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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버전 업된 반미

우리의 딸, 우리의 누이를 보내고 온 한반도는 하루 내내 젖어 있었다. 때마침 내린 겨울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당겨져 12월 14일 한반도를 뒤덮었던 촛불의 노도는 한점 한점이 뜨거운 눈물이었다. 이를 가리켜 AFP 통신은 ‘한국의 촛불 바다가 미국 대사관을 삼키다’고 적절히 압축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가 “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라고 평했던 것처럼, 그날의 군중은 6월의 ‘붉은 악마’와는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뜨거운 촛불 행진이 캄캄한 길을 밝히고 있던 바로 그 때, 오후 7시30분 민예총 강당에서는 ‘고 신효순, 심미선양 살인 사건 규탄 범문화예술인사 시국 토론대회 및 철야 농성’이 열리고 있었다. 고은 김지하 조정래 현기영 등 문학계를 비롯해 미술 음악 만화 사진 서예 무용 등 문화ㆍ예술계 인사 100여명이 밤 10시까지 펼쳤던 행사였다.

배우 최민식은 장갑차 운전병의 무죄 평결을 두고 “기분이 더럽다. 우리 자존심은 뭉개졌다”고 말했고, 가수 싸이는 공연 중 무대에서 미군 장갑차를 부수는 해프닝으로 울분을 대신했다.

신해철 안치환 이선희는 오후 3시 시청앞 광장 시위 물결에 참여, 거리 콘서트 ‘우리 모두 반딧불 되어-미선이 효순이의 아리랑’을 벌였다. 안치환은 자작 추모곡 ‘피묻은 운동화’를 불러 비장감을 극으로 밀어 부쳤다.

앞서 이날 정오부터 노래패 우리나라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탱크라도 구속해’, ‘Fucking USA’를 불렀고, 문정현 신부는 “부시의 사과는 기만”이라고 못 박았다. 미국과 부시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자발적이며 문화적인 방식으로 처단되고 있다.

최근 잇단 반미 행사에 놀라 부랴부랴 입국 취재중인 서울 주재 해외 특파원들이 확인한 것은 한국의 성숙된 자존 의식이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12/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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