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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어제와 오늘]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12ㆍ19일 대선을 향한 바람이 분다. 수만개의 ‘촛불’이 서울 시청ㆍ광화문 일대를 가득 채운 14일 밤에 분 반미 성향의 미풍(美風)과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싼 북풍(北風)이다. 여권의 후보 단일화가 불러온 단풍(單風)도‘촛불’을 잠재우지 못했다.

한반도 역사가 시작된 이래 늘 대륙과 태평양에서 불어오고, 내부에서 일어난 바람의 싸움터였다. 그래서 한국 비교정치학의 고전이 된 그레고리 핸더슨(1947~63년 주한 미대사관 문정관 등을 지냄)은 1968년 ‘한국-회오리 바람의 정치’라는 책에서 한국 정치문화의 특징을 요약했다.

18여년간 한국에 머물며 5ㆍ16 전후에 박종규 소령(전 청와대 경호실장)이 찾아올 정도로 한국의 지식인, 군인, 젊은 정치가들과 친했던 핸더슨은 서울의 정치를 ‘회오리 바람’으로 보았다.

또 한민족이 종족, 언어, 종교에서 갈등 없이 비교적 빨리 단일사회를 이루고 대중사회를 이뤘지만 정치의 실패로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고 진단했다. 권력과 지연, 학연을 따지는 파벌은 마치 회오리 바람이 기압이 낮은 곳으로 몰려 소용돌이치며 중심을 향해 올라가듯 권력중심을 따라 움직이는 중앙집권적, 권력중심적 정치문화(1948~65년)를 형성케 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막바지에도 ‘회오리 바람’의 동의어인 ‘돌개 바람’이 일어났다.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의 돌풍(갑짝 바람ㆍ북의 표현)이 핵바람을 일으켜 세계를 강타했다.

핸더슨은 이런 ‘회오리’현상의 근거로 한민족이 얼마나 외국의 영향을 받는지 여부를 고찰했다. 한민족은 유교국가를 택해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다가 일본의 식민지국가주의, 미국 등 서방의 민주주의를 도입해 맞섰으나 결국 식민주의를 택했다.

건국 후에는 이승만 독재 입헌민주주의, 장면 민주주의, 박정희 군사정부가 들어섰다. 그들은 외국의 영향아래서는 제도를 오랜 기간 운영하며 그 영향을 받으나, 영향을 준 외국이 떠나면 곧 제도를 바꾸고 이를 탓하는 관행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민주주의, 근대화, 경제발전을 모색하는 대신, 외국의 영향과 제도에 쏠리는 또 다른 면의 외국편향 ‘회오리’현상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여기서 핸더슨은 하나의 의문을 던진다.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던 세력이 떠나면 한민족은 그들의 제도와 영향력에 담을 쌓는 습성이다. 그는 대표적으로 1905년 시어도어 루즈벨트에게 접근했다가 미국에 등을 돌린 대한제국의 외교술을 들었다. 그렇다면 14일 ‘촛불시위’는 반미인가. 극미(克美)인가, 지미(知美)인가. 그는 후보들의 대북정책이 친미인가 반미에 가깝느냐를 묻고 있는지 모른다.

이에 대한 대답이 될지 모른다. 북한에서도 인민우의상을 탔고 서울에서도 망명한 황장엽(전 노동당 사상담당비서)상을 받은 독일의사 노베르트 폴러첸(‘미친 곳에서 쓴 일기’의 저자)은 유권자들에게 이렇게 권했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햇볕정책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김정일에게 너무 당근을 많이 주었습니다. 이제 몽둥이를 들 때입니다. 햇볕만 주면 그곳은 사막이 됩니다. 비도 종종 내려야지요. 나는 비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다 추방돼 미 의회 증언차 워싱턴에 와 크리스쳔 사이언스 모니터지와 가진 인터뷰(12월3일자)에서 였다.

폴러첸에 비해 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바람잡이도 일본 도쿄에 있다. 자칭 군사전문가이며 조ㆍ미평화센터 사무국장 김명철씨(‘김정일의 통일전략’저자)다. 작년에 평양에 가 이 책으로 김일성대에서 명예학위를 받았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건 상관 없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미군을 중립화하지 않고는 살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독재자일수도 있습니다. 미국과 싸워가려면 ‘필요한 악’입니다. 우리 정권은 통일을 위한 정권이지 체제유지 정권이 아닙니다. 김 장군은 통일과정 중에 미군이 철군하고 무혈승리가 주어진다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 날지도 모릅니다.”(12월13일자 영국 가디언지).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대선. 세 사람의 의문을 깊이 생각한 후 후보를 결정하기 바란다.

박용배 언로인

입력시간 2002/12/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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