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昌 vs 盧, 미디어 전쟁 '장군멍군'

昌 vs 盧, 미디어 전쟁 '장군멍군'

'이성 vs 감성' 팽팽한 TV광고 대결

이번 16대 대선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 간 ‘미디어 선거전’으로 요약된다. 선거운동 방식이 과거의 대중집회가 급격히 퇴조하고 미디어 선거전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양당의 선거전략도 언론매체를 통한 ‘쟁점만들기’와 정책홍보, 이미지 구축 등에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3,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인터넷인구를 겨냥한 사이버 상의 대결도 새로운 경쟁방법으로 등장한 것도 특징이다.

미디어선거전은 12월3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포함한 세 후보간 TV 합동토론회와 다음날인 4일 열린 TV 찬조연설로 본격 점화됐다. TV 토론에서는 이 후보의 근소 우위, 찬조연설과 광고 부분에서는 노 후보 측이 우세했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TV 토론에서 노 후보가 안정감을 강조하느라 수세적인 태도로 일관해 대선 재수생인 이 후보에게 다소 밀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찬조연설과 광고에서는 민주당 측의 감성적인 접근 방법이 유권자들에게 진하게 호소했다는 반응이 많다.

한나라당은 1라운드를 치른 결과 TV토론에서 우위를, 연설ㆍ광고에서 열세를 보여 종합적으로는 무승부라고 자평하는 반면, 민주당은 찬조연설과 광고에서 대박을 터뜨려 완전히 기선을 제압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양당의 상반된 견해에서 나타나듯이 미디어전의 첫 승부는 노 후보가 한발 앞서 출발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원홍 홍보위원장은 “감성적 접근은 한순간 시청자를 사로잡을 뿐 정치적 결정에는 효과가 없다”며 “오히려 우리 당의 논리적인 접근이 결국은 표심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전 1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기에 남은 것은 대선승리뿐”이라고 들떠 있다. 12월10일 치러질 제2회 후보자간 TV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벌어지는 미디어전 2라운드와 결승전 격인 막판 3라운드가 그래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자갈치 아지매가 저격수 의원 눌러

12월3일 치러진 TV 합동토론회는 이전 선거처럼 후보자간 상호 공격이 자제되고 사회자를 중심으로 한 질의ㆍ응답식으로 진행돼 다소 긴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의 이목은 다음날인 4일 열린 TV 찬조연설로 모아졌다.

KBS TV에서 먼저 방영된 민주당 노 후보 찬조연설에는 깜짝 인사가 등장했다. 흔히 소속 의원이나 유력 인사 및 연예인 등이 연사로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에는 50년 동안 자갈치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평범한 50대 아주머니가 나섰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낮에는 자갈치시장에서 일하고 야간학교를 다니며 세 딸을 키운 전형적인 서민 아지매 이일순씨(58)가 주인공. 그는 노 후보의 소신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연설을 했다.

이씨의 연설 요지. “원래 한나라당 지지자여서 이회창이 말고 찍을 사람 누가 있노 했는데 딸애가 ‘노무현이가 안 있나’해서 그 때부터 노 후보를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처음에는 잘 나간다 싶더니 지지율이 팍팍 떨어지데예. 즈그 당에서 뽑은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나가는 판에 무슨 대통령에 나올끼고 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좀 달라지데예.

DJ와 YS도 못해낸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이기든 지든 한판 붙자고 정정당당히 나서는 게 멋있어 보이더라예. 그 때부터 와 한나라당이 대세냐. 인자 고마 노무현이 대세지.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크게 한번 쏘겠다…”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진행된 이씨의 연설은 형식과 내용이 파격적이라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줬다. 의도적으로 부산 사람을 내세워 지역감정을 건드린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상대당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이 아닌 자당 후보를 위한 포지티브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도 호응을 받았다.

이어 MBC TV에 연사로 나선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연설내내 노 후보 흠집내기 식의 네거티브 연설로 일관했다.

김 의원의 연설내용. “노 후보는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하면서 자신은 대선에 이기기 위해 재벌과 러브샷을 했습니다. 노 후보는 남북대화만 잘되면 다른 건 깽판쳐도 된다고 했습니다. 정치입문 14년에 3김씨 밑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 후보는 새정치가 아닙니다. 의석도 소수이고 당은 오합지졸, 정책은 급조, 주변 사람들은 부패세력 아니면 동교동계 뿐입니다. 나눠먹기가 극심할 것입니다…”

두 연사의 시청률은 단연 이씨가 압도했다. 12.4%의 시청률을 올린 이씨에 비해 김 의원 연설은 5.7%에 그쳤다. 다른 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11.2%대 6.7%로 민주당의 우세승이었다. 이씨의 경우 대전에서 22.6%로 가장 높았고 부산ㆍ대구(12.3%) 광주(11.9%)순이었다. 김 의원은 대전(9.3%) 부산(5.8%) 수도권(5.6%) 순에 그쳤다. 미디어전 1라운드에서는 민주당의 감성접근법이 톡톡히 효과를 본 일전이었다.

이어 12월8일 TV 찬조연설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의원, 민주당은 인기가수 신해철씨가 나섰다. 박 의원은 여성 특유의 감정을 앞세워 이 후보의 지지를 진지하게 호소했고, 신씨는 젊은 층의 투표 독려에 주력했다. 1라운드와 달리 오히려 박 의원이 감성적, 신씨가 이성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1라운드에서 벌어 놓은 점수를 2라운드에서 까먹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신문ㆍ방송 광고에서는 평가 엇갈려

60초 전쟁이라는 방송광고와 단칼 승부인 신문광고의 대결에서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한나라당이 만회하고 있다는 분석과 민주당의 우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상반된 견해가 있다.

한나라당은 첫 TV 광고에서 탤런트 김영철씨를 앞세워 안정 대 위험으로 몰고가는 전략을 폈다. 2탄에서는 어린아이들을 대거 등장시켜 여성-교육정책 홍보에 역점을 뒀다. 지극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법을 편 반면 민주당은 철저히 감정 호소에 주력했다.

노 후보가 공식행사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클로즈업하면서 존 레넌의 히트곡 ‘이매진’을 배경음악으로 깔았다. 평균작인 한나라당 ‘작품’에 비해서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이어 신문광고에서는 노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는 사진을 실으면서 ‘부패정권 계승자’라는 이미지를 앞세운 한나라당 쪽이 40대를 겨냥해 ‘40대, 행복을 만들기에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민주당 광고보다 좀 더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다.

TV토론회에서 TV 찬조연설, 신문ㆍ방송 광고에 이르기까지 양당은 미디어전 1라운드 결과를 놓고 2,3라운드 대비에 골몰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대체로 우위를 점한 민주당은 자갈치 아지매 연설과 노 후보의 눈물 광고 반응이 너무 좋아 재방송을 내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 후보의 능력과 경륜을 집중 부각하는 전략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놓고 광고업계에서는 “한나라당 광고가 지극히 논리적인 접근을 한 반면 민주당은 인간적인 모습을 극대화했다”며 “이성적 접근보다는 감성적 소구법에 대중들의 호응이 높은 게 일반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양 진영 모두 기존 이미지를 강화하는 쪽으로만 접근해 부동층 공략에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다른 관계자는 “이 후보의 선호층에는 안정희구 세력이 많아 쇼킹하거나 도전적인 내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노 후보의 감성전략도 장년층에는 별 호감을 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상의 선거전 치열

양당은 젊은 층의 표심을 파고들기 위한 ‘사이버’ 전략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20~30대가 ‘반창(反昌)’세대가 아닌 정치적 무관심층으로 보고 이 후보에 대한 ‘선입견 깨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e-회창 TV’라는 인터넷 방송국을 개국, 이 후보의 TV연설과 유세 등을 동영상으로 올리는 한편 당 차원에서 e메일 주소 100만개 모집운동을 벌이는 등 젊은층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또 만화가 이현세씨가 그린 ‘이회창 라이프 스토리’를 만화 동영상으로 제작하는가 하면 ‘이회창 뉴스’코너에 광고NG 장면과 뒷이야기, 난타장면 등을 올려 이 후보의 인간적 면모 부각에 노력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터넷 선거’에 주력하고 있다. 일단 노무현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 젊은 층의 투표율 제고와 함께 부동층 흡수를 위한 전략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현재 노무현 홈페이지(knowhow.or.kr) 하루 접속건수는 20만건을 넘어섰고 선거직전까지 50만건 접속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라디오 방송(RadioRoh.com) 진행자로 가수 신해철씨를 참여시켜 20대 투표율을 제고할 방침이다.

유세 분위기를 띄우는 데 가장 중요한 로고송 선택에 있어서도 머리를 짜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인기가수 태진아씨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개사한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등 총 6곡의 로고송을 마련해 연령별로 차별화한 공략을 펴고 있다. 특히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는 이 후보의 풍부한 경륜과 국정운영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또 김도향씨가 작곡한 메인 로고송 ‘창창창 이회창’에는 ‘나라다운 나라’ ‘깨끗한 나라’ ‘법과 원칙이 바로선 나라’ 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밖에 베이비복스의 ‘우연’을 ‘필연’으로 개사해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 ‘노란손수건’ ‘고래사냥’ ‘발로차’와 번안곡인 ‘노무현의 희망리본’ ‘투표를 해요’ 등 6곡의 로고송을 사용중이다. 노 후보의 이미지 색깔이 노란색인 점과 지지층인 20~40대를 겨냥했다.

이와 께 월드컵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록가수 윤도현씨의 ‘오 필승 코리아’를 메인 로고송으로 추가했다. 윤씨가 직접 부르진 않지만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연대 등을 연상케 해 득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지지ㆍ비판 발언자 곤욕

미디어전이 본격 전개되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ㆍ비판한 사람들이 때아닌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이화여대 강혜련 교수는 한 방송국 토론회에 나와 노 후보를 겨냥, “호남에서 노 후보가 97% 이상의 지지율을 얻는다고 한다…이라크에서 후세인을 지지하는 수준의 일이다…”라는 발언을 하자 대학 홈페이지에는 강 교수를 비판하는 글들이 수십건씩 올라왔다.

민주당은 강 교수를 지역감정 조장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 및 선관위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노 후보 찬조연설 방송을 했던 부산 ‘자갈치 아지매’ 이씨의 경우도 방송이 끝난 뒤 욕설을 퍼붓는 전화를 수십통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에 너무 감상적이고 좋은 쪽으로만 선전했다는 이유 등이었다.

측근들은 “시장통에서도 잘했다고 격려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방송이후 눈길한번 주지않는 사람도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씨가 서민이 아닌 엄청난 상권을 보유한 재력가라는 소문도 도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해철씨의 찬조 연설을 놓고도 네티즌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2/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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