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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에 휘둘린 막판 표심

風에 휘둘린 막판 표심

마지막변수, 행정수도 이전공방과 북한 핵 문제

대선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마지막 변수는 북한 핵 문제로 불거진 북풍(北風)과 행정수도 이전 공방으로 압축됐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대결이 오차범위 안팎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거 막판 불거진 변수들은 당락을 좌우할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북핵과 수도이전 공방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 후보에게 유리한 반면 노 후보에게는 악재로 작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북풍이 선거 때마다 불어왔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고, 행정수도 공방에서도 노 후보 측에서 1997년 이 후보가 수도이전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맞불작전으로 나서면서 본질이 흐려져 두 변수 모두 판세에 큰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은 적다.

다만 팽팽한 접전 속에 이 변수들로 0.5%의 표심이동이라도 생긴다면 자칫 결정적인 카운터 펀치가 될 수도 있어 각 후보 진영에서는 막판까지 한 점의 실수도 없는 공격과 수비에 치중하고 있다.


北核파문, 대선구도에는 별 영향없어

스커드미사일을 실은 북한 화물선이 공해상에서 나포되는 유례없는 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북한이 핵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시설 봉인해제 및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구하면서 북핵 파문이 전국을 강타했다. 미국은 일단 평화적 해결을 내세우면서도 북한의 선(先) 핵포기 및 협상 불가로 맞서는 등 긴장상태가 고조됐다.

두 후보는 공히 북한의 핵시설 가동 및 건설 재개 중단과 핵 동결 의무를 촉구하면서 당선되면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을 만나 사태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도 한나라당은 대북 현금지원 즉각 중단을, 민주당은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각각 주장하고 나서는 등 대응방법에서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보수 색채가 강한 한나라당으로서는 ‘안보우선 정당’의 이미지를, 민주당은 ‘평화적 해결’ 의지를 강조함으로써 중도표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속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선거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다수는 일단 보수세력 결집측면에서 한나라당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감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남북화해협력을 내세우는 민주당이 덕을 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적지않다.

특히 북풍은 과거에도 특정 정파에 유리한 듯 보이는 소재가 역풍으로 나타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유ㆍ불리를 속단할 수는 없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정작 투표에 들어갈 경우 1987년의 김현희의 대한항공 폭파사건, 1996년 총선을 앞두고 북측의 DMZ 총격사건 등을 감안하면 이 후보에게 다만 한 표라도 더 갈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행정수도 이전 놓고 첨예한 공방

북풍보다 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후보들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부분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이다. 노 후보의 충청권 이전 공약을 놓고 한국일보가 12월15일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가 조금 유리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공감한다”는 답변은 38.6%에 그쳤다.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각각 57.0%와 49.9%로 “공감한다”는 답변(49.9%, 40.9%)을 압도했다.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노 후보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은 일단 자충수라는 분석이 많다. 노 후보가 “1997년 이 후보도 수도이전 공약을 제시했었다”고 반격태세를 취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인 반면, 이 후보는 대세를 바꿀만한 호기라고 판단해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는 먼저 ‘수도권 공동화 현상’에 액센트를 넣고 있다. 청와대와 입법부, 행정부 등이 빠져나가면 정부 투자기관과 은행 등 경제관련 기관들도 따라나가게 되고 이는 곧 도시 공동화에 따른 집값 폭락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침체와 분당ㆍ일산 등 신도시의 지가(地價)하락, 100만명의 인구이동에 따른 혼란도 가중될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여기에 최소 40조원에 달하는 이전비용에다 각종 인프라 구축에 따른 비용은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국가 대혼란 초래가 예상되고, 독일 브라질 등 외국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의 성공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정책공약위 제2본부장은 “지방에 본사를 둔 모든 기업과 기관들은 반드시 서울사무소를 두고 있는데 수도가 이전하면 기업들은 또다시 제2의 연락사무소를 둬야 하는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며 “더구나 수십개의 외국공관과 대사관들도 모두 이전해야 하는 데 그에 따른 대책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당연히 민주당은 펄쩍 뛰며 반박했다. 이전비용은 6조원 정도면 되고 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재정 유세본부장은 “수도권을 아시아의 뉴욕 같은 경제 금융 예술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 서울을 아시아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노 후보에게 수도 이전을 건의한 사람이 우리나라 교육을 망친 이해찬 의원”이라고 전제한 뒤 “민주당 경선 때 정동영 의원이 수도이전을 주장했던 당시에는 경제력 등이 분산되지 않았다고 반대했다가 지지율이 떨어지자 갑자기 수도 이전 공약을 발표하고 나섰다”고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이에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집값 폭락 주장으로 지지도 격차가 1~2% 포인트가 줄어들었으나 한나라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산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논리를 앞세워 TV와 라디오 찬조연설자를 통해 집값하락 주장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수도이전 공약을 놓고 벌이는 양측의 줄다리기가 결국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잣대로 굳어지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입력시간 2002/1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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