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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의 밤 밝힌 '송구영신'의 불꽃

송년의 밤 밝힌 '송구영신'의 불꽃

창작 국악 실내악단 ‘슬기둥’의 올해 마무리 무대 ‘2002 슬기둥 송년 콘서트’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를 두고 현재 한국의 음악적 자산이라 해도 좋다.

그들의 대표곡인 ‘신푸리’와 ‘신뱃놀이’는 진보적 국악 관현악이 도달한 현재가 선명히 드러난다. 2001년 국악적 뉴 에이지 뮤지션으로 화려하게 출발했던 해금 주자 정수년이 ‘진주 유희’로 슬기둥에 합류한다.

이 악단의 건반 주자 홍동기는 감성적이고 애절한 선율의 곡 ‘노래의 끌림’으로 변모한 국악의 모습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의 민속 연주단원인 김성아의 애절한 목청이 분위기를 잔뜩 돋운다. 여기까지는 국악의 원형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다양한 국악 레퍼토리

그러나 ‘만남의 어울림’에 이르러 국악은 틀을 깨고, 변화와 발전의 길로 나선다. 재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과 첫 협연 자리가 될 이번 무대에서는 ‘제주의 왕자’ 등 창작 국악곡으로 다음 시대 국악의 모습을 가늠한다.

‘미래의 설레임’ 무대는 모두 슬기둥의 새로운 작품들로 꾸며져 있다. 재미 재즈 뮤지션 재니 최의 ‘도라지’는 재즈적 선율에 3박자 계열의 리듬을 융합시켜 만든 곡이다. 클래식 색소폰 주자 이범훈, 재즈 베이스 주자 이상진이 동참해 국악적 월드 뮤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이번 무대는 12월 2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그러나 대개의 송년 콘서트는 이 같은 실험보다는 오랜 동안 펼쳐 온 자기만의 색깔로 꾸며지기 일쑤다. 가장 자신 있는 레퍼토리를 보다 화려해진 무대에서 드러내 보일 자리다.

국립국악원의 ‘송구영신’은 가장 국립국악원 다운 정통 국악의 향연장이다. 월드컵 개막 당시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궁중 연례악-왕조의 꿈, 태평서곡’의 장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구락(抛毬樂)’과 ‘선유락(船遊樂)’ 등 두 편의 대표적 정악 선율을 배경으로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우아한 율동을 선보인다. 2부 순서인 ‘창과 관현악’에서는 2002년 ‘파리 가을 축제’ 무대를 달구었던 3대 판소리 명창이 선보인다. 안숙선, 김수연, 김영자 등 세 명의 디바가 국립국악원 정악단(지휘 김철호)의 반주로 판소리의 주요 대목을 들려 준다. 12월 20~21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꾸러기예술단의 송년 음악회 ‘꾸러기 음악회’는 친숙한 클래식 레퍼토리들로 가득하다.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 구노의 ‘아베 마리아’,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 등 유명 클래식곡이 클래식에 갓 입문한 어린이들을 부른다.

이 자리에는 특히 크리스마스 캐럴과 동요 함께 부르기 순서도 마련, 신나는 송년 콘서트 자리가 될 전망이다. 12월 19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꾸러기예술단은 또 2003년 1월 7~11일에는 홍천군 문화예술관에서 아동 오케스트라 워크숍인 ‘어린이 합주 교실’까지 마련, 교육과 체험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12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 14회 외환카드 송년음악회’로 올해를 마감한다. 울산시향 상임으로 있는 장윤성의 지휘로 열릴 이번 콘서트에는 바이올린 주자 수빈김, 소프라노 김영미, 테너 이영화 등 정상급이 출연해 자리를 빛낸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등 명곡을 비롯, ‘남 몰래 흐르는 눈물’ 등 유명 아리아가 함께 한다. 외환카드는 1989년부터 송년음악회를 진행해 오면서 모두 2억 7,000여만원의 티켓 판매 수익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어린이들이 들려줄 천상의 못소리

12월 21일은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기다린다. ‘선명회 합창단’이라 하면 알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왕이신 나의 하느님’ 등 성가, ‘그 어린 주예수’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크리스마스 캐럴들이 마련돼 있다.

12월 2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성주 교수와 조이 오브 스티링스의 ‘조이 오브 크리스마스’는 보다 정교한 음악들의 잔치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클래식적 편곡으로 들려주고,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 바흐의 명곡을 위주로 연말을 장식할 무대다. 모두 호암 아트홀.

12월 23일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국의 대표적 바이올린 주자인 강동석이 ‘강동석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펼친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마스네의 ‘타이스의 명상’,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슬픔’ 등이 연주된다. 기타에 장승호, 하프에 나현선 등이 협연한다.

플루트 연주자들로만 꾸며진 사랑의 플루트 콰이어가 25일 펼칠 송년 콘서트도 각별한 감흥이 있다. 중견 플루트 주자 배재영이 이끄는 이 단체는 1992년부터 송년 연주회 수익금 전액을 경기 남양주군의 신망애 복지타운 내 장애인들에게 전달해 왔다. 드뷔시의 ‘달빛’ 등 유명 클래식과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곡 등을 들려준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만으로 꾸민 콘서트도 기다린다. 유엔 협약 50주년 기념 음악회에 참석하는 등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첼리스트 이유홍(25)이 27일 호암아트홀에서 펼칠 독주회가 그것이다.

소프라노 조수미도 12월 28~29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2002 조수미 My Story-겨울밤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콘서트를 연다. 실내 클래식 공연 무대로서는 전례없는 6,000여 석의 대규모 홀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은 조수미의 모든 것이 펼쳐진다.

오페라 아리아, 가곡, 팝, 재즈 등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 본인의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르는 코너도 기획돼 있다. 나래이션과 영상이 함께 하는 뮤지컬적 분위기의 순서도 준비된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지휘자 금난새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12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02 송년 가족 음악회’를 갖는다. 특유의 친화력과 대중성이 유감 없이 발휘될 무대다. 소프라노 이명순, 테너 박세원 등 국내 스타급 성악가와 함께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 등을 들려준다.

2002년의 마지막 밤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디바 신영옥이 꾸미는 ‘예술의 전당 제야 음악회’로 마무리된다. 지난 5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인공 수잔나역으로 9년만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섰던 신영옥이 한국의 제야음악회에 단독으로 출연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코리아 심포니의 반주에 맞춰 유명 오페라 아리아들을 들려줄 이번 무대의 백미는 제야 카운트 다운과 화려한 불꽃놀이이다.


이소라, 신해철 등 감성 콘서트

가요계의 송년 행사도 뒤따른다. 풍성한 감성의 가수 이소라는 23~25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송년 콘서트 ‘I Love You’를 매일 펼친다.

‘해피 크리스마스’, ‘청혼’, ‘랑데부’ 등 최근 발표한 5번째 앨범 수록 곡들이 크리스마스 캐럴과 스탠더드 재즈 넘버들과 함께 펼쳐진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24일 코엑스 컨벤션 센터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참여한다.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는 물론 최근 발표한 앨범 ‘The Legend’의 수록 곡들을 중심으로 화려한 라이브를 펼친다. 펑크 밴드 불독 맨션의 ‘Funky New Year’는 공격과 반항의 음악 펑크로 올해를 보내는 독특한 무대다. 30~31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2002년의 끝자락에 설 공연은 신해철의 ‘NEXT의 부활’이다. 12월 31일 오후 10시 올림픽 공원 펜싱 경기장에서 펼쳐질 이 무대는 헤비 메틀, 프로그레시브, 사물놀이, 구음 등 동서고금의 음악 장르가 한데 어우러지는 광란의 송별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12/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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