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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12·19- 표심은 지금] "정권교체냐 세대교체냐" 혼란의 표밭

[선택 12·19- 표심은 지금] "정권교체냐 세대교체냐" 혼란의 표밭

전체유권자의 21.9% 집중, 중부권 출신 40대 표심이 대세 가를 듯

유권자수 767만4,567명(선관위 잠정 집계)으로 전체 유권자(3,501만4,478명)의 21.9%가 집중된 서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 박빙의 승부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침묵하는 다수’인 서울 유권자들의 표심은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서울은 전국 각지 출신인들이 섞여 있어 급격한 표쏠림 현상은 없다. 바람도 가장 나중에 불거니와 부동층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 후보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표가 갈리지만 대체적으로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성향이 강하다. 농촌 등 지방 소도시가 보수색이 짙은 여당 표가 많았다면 서울에서는 개혁색깔이 강한 야당 후보들이 더 선호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은 좀 상황이 다르다.

야당인 이 후보가 더 여당 후보같고, 여당인 노 후보에게서 야당후보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보수 이미지의 야당 후보와 개혁 이미지의 여당 후보간의 대결이란 점에서 서울 유권자들의 민심도 극도로 혼란스럽다. 정권교체의 갈망과 세대교체의 바람이 수직적으로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도시 특유의 냉소적인 정치 불감증까지 더해져 서울 표심은 짙뿌연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겉으론 무관심, 속으로는 철저 분석

700여만명의 서울 유권자 반응은 일단 겉으로는 냉담한 편이다. 흔히 선거 때만 되면 주변의 재담꾼들이 “누가 될 것 같냐”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호들갑을 떨면서 단연 선거 이야기를 주 화제로 올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만큼은 단단히 입조심을 하는 편이다. “누구를 찍겠느냐”고 묻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일부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뭘 그런걸 묻느냐”며 핀잔을 주기 일쑤다. 개개인이 입조심을 한다기보다 대선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포함, 세 후보가 첫 TV토론을 벌인 12월3일을 전후해 이ㆍ노 두 후보는 각각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유세활동을 폈다. 이전 선거처럼 대규모 군중집회나 동원된 청중 수를 놓고 세 대결을 벌이던 구 정치의 모습은 간데 없다. 서울 명동에서 일산 평촌 등 신도시까지 거리 유세에 나선 두 후보의 유세 모습은 썰렁하기까지 했다.

1,000~2,000명 안팎의 청중들이 팔짱을 낀 채 후보자 연설을 듣는다. 환호와 박수소리는 어깨 띠를 둘러 맨 운동원들에게?나올 뿐 일반인들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응시하고 있다.

명동상가에서 왁자지껄한 스피커 소리에 나와 봤다는 김모씨(47ㆍ상업)는 “한 후보가 왔다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러 나왔다”며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TV 토론이나 공약ㆍ정책 등을 따져본 뒤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말에서 서울 표심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남의 말에 쉽게 동화(同化)되지도 않으며 기분에 내키는 대로 쉽게 후보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투표율 면에서 서울이 가장 낮을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서울은 80.5%의 투표율로 16개 시ㆍ도중 6번째로 높았다.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은 45.7%의 투표율로 7개 특별ㆍ광역시 중에서 울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를 보면 서울 시민은 겉으론 정치에 무관심해 보이면서도 속으로는 “누가돼야 내게 유리한가”라는 이기적인 계산법 위에 후보들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어느 지역보다도 경제논리가 후보선택의 잣대로 활용되는 곳이다.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 우세

바람도 불지 않고 부동층도 많고, 쉽게 표심을 드러내 보이지도 않는 서울 표심에 대해 그나마 가장 근접하게 예측할 수 방법이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가 어느 정도 반영되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역대 서울 선거를 보면 호남 지지표가 대체로 우위를 보이면서 야(野)세가 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7년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가 183만표로 1위였고 노태우(168만표) 김영삼(163만표) 후보가 뒤를 이었다. 세 후보가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이듬해 치러진 13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정당이 전체(42석) 의석의 4분의1도 못 미치는 10석 확보에 그쳤다. 대선에서 여당후보에게 줬던 표 중 상당수가 다른 곳으로 흩어졌다.

92년 대선에서는 김대중(224만표)-김영삼(216만표)-정주영(107만표) 후보의 순서였다. 여당 후보인 YS가 DJ와의 격차를 8만표로 줄였지만 95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은 물론 구청장 25곳중 23곳을 야당인 민주당이 휩쓸었다. 득표율 면에서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야당 강세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97년에는 김대중 후보가 262만표, 이회창 후보가 239만표, 이인제 후보가 74만표로 야당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인 한나라당이 서울시장과 함께 구청장 25곳중 22곳을 석권했다. 호남지지표가 여당 후보를 찍었다고 했을 때 호남 이외의 지역 출신 유권자들이 대부분 야당에 표를 줬다는 얘기가 된다.

분석해 보면 한번은 여당쪽이 선전하면 다음 선거에서는 야당이 크게 우위를 보이고 다시 여당 쪽에 힘을 실어주었다가 또다시 야당이 압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30대와 호남표가 노 후보, 50대 이상 장년층과 영남표가 이 후보 쪽으로 쏠린다고 볼 때 관건은 중부권 출신의 40대가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달려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야당 후보가 강세였기에 일단 이 후보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혁 성향이 짙은 후보를 선호하는 서울 표심의 성향을 보면 노 후보가 앞설 가능성도 있다. 선거등록일 이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 후보가 오차범위를 조금 웃도는 차이로 이 후보를 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론조사 속에 숨어있는 허수(虛數)와 부동층 등을 감안하면 과연 누가 우세라고 선뜻 말할 수 없는 비슷한 지지율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깍쟁이’ 같은 서울 표심은 10여일간의 남은 선거기간동안 유세전과 TV 토론, 정책발표 등을 다 지켜본 뒤에야 어느 한 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끝까지 안심할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아마겟돈’ 같은 전장으로 남아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2/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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