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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안과 밖] 反美를 뛰어넘는 克美

“…탱크라도 구속해 / 이제는 정말 참을 수가 없어 / 지금 당장 구속해 / 오늘 당장 구속해 / 탱크마저 출국하기 전에…”

혼성6인조 노래패 ‘우리나라’가 부른 ‘탱크라도 구속해’의 노래 말 중 일부분이다. 지난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과 한·일 월드컵의 아쉬움과 환희가 없어지기 전에 우리는 또 다시 감정이 용솟음치게 되었다. 효순과 미선의 미군 장갑차 압사사건 무죄판결이 그 원인이다. 우리 국민은 이제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 뜨거운 레드의 함성이 남아있는 시청 앞으로, 미국대사관으로 모였다. 빨간 옷 대신 촛불을 하나씩 들고.

‘반미’라는 얘기가 들린다. 딱지 붙이기가 시작되었다. 지난날 ‘레드’라는 이미지도 마찬가지였다. 레드는 곧 빨갱이였고 이것은 공산주의자로 대한민국 전복자가 된다. 지금은 어떤가. 레드는 새로운 색으로 우리 안에 자리 잡지 않았는가. 반미도 마찬가지다. 백기완 선생은 ‘반미 운동이 아니라 반제국주의 운동이다’라고 운동의 성격을 규정한다.

그렇다. 지금의 시위는 옳지 못한 행위에 대한 우리의 주장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미국의 잘못 된 모습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부강한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이 1차적이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제도와 문화를 얘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또 다른 수출품인지 모른다. 미국화 수출품 중 하나인 스포츠를 보자. 미국프로농구(NBA)와 미국프로야구(MLB)는 대표적인 미국 상품이다. 상품은 중독성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

스포츠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하는 감성 상품이다. 우리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 선수가 있다. 박찬호와 LA시절에 배터리를 이룬 강타자다. 그가 올해 11월 약 3주간 유럽을 다녀왔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야구 클리닉을 열었다. 단지 기술전수가 아닌 MLB 판매를 위한 출장이었다.


스포츠의 힘과 세계패권

NBA도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야오밍(휴스턴 로케츠) 선수가 있다. 야오밍의 소속팀 로케츠는 중국 내 최대 맥주회사인 양지맥주와 1년에 최소 100만달러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또 NB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 관영 CCTV를 포함한 12개 방송사와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보다 35%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박찬호 경기의 고액 중계권 얘기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내가 사랑하는 건 조국, 국민이지 어쩌다 권력을 잡게 된 정부가 아니라고 설명하려 애썼다. 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것은 독립선언서의 원칙들-정부는 인위적인 창조물로서 모든 사람이 삶과 자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전 세계의 남성과 여성, 어린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들 자신의 정부나 우리의 정부에 의해 빼앗길 수 없는 삶의 권리를 가진 사람들 말이다-을 신봉하는 것이다.”

노암 촘스키 교수와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지식인 하워드 진이 한 말이다. 이처럼 미국의 힘은 보편성을 가질 때 정당성을 가진다. 지금 세계는 그걸 경고하고 있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독식하는 미국에게 스포츠는 그들의 힘을 나타내는 하나의 장식품이다. 그들의 장식품은 매력적이다. 그래서 세계는 미국의 스포츠를 산다. 여기서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를 정리해보자.

반미(反美), 친미(親美), 용미(用美)라는 단어가 있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뭐든지 극단적인 건 안 좋다. 그런 면에서 ‘용미’가 나온 것 같다. 실용적인 생각이다. ‘제3의 길’인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힘을 인정하지 않는 건 어리석다.

또한 그들의 앞선 문화와 기술을 피하는 건 또 다른 쇄국정책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뛰어난 기술과 수준 높은 경기의 미국 프로스포츠를 미국제품이라고 배척하는 건 맞지 않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지닌 미국의 프로스포츠를 우리는 이용해야 한다. 다른 정치, 경제, 문화도 마찬가지다.


프로의 정글에서 살아남는 법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일 게 있다. 용미를 뛰어 넘는 ‘극미(克美)’다. ‘태권소년’박찬호를 기억하는가. 올해 1999년 박찬호는 경기 도중 상대선수와 몸싸움 중 발길질을 해 퇴장을 당했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폭력 사건만으로 말하기에는 복잡한 의미를 지녔다. 냉혹한 프로세계와 더구나 인종주의가 남아있는 미국에서 아시안인이 부딪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요즘 소속팀에게 흔들림을 당하는 김병현에게 훈수를 했다. 김병현이 실력 외에 자기 팀에서 버림을 받는 이유가 ‘겉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겉돈다는 의미는 주류가 아니라는 얘기다. 즉, MLB에서는 경기에서의 성적뿐만 아니라 경기 밖에서 선수들 간에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구단과 코치진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나타내야 한다는 의미다.

박찬호는 마이너리그부터 치열한 생존의식을 배웠고 실력과 자기정체성이 없으면 강자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교훈을 배운 것이다. 단순히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차원이 아닐 것이다.

올해 11월 9일 2002~2003시즌 쇼트트랙월드컵시리즈에서 안현수가 안톤 오노를 이겼다. 오노에게 뺏긴 금메달을 9개월여 만에 찾았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메리칸 드림’에 머물지 말고 ‘코리안 파워’를 보이자. 대등한 라이벌로 ‘극미’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자.

이형진 스포츠칼럼니스트·임바디 대표

입력시간 2002/12/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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