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소격동 ‘Dal’

인도의 맛과 정취에 '흠뻑'

많은 사람들은 인도요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카레를 떠올릴 것이다. 카레의 원래 이름은 커리로 인도의 대표 요리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커리를 인도요리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우리 밥상의 국이 그렇듯 커리 역시 인도인의 식탁에 오르는 필수요리이긴 하지만 전체 상차림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0억이 넘는 인구답게 인도에는 사람만큼이나 음식의 종류 또한 셀 수 없이 많다.

그렇다면 인도까지 가지 않고 다양한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국내 유명 작가들의 전시회가 많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한 갤러리 선재아트센터. 이 곳 1층에 위치한 인도 요리전문점 ‘Dal(달)’에서는 커리를 비롯해 다양한 정통 인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인도인들이 즐겨먹는 콩에서 이름을 따온 ‘Dal’은 인도 북부 델리 지방의 요리를 선보인다. 인도에서 건너온 네 명의 요리사와 현지에서 가져온 인도식 오븐 탄두가 조화를 이뤄 만들어내는 ‘Dal’의 요리는 인도의 어느 레스토랑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인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꾸며진 실내 분위기 또한 이에 일조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타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입구, 곡선과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아르누보 양식의 독특한 실내 인테리어, 가장 인도적인 색이라는 봄베이 핑크색 소파, 장미 꽃잎이 띄워진 분수는 인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실내의 분위기보다 인도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다양한 인도요리들이다. 커리나 케밥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도 있지만 처음 들어보는 낯선 이름의 음식들이 더욱 많아 메뉴판을 펼치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이 된다. 그렇지만 탄두요리가 인도식 오븐인 탄두에서 구워낸 요리라는 것과 난(Naan)이 인도식 빵이라는 것만 알고 가면 그다지 어려워 할 필요가 없다.

정통 인도 요리를 표방하는 ‘Dal’에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찾아볼 수 없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뒤섞여 있는 인도의 특성상 소와 돼지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양고기와 닭고기, 새우, 생선 등이 요리의 주재료로 이용된다.

버섯, 피망, 닭고기, 새우를 꼬치에 꽂아 구운 모듬탄두리와 닭고기 구이가 들어간 커리 우르그 마크니, 커리를 싸서 먹는 난, 이 세가지 요리면 두 명이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탄두에서 알맞게 구워져 나온 모듬탄두리 요리는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 육류와 야채 그리고 해산물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도 모듬탄두리의 매력.

또 밀가루와 여러 재료를 반죽한 다음 탄두의 벽에 붙여 구워낸 난은 뜨거울 때는 바삭바삭하고, 식었을 때는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전병처럼 납작한 난은 그냥 먹지 않고 대부분 커리같은 소스를 올려 싸먹는데 한국인의 입맛에는 토마토와 닭고기가 들어간 우르그 마크니가 잘 맞는다.

인도 요리라고 하면 향신료의 향과 맛이 강하게 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던 이들도 ‘Dal’의 음식을 먹고 나면 오히려 그 맛과 향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종업원에게 도움을 청하면 알맞은 요리를 권해주니 이를 이용하면 음식을 잘 못 골라 당하는 낭패를 막을 수 있다.

‘Dal’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팁 하나. 닭고기와 양고기 등의 육류와 새우, 생선 등 해산물이 주를 이루는 인도 요리에 레드와인을 곁들이면 음식의 맛이 더욱 깊어진다.


▶ 메뉴- 커리 1만7,000원∼2만5,000원, 난 2,500원∼3,000원, 야채 탄두요리 1만4,000원∼1만6,000원, 뜨거운 탄두요리 2만∼3만원. 음료 4,000원∼5,000원. 부가세 10%.


▶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출구, 정독도서관 건너편, 선재아트센터 1층. ☎02-736-4627


▶ 영업시간- 낮 12시∼밤 10시. 단, 오후 3시∼6시까지는 휴식시간. 추석, 설 명절 각 하루씩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

손형준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12/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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