하지 안는다”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 생각한다”는 23%였다. 프랑스의 76%와 21%와 비슷했다.

그럼 왜 이런 반미 현상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을까. 부시 대통령은 퓨 조사의 반미 경향을 보고 받고 이렇게 밝혔다. “그 보고서를 읽어 보지 않았다. 일부 종교와 신도들이 진정한 종교를 납치 해 갔다. 일부 선전기관이 미국의 이미지를 잘못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도 정복자 노릇을 한적이 없다. 우리는 해방자다. 이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응답자 67%는 향후 5년후에도 한국이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과도한 일방주의를 수정하고 여중생 사망 사건 등 각종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면 한ㆍ미 관계가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박옹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12/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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