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타운]‘색(色)’밝히는 W세대들의 풍기문란 섹시코미디


■ 색즉시공

장르: 코미디 감독: 윤제균 출연: 임창정, 하지원, 최성국, 진재영 각본: 윤제균


영화 ‘두사부일체’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윤제균 감독은 이번 영화 ‘색즉시공’을 만드는데 적용된 마인드에 대해 “울다 웃다 후련해지는 영화가 좋다. 나는 아직 예전부터 다뤄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성과 사랑으로 열병을 앓았던 시절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애틋한 기억들, 예기치 않은 실수로 발생했던 웃지 못할 상황과 아픔, 이런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나 자신만 가지고 있는 개인적 ‘추억’이라기보다는 W세대인 요즘 젊은이들도 공감하는 보편적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객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모토인 만큼 영화 내용을 ‘재미있게’ 만드는 부분에 대해 그 어떤 요소보다 역점을 두었다.

파안대소하면서도 가슴에는 왠지 모를 감동이 서서히 차 오르는, 슬픔과 기쁨이 동시에 교차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래서 극장 문을 나설 때 후련해 지는 영화, ‘색즉시공’속에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주체못할 성욕 "어찌하오리까"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에서 제목을 따온 ‘색즉시공’. 여기서 말하는 색을 한자로 풀이하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빛깔이 짙다’이고 또 하나는 ‘색사 또는 여색을 좋아하다’이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형상과 색채를 가지고 직관적 감각으로 인식되는 모든 존재, 또는 물질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일종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 영화제목 ‘색즉시공’에서의 색은 당연히 여색이다. 본 뜻과는 달리 영화 속 인물들은 넘치고 주체 못하는 성적 욕망으로 인해 한바탕 소동들을 벌인다. 이 소동을 지켜보려는 관객들로 가득 찬 시사회장은 그야 말로 폭소의 도가니였다.

임창정의 실감나는 연기와 에드립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못지 않은 조연들의 섬세한 코믹터치는 가히 압권이라 부를 만 했다.

‘색즉시공’에서 얻을 수 있는 웃음은 억지스런 요소가 없었다. 주성치의 영화 ‘식신’ 이 그랬던 것처럼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는 폭소고속도로에 감동이라는 휴게소를 곳곳에 설치하여 ‘웃음 속의 감동’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극중 코믹한 장면으로 기대가 큰 ‘차력 쇼’와 액티브한 영상의 절정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에어로빅’신. 이 신들은 대역 없이 배우들이 직접 소화해낸 것으로 ‘색즉시공’을 위해 배우들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 보여준다.

이를 위해 배우들은 크랭크인 하기 석달 전부터 훈련에 돌입했고, 촬영기간 중에도 낮에는 연기하랴 밤에는 연습하랴 배우들로선 쉴 틈이 없었다.

특히 에어로빅의 경우는 초보인 배우들의 적응기간이 필요했고 제대로 된 포즈가 나오는데 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필요했기 때문에 진짜 선수다운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색즉시공’의 하일라이트인 에어로빅 대회 신은 촬영을 가장 뒤로 미루었다.


“작품성은 배제…性소재 영화중 가장 웃길 것”

이 영화의 특징적 느낌을 말하자면 상상 속의 성적 욕구들이 현실화되어 매 신마다 용수철처럼 튀어나온다는 데 있다. 코믹하다 못해 엽기적이고, 한심스런 느낌마저 드는 그들의 행각은 과장되는 부분도 있으나 결코 현실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처럼 포장도 왜곡도 하지 않은 성, 생활 속에서의 은밀함과 음란함에 대해 상상적 요소를 반영하지만 ‘사실은 그것이야 말로 현실의 성이다’라고 강조하는 듯 하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쌍칼로 열연을 했던 박준규. 그의 내면 연기력에서 우러나오는 코믹연기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코믹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게 없네, 내용이 뻔하네, 유치하네 하는 이들을 볼 수가 있는데 그들은 코믹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무슨 기대를 하는 건지…. 이것은 한식집에서 양식을 찾는 경우가 아닐까? 얼마나 유쾌, 상쾌, 통쾌하게 웃겼느냐는 코믹 영화의 기본 과제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색즉시공’은 그 기본 과제를 잘 이수한 영화라 본다. 코믹영화를 보면서 대단한 작품성을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영화를 보면서 남들 웃을 때 자신도 신나게 웃어놓고 영화 끝난 후 남는 게 없다고 한다면 그것처럼 대책 안 서는 경우가 있을까.

애초 심오한 뜻이나 뛰어난 작품성 등을 배제하고 코믹영화를 통한 웃음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이 영화는 성을 소재로 한 국산 코믹영화 중 가장 웃겼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윤제균 감독은 “몸을 사리지 않은 배우들과 촬영 내내 고생해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후회 없이 내가 가진 능력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윤지환

입력시간 2002/12/1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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